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 해가 지나간다.
다시는 못 오는 2014년의 봄. 흐드러진 벚꽃이 만발한 달빛 아래 진도의 홍주를 마시며 우정을 나누었던 자리엔 한 겨울이 텅 빈 쓸쓸함과 회한의 바람이 스쳐 지나간다.
세상은 정지하고 시간이 가는지, 시간 속에 세상이 돌아가는지, 연말이 되어 한 해를 정리하는 시간이 오면 우주만물이 숨쉬는 밤하늘의 별들처럼 생각도 많아지고 어느 해나 그랬듯 아쉬움과 잔잔한 미련이 춤춘다.

올해는 누군가를 힘들게 하지는 않았는지!
나는 세상을 위해 무얼 기여하며 살았는지!

가족과 이웃을 행복하게 하는 데 얼마나 정성을 쏟았는지!
삶은 후회의 연속이라지만, 그 후회가 어느 누구에게 아픔으로 가지 않고 자신에 머물렀다면 다행이란 생각으로 마무리해도 될까? 또 하나의 연말을 맞아 우리가 사는 사회를 관계 속에서 조망해보자.

우리 사회는 거미줄 같은 관계의 망 속에서 살고 있다. 그 속에 가장 좋은 관계를 형성하는 무기는 누가 뭐라 해도 ‘존중’이다. 만남에서 시작하는것은 대화다. 대화는 사람과 사람이 서로를 알아가고 이해하는 가장 빠르고 확실한 방법 중 하나다. 대화란 혼자가 아니라는 전제에서 타자와의 소통을 만드는 역할이고, 소통이란 안 통하는 상대를 향해 대화로 통하게 하는데 묘미가 있다. 누군가를 향해 부드러운 미소를 머금고, 목소리 톤을 높이지 않고 말하며, 상대가 말할 때는 열심히 들어주는 간단한 자세만으로도 상대는, 상대가 자신을 존중해 주고 있음을 느낀다.

최근 ‘정의란 무엇인가’를 쓴 마이클 센델이 국회에 와서 “한국은 어느 정도 경제성장이 이루어진 나라이니, 이제는 각 당파가 합리적인 대화를 해야 국민이 정치를 신뢰한다”며, “신뢰를 얻는 길은 공공선을 위해 함께 노력하는 자세이며, 공공담론에 보다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는 운동이 돼야 하며, 각 당파가 합리적 대화를 할 때 국민의 신뢰를 얻을 것이다” 라면서 최종결론은 상대를 존중하는 자세에서 나오는 “경청”이다라고 강연했다.

대화의 자세, 서로 공감하는 통로가 경청에 있음은 틀림없지만, 상대를 존중하는 마음이 없는 경청은 공염불에 불과하여 어느 누구의 감동도, 공감도 이끌어 내기 못한다. 대화의 바탕에 존중이 있다면 그것은 상대를 배려하는 사려깊은 마음의 노출이기에 우리는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고, 서로가 이기는 성공적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우리 사회의 근저를 이루는 탄탄한 덕목들에 도덕심과 정의, 책임, 신의가 있다면, 개인에게는 양심과 분수와 용기와 존중과 배려와 사랑이다. 더 수많은 덕목이 있겠으나 이 정도의 덕목이 대화라는 힘으로 서로 뭉쳐 어우러지면 가정과 사회와 국가의 공공선을 향한 아름다움과 행복이 가득한 사회를 만들어 낼 것이다.

세월호의 아픔이 강타한 2014년은 아쉬움이 큰 해다.

2001년 9월 11일, 우리는 안방에서 뉴욕의 세계무역센터가 비행기 테러로 무너지는 장면을 선명히 기억한다. 당시 인근건물에서 뛰쳐나온 수많은 인파들은 그야말로 우왕좌왕 갈피를 못잡고, 소방관, 경찰관도 제대로 통제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루돌프 줄리아니 뉴욕시장이 나타나 구조작업을 지휘했다. 그는 우선 사람들이 한쪽으로 대피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고 모든 인력을 그쪽으로 배치하여 일사불란하게 대피하도록 우선 조치했다, 그 하나의 조치는 잿더미와 콘크리트 먼지 틈에서 구조의 기적을 만들어내는 능력을 발휘했다.

모두가 혼잡으로 방향을 못잡을 때의 상황에서 지휘자의 역할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증명하는 사례다.
뉴욕시민과 세계는 줄리아니를 향해 찬사와 감사의 마음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당시 암에 걸려 병원에 입원 중이었음에도 병상을 박차고 나와 자신의 임무를 다한 것이다. 지도자가 보여주는 하나의 메시지이자 대화는 이토록 감동의 깊이가 더 크고 통렬하다.

우리 국민의 마음을 멍들게 한 세월호의 아픔도 이제는 차근한 마음으로 정리하자.

반성도 많이 한 우리국민인 만큼 앞으로는 우리국민 모두 나만 살고보자는 이기심에서 많이들 탈출했다고 본다. 반성은 있는 데도 개선이 없다면 우린 사람이 아니다. 마치 도로에 나서서 운전대만 잡으면 익명의 개가 된다면 세월호는 끊임없이 발생할 것이다.

김포신문은 2014년 캠페인을 가정에선 대화부터, 사회에서는 상대방에 대한 배려를, 개인에게는 깊은 성찰을 외쳤다. 사람과 사람이 부대끼며 사는 사회는 경쟁도 있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의 언제나 낮게 임하는 사랑과, 어깨가 삐뚫어지도록 일해 자식 공부시킨 아버지의 노고와, 여자이기를 포기한 엄마의 희생처럼 고귀함도 있다.

사람의 향기는 말에서 나온다. 말은 마음의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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