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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인]이재영 사회자, 시낭송가나이 들어서도 관객과 호흡하는 명 진행자로 남고 파


시는 시인이 영혼으로 쓴 음식...음식을 더 맛갈나게 하는 게 시낭송
나이 먹는 게 기다려져...연륜에서 묻어나는 편안한 진행 하고 싶어

예전 기자가 경남 울산시에 있을 때 전화기를 들면 “○번 입니다”라는 대답과 함께 교환원이 나왔었다. 전화번호를 몰라도 어디어디 연결해 달라고 하면 몇 마디 대화와 함께 어김없이 전화를 연결해 주던 그 때. 어찌나 교환원 아가씨의 목소리가 곱고 이쁘던지 밤이면 어디 전화걸 데도 없으면서 전화기를 들고 설레는 마음으로 교환원과 얘기를 나누곤 했었다. 끝내 얼굴은 못본 채. 그야말로 심야의 심금을 울리는 목소리였다. 몇백자 몇천자 글보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목소리이다. 김포에도 목소리 하나로 온 김포를 들었다놓았다 하는 사람이 있다. 선거 때 가두연설에서도, 아트홀 공연 때에도, 김포에서 여기저기서 열리는 행사 때에도 어김없이 나타나 마이크를 쥐고 청중을 홀리는 그녀. 이재영 예총 김포시지부 부회장이 그 사람이다. 눈발이 흩날리던 날 오후 그녀를 만났다.

신문 소리내어 읽으며 발음 연습
-목소리가 너무 좋다.
“남들이 좋다고는 해요. 지적이고 섹시하다.(웃음) 어려서부터 아버지께서 신문을 읽으라고 권하셨어요. 매일 신문을 읽는데 좀 지겹더라고요. 신문을 안 볼 수는 없고 해서 그때부터 소리내서 신문을 읽기 시작했어요. 그러다 이왕 읽는 거 아나운서처럼 읽어보자 하고는 당시 유명한 아나운서였던 이희옥 아나운서를 흉내내서 뉴스 보도하듯이 읽었죠. 덕분에 품위 있게 말하는 법을 스스로 깨우쳤어요.”
그래서인지 이재영 부회장의 또박또박한 발음은 여느 아나운서 못지 않다.
“대학 졸업 후에 성우와 아나운서에 수없이 도전했어요. 남들이 다 잘한다고는 했는데 운이 없었는지 안되더라고요. 실력이 없었겠죠.”아나운서 도전에 실패한 이 부회장은 학창시절 실력을 인정받았던 음악다방 디제이 경험을 살려 진행자로 변신했다.

명 사회자로 이름 날려
음악다방 디제이는 음악과 음악 사이를 연결해 주는 진행자이자 관객을 집중시켜야 하는 노하우가 필요한 어려운 직업일 터. 내공을 쌓은 그녀는 이내 명 진행자로 이름을 날리게 된다.
“어느 모임이었어요. 문학모임이었는데 거기에 참석했다가 사회자가 펑크내는 바람에 대타로 진행을 보게된 게 처음이었어요. 그때 잘했나 봐요. 그 후 여기저기 모임에 진행을 맡아달라는 요청을 받게 됐지요.”
준비된 진행자 이 부회장이 기회를 한 번에 잡은 셈이다. 목소리 좋고 발음 좋고 분위기 잘 휘어잡으니 그야말로 진행자로서는 더할 나위 없는 준비된 진행자였던 것.
“제가 유영록 시장하고 동창이예요. 말 잘한다고 소문이 나니 유 시장이 지난 2006년 총선에 출마했을 때 가두연설을 해달라고 하더라고요. 정치에는 큰 관심이 없었지만 친구 부탁이라 거절도 못하고 연설에 나서게 됐죠. 그 후로도 유 시장 선거 때는 계속 연설을 맡게 됐고요.”
선거 연설에 나서면서 이 부회장은 정치꾼으로 나서는 게 아니냐는 오해도 많이 받았다.
“그런 이미지 없애는 데 오래 걸렸어요. 저는 멋진 진행자로 남는 게 꿈이거든요. 제일 잘 하고 좋아하는 일이고요. 아트홀이 생기면서 아트홀에서 열리는 각종 공연에 진행을 맡으면서 이젠 저를 진행자로 봐주는 사람이 더 많아졌지만요.”

재능기부로 시낭송아카데미 꾸려와
진행 솜씨를 인정받아 케이블 티비 토마토방송에 고정 프로그램도 맡고 있는 이재영 부회장. 어느 정도 자리를 잡고 보니 다른 사람을 위한 일도 하고 싶었다.
“시를 쓰는 것은 잘 못해도 시를 읽는 것은 참 좋아해요. 시는 노래잖아요. 리듬이 있고 운율이 있고. 시는 눈으로 읽는 것보다 소리내서 낭송을 하면 감동이 더 커져요. 이해도 쉽고. 시는 시인이 영혼으로 만든 영혼의 음식이래요. 이 음식을 먹을 때 마음이 힐링돼죠. 이 음식을 더 맛나게 하는 조미료가 시낭송이죠. 그래서 시낭송을 전파하고 싶었어요.”
이 부회장의 시낭송 학교 제안을 예총회장이 흔쾌히 받아들여 시민회관 예총 사무실에서 시낭송아카데미가 열리게 됐다. 벌써 2년째. 수업료 한 푼 없이 무료로 봉사하고 있다. 쉽지 않은 일일 터. 한 달에 두 번 열리는 모임에 빠짐없이 나오는 열성적인 수강생만도 30여명.
“제 목소리로 잘할 수 있고 다른 사람에게 전해줄 수 있는 게 있다는 것이 감사할 뿐이죠. 시를 특별히 공부한 적은 없지만 좋아하는 일을 하니까 시를 보는 눈도 생기더군요. 좋아하는 일을 하면 열정이 생기고 열정은 곧 재능으로 발전하더라고요.”

나이 들어도 진행하는 '여자 송해' 꿈 꾼다
“나이 먹는 게 기다려져요. 제가 진행쪽 동네에서는 제일 나이가 많아요. 송해 선생 빼고는요. 나이 들면 외모는 주름지고 못 생겨지겠지만 연륜에서 묻어나는 진행, 편안한 진행은 더 잘할 수 있을 거예요. 나이 먹어도 관객과 함께 늙어가며 진행하고 싶어요.”
인생 100세 시대 아직은 반밖에 안살아 주름도 별로 찾아보기 어려운 이재영 부회장. 하지만 그녀의 열정과 목소리에 대한 사랑은 갓 입문한 새내기보다 더하다. 동 시대 같은 장소에서 이 부회장의 목소리와 진행 솜씨를 볼 수 있는 건 진정 행운일 터. 이 부회장의 소망대로 나이 먹어도 함께 늙어가며 그녀의 진행을 지켜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김종훈 기자

김종훈 기자  gimpo123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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