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오시마의 대표 예술작품 빨간호박과 양대산맥을 이루고 있는 '노란호박'

아무런 오락거리도 없는 섬을 관광 명소로 바꾼 것은 바로 예술
한 사람의 열정과 예술가, 주민들이 함께 만든 세상을 바꾼 기적

일본의 제일 큰 섬인 혼슈와 시코쿠 사이의 바다를 새 토내해라고 합니다. 일본의 지중해라고도 하죠. 이 세토 내해에는 3,000여개의 섬이 있는데 그중 나오시마라는 인구 3,000여명의 작은 섬이 있습니다. 나오시마는 과거 구리제련소가 있던 곳으로 제련소가 문을 닫은 후 주민들 이 섬을 하나둘 떠나고 각종 산업 폐기물로 황폐화되었습 니다. 그러나 이 섬이 현재는 세계에서 꼭 가봐야 할 명소 7군데 중 하나로 선정되었고 2013년에는 100만명이 넘 는 관광객이 이 작은 섬을 다녀갔습니다. 무엇이 이 황폐 한 섬을 세계적인 관광 명소로 바꾸었을까요?

아무런 오락거리도 없는 섬을 관광 명소로 바꾼 것은 바로 예술이었습니다. 일본을 대표하는 교육 기업인 베네 세 그룹의 후쿠다케 회장은 교육사업으로 얻은 이익을 사 회로 환원한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그는 과거 산업폐기 물 처리장이었던 이곳에 일본의 대표적인 건축가 안도 타 다오를 초대해 미술관 겸 호텔인 베네세 하우스를 건축하 였고 이후 지중 미술관과 이우환 미술관 그리고 집 프로 젝트를 통해 버려졌던 섬 전체를 예술의 섬으로 탈바꿈시 켜 현대미술의 세계 최고 명소로 바꾸어 놓았습니다.

지중 미술관은 건물외관이 지상에 드러나지 않도록 설 계된 자연 환경을 고려한 건물로 빛의 작가인 클로드 모 네, 제임스 터렐, 그리고 월터 드 마리아 이렇게 단 3명의 작가 작품만이 전시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보다 일본에 서 더욱 인정받고 있는 이우환 작가의 이우환 미술관이 독립적으로 있고요. 섬에 있는 빈집을 활용한 집 프로젝 트로 다양한 형태의 집들이 제각각 독특한 미술관 형태를 갖추고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나오시마의 명물이 된 쿠사마 야요이의 빨간 호박과 노란 호박 작품이 있는 곳 이기도 합니다.
후쿠다케 회장의 예술 프로젝트는 2010년 나오시마와 인근 7개 섬에서 시작하여 2013년 개최된 2회 세토우치 트리엔날레는 나오시마를 포함한 인근의 12개 섬과 2개 의 항구로 확대되었습니다. 바다의 복권이라는 주제의 세 토우치 트리엔날레는 주로 다카마쓰 항이나 우노 항에서 배를 타고 짧게는 20분 길게는 1시간 남짓한 시간을 바다 를 유람하듯 여러 개의 섬을 방문해야 관람이 가능한 바 다와 섬을 활용한 예술 프로젝트로 봄, 여름, 가을 시즌으 로 구분하여 진행합니다. 저는 마카마쓰 시의 한 호텔에 투숙하며 3박 4일의 일정으로 가을 시즌에 다녀왔는데 요, 짧은 일정이다보니 아쉽게도 나오시마, 데시마, 이누 지마, 오기지마 등 4개의 섬만 관람하는 데 그쳤습니다.

제가 관람한 작품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작품은 데시마 섬의 데시마 미술관이었습니다. 유선형 형태의 미술관 전 체가 하나의 작품으로 둥글고 커다란 구멍이 2개 뚫린 실 내 아닌 실내 바닥에는 그저 물방울만이 솟아났다 흐르고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작품입니다. 꽤 오랜 시간을 그 공 간에서 보내며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 작품입니다 또 한 작품을 꼽는다면 지중 미술관과 빈집에 설치된 제임스 터 렐의 작품입니다. 빛과 공간과 사람이 만들어 내는 숭고 하면서도 고요한 반전의 분위기는 저도 모르게 숨을 죽 이고 감상하게 하였습니다. 우리나라 원주의 뮤지엄 산 (Museum SAN)에서도 제임스 터렐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그 외에도 훌륭한 작품은 많았지만 또 한 가지 특이한 점은 운영 시스템이었습니다. 약 200여점의 작품에 번호 를 매기고 관람자에게는 번호가 적힌 패스포드를 지급해 관람한 작품번호에 도장을 찍어주는 방식이었습니다. 관 람객들은 작품을 보기 위해, 또 패스포트에 도장을 꽉 채 우기 위해서 열심히 다른 작품을 찾아다니곤 합니다. 관 람객들로 하여금 최대한 많은 작품을 관람하게 하려는 시 도가 저에게는 꽤나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리고 각 섬에는 실제 거주하는 주민들이 있습니다. 수많은 관광객들에 의해 때론 불편함이 있을 텐데도 불구 하고 기꺼이 모든 부분에 협조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한 사람의 열정과 예술가들, 그리고 주민들이 함께 만들어 낸 예술의 섬들이 참으로 아름다웠습니다. 미술이 세상을 바꾼 기적이라고 할까요?

부러운 마음과 동시에 아쉽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에 대한 아쉬움이겠죠? 의식주라는 인간의 기본적인 생존을 위한 부분이 어느 정도 해결이 된 요즘, 문화에 대한 인식 이 조금씩 변하고는 있지만 아직도 우리 국민들에게 예술 이란 자신들 생활 밖의 영역이란 인식이 은연중에 존재하 는 것 같습니다. 물론 최근 들어 정부와 각 지자체에서도 마을미술 프로젝트, 또는 기타 다양한 형태의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서서히 주민과 함께 소통하며 공감 대를 형성해 가는 과정은 대중과의 벽을 좁혀주는 역할을 하곤 있습니다. 아울러, 국내 유수 기업에서도 그들의 천 문학적인 이윤을 예술을 통해 사회로 환원시키겠다는 건 강한 생각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네요.

산업 폐기물에 의해 버려졌던 섬들이 예술의 섬으로 거 듭나며 지역 경제에 활기를 주는 예술 프로젝트를 다시 한번 깊이 생각해 봅니다.


최문수

저작권자 © 김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