공조직과 시민과의 가교 역할이 내가 할 일


‘어공’이란 말이 있다. 어쩌다 공무원이 된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다. 지방자치가 시행되면서 공무원 조직에는 ‘늘공’, 즉 늘 공무원인 사람과 ‘어공’이 함께 하고 있다. ‘어공’은 ‘늘공’이 경험해 보지 못했던 일반 사회의 경험과 지식으로 무장해 공무원 조직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기도 하고 임기 동안 소신껏 맡은 바 임무를 다하며 공조직과 시민과의 연결고리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는 등 순기능이 많은 공무원이라 할 수 있다. 검은 뿔테 안경 너머 사람좋은 미소 속에 언듯언듯 비치는 날카로운 눈매를 가진 김포시의 대표적 ‘어공’ 시장민원실 이기형 실장을 세밑에 만났다.

시장민원실은 “시장 나와”하는 사람들이 오는 곳

민선6기 들어 이전 5기 때의 직소민원실을 시장민원실로 개편해 실장에 발탁된 지 4개월. 이기형 실장은 어느새 외모에서부터 공무원 냄새가 풀풀 풍긴다.
-김포시민의 수가 34만이 넘었다. 민원인 상대하느라 많이 바쁘겠다.
“많을 땐 하루에 10명 이상이 오시죠. 시청 여기저기 부서마다 다 돌아다니다가 해결을 보지 못한 분들이 마지막에 찾는 곳이 이곳이예요. 문을 열고 들어오자마자 ‘시장 나와’하고 소리치며 화를 참지 못하는 분들도 많지요.”
-민원인들 상대하는 노하우라도 있는가.
“제가 원래 성격이 좀 느긋해요. 그래서인지 오시는 분들 얘기를 찬찬히 들어주는 편이예요. 막무가내로 떼쓰듯 하는 사람도 있지만 대체로 사연을 들어보면 나름 억울한 사람들이 많아요. 해당 과에서는 자신들의 업무 영역 안에서만 문제를 보기 때문에 현행 법률 안에서 해결책이 없지만 이곳에서는 복합적으로 판단해서 문제를 보면 관련부서에 연결해서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도 있고요.”
-공무원이 되고 보니 밖에서 보던 것과 다른 점이 있다면.
“저도 민간인 신분이었을 땐 민원을 가지고 숱하게 시청에 왔었어요. 그때만 해도 공무원들이 문제를 안일하게 생각하는 것 같아 답답했는데 시청에 들어와 보니 열심히 일하는 공무원들이 너무 많아 놀랐어요. 민원 해결이 안 돼 반복적으로 민원을 들고 오는 분들은 분통이 터지겠지만 사실 우리시에는 인구대비 공무원 수가 부족한 것이 가장 큰 문제예요. 신고가 들어와도 나갈 사람이 없어요.”

