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순영의 자연의 벗

두루미가 국경을 무시한 채 자유롭게 날고 있다.

분단의 철책선에 무심히 앉은 멧비둘기.
철원군 비무장지대에서 관찰 된 멸종위기야생동물2급 삵.

비무장지대 가치 알고 보전 필요…남북공동생태환경조사 먼저 이뤄져야
민간인 출입이 철저히 통제된 땅…보전해야 세계평화공원이 빛을 발할 것

민족분단의 상징인 비무장지대(DMZ)는 길이가 동· 서로 248㎞, 폭은 군사분계선을 기준으로 남·북으로 각 각 2㎞인 한반도를 허리띠처럼 가로지르는 약 907.3㎢( 한반도 전체 면적의 약 0.4%)인 '금기의 땅'이다.
비무장지대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이 반세기 동안 민 간인의 출입이 철저히 통제되면서 전쟁의 폐허 속에서 자연이 스스로 복원된 경이로운 땅이기도 하다. 민족분 단의 아픈 상처로 기억되었던 이곳은 통일이 된다면 세 계가 주목하는 자연생태환경의 보고로서, 환경적 가치 와 더불어 경제적, 역사적으로 중요한 가치를 갖게 될 것 이 분명하다.

최근 통일부가 비무장지대 중부의 철원, 동부의 고성, 서부의 파주를 세계평화공원으로 지정하면서 비무장지 대 개발 분위기가 급속히 확산하고 있다. 비무장지대 일 대의 개발 가능성에 들뜨기 앞서 무엇보다도 시급한 것 은 비무장지대 일원에 대한 생태환경조사와 장기적인 보전계획을 수립하는 것이다. 현재까지는 미흡하게 학 계와 지역전문가, 환경단체 등에서 한정된 지역만을 조 사했기에 비무장지대의 생물다양성과 가치가 얼마나 큰 지조차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 사상 처음으로 진행하던 비무장지대 내부의 환경조사도 남북관계가 경색되면서 동부 지역에서는 이뤄지지 못했다.

비무장지대에 대한 생태보전계획이 수립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생태와 환경을 살리는 자연친화적 공원을 만든다'는 말 자체가 모순이다. 세계평화공원 조성을 계기 로 남북교류 확대와 통일의 초석을 다지는 화해협력 분 위기를 성숙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그 런데도 비무장지대 인접한 지자체는 물론 통일부와 환 경부 그리고 일부 정치가들까지 비무장지대 세계평화공 원 조성 방향과 관련해 생태계 훼손을 최소화하면서 우 수한 생태자원을 활용하여 생태, 역사, 교육과 관광이 이 뤄지고 다양한 트레킹 코스와 자전거 길 등을 개발해 동 북아 환경·생태 관광의 중심지로 만들겠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4대강의 눈물'처럼 분단의 아픔과 슬픔이 서려 있는 비무장지대가 또 한 번 눈물을 흘리지 않을까 걱정된다. 뻔히 보이는 부작용과 자연파괴에도 막무가내로 4대강 사업을 밀어붙인 것처럼 원칙이 없는 정부 부처가 권력 의 논리에 따라 성급한 개발에 나서는 게 아닌가 하는 느 낌을 받는다. 자연을 훼손한 사람들은 분명히 있지만 죄 라고 생각지도 않고 훼손된 자연을 책임질 사람은 아무 도 없다.

비무장지대 세계평화공원은 남과 북의 교류 확대와 그 동안의 대립을 뛰어넘어 다가올 통일을 준비하는 밑거 름이 되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에 앞서 비무장지대 일 원의 생태환경 남북공동조사를 추진하고, 동시에 경제 적 교류와 남북의 동질성을 회복하고 통일 이후의 새로 운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준비가 되어야 한다.

비무장지대가 특별한 이유는 반세기 동안 인간의 이용 이 제한되었기 때문이다. 그런 특별함을 무분별하게 훼 손한다면 우리는 비무장지대의 모든 것을 잃는 것이다. 자연의 연속성이 유지되어야만 비무장지대 세계평화공 원의 상징적 의미가 빛을 발할 수 있다.


<글/사진=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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