시민들로부터 욕 많이 먹는 게 보람

이기형 실장은 시장민원실장이 된 후 의욕이 앞서 명함에 본인 휴대전화 번호를 써 넣었다.
“난리도 아닙니다. 밤낮이 없어졌어요. 전화벨 소리에 노이로제까지 걸릴 정도였으니까요. 나름 자유롭게 살다가 이제 개인시간이 없으니 그게 좀 아쉽지요. 하지만 보람있어 즐거워요. 욕 많이 먹는 게 보람이지요.”
풍무동에서 태어나 줄곧 풍무동에서 학교를 다니며 자란 이 실장. 한강신도시가 조성되면서 장기동에 아파트를 분양받은 게 인생이 꼬였다.
“아파트를 분양받고 모델하우스에 가니 카페 회원 모집 공고가 붙어있었어요. 카페에 가입하고 한동안 눈팅만 하고 있는데 다들 의욕적으로 글을 올려놓았더라고요. 하루는 욕조가 거꾸로 설치돼 있어 문제라고 지적한 글이 있는데 그때까지 저는 욕조가 거꾸로 되어 있는지 몰랐거든요. 글을 보고 살펴보니 욕조 안 엉덩이 부분이 수도꼭지 아래에 있더라고요. 주민들이 카페에 글을 올리고 조회수가 올라가다보면 이게 시정이 되더라고요.”
이 실장은 당시 건설회사에 근무하고 있던 터라 카페에 올라 있는 글 중 창호나 건설자재에 대한 문제들에 대해 자신이 가진 전문지식으로 답변과 해결책을 제시하는 활동을 하게 된다.
“조금씩 활동하다 보니 어쩌다 운영위원이 됐고, 또 어찌어찌하다보니 연합회장까지 됐어요. 회장은 아무도 안하려고 해서 모든 운영위원들을 대상으로 투표하게 됐고 회장이 됐어요.”
겸손이 지나치다. 하지만 회장이 된 이 실장은 특유의 리더십으로 고가경전철 반대운동을 주도하며 한강신도시연합회를 강력한 시민단체로 이끈다.

시민의 울화 풀어주는 자리

연합회장으로 동분서주하던 이 실장. 그의 표현대로라면 어찌어찌하다 등 떠밀려 시의원에 출마하게 된다.
“처음엔 무소속으로, 그 다음엔 민주당으로 두 번 나왔다가 떨어졌어요. 준비가 덜 된 탓이죠. 두 번 출마하고 보니 현실정치에서는 이기는 방법이 따로 있더군요. 하지만 이기는 방법을 따라하기에는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어요.”
순수한 마음으로 더 좋은 사회, 더 나은 미래를 제시하기 위해 뛰어든 정치판. 이 실장에게는 꿈을 펼칠 기회를 얻지 못한 데 아쉬움이 남았을 터.
“시장님으로부터 시장민원실장 자리를 제안받았을 때 고민이 많았어요. 구설수가 많은 자리이잖아요. 고민 끝에 의원이 되어 하려던 일 하기에는 어쩌면 의원보다도 이 자리가 더 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지요. 이 자리는 시민들의 울화를 풀어줄 수 있는 최적의 자리가 될 수 있겠다라는 생각에 고맙게 받아들였어요.”

다방면에 걸친 민원에는 공부밖에 없어

“시장민원실에는 정말 다양한 민원이 들어와요. 제가 아는 분야도 있지만 모르는 게 더 많지요. 모르는 점을 없애려면 공부밖에 없지요. 자나깨나 공부하고 있습니다. 시장민원실이 만능 해결부서는 아니지요. 하지만 시스템에 때문에 발생한 민원에 대해서는 개선책 마련하는 데 힘쓰고 있습니다. 이런 문제는 시장님께 보고도 드리고요.”
시장민원실을 잘못 운영하다보면 시청 종합민원실과 업무가 겹치기도 하고 옥상옥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는 이 실장. 이 실장은 시장민원실의 역할과 나아갈 길에 대해 명확히 설명한다.
“시장민원실이 존재하는 이유는 공조직과 시민과의 소통을 위한 것이죠. 저는 연결고리 역할에 충실해야 하고요. 분명 법 체제 안에서 한계가 있고 법을 초월할 수도 없지만 대안을 찾고 시스템을 개선하도록 안내할 수는 있지요.”
다음 지방선거에 또 출마하겠냐는 질문에 이제 뱃지에 연연하지는 않는다는 이 실장.
“앞날을 알 수 없지만 뱃지 없이도 할 수 있는 일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물론 뱃지 없이 시민을 위해 일하는 것이 쉽지는 않겠지만요.”
이제 갓 4개월을 넘긴 시장민원실장 자리. 조용히 그러나 한발 한발 착실히 시민과의 소통을 위해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는 이기형 실장. 새해에는 그가 바라는 대로 더 나은 김포시가 되기를 함께 희망해 본다.

김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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