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분당신도시의 최대목표는 도시계획 및 설계에 새로운 이론을 과감하게 도입하고 도시개발관련 제도를 적용, 미래의 새로운 정주공간을 창출코자 했다. 직주(職住)근접을 통한 자족기능을 수용함으로써 한국적 신도시의 개발모형을 제시하고자 했다.
분당 73%, 일산 68%, 평촌 66% 주민서울로 출근
5개 신도시주민 ‘정부 자족기능 불이행’소송 잇따라

정부는 10년전 수도권내 5개 신도시를 조성하며 단순 주거도시가 아닌 자족적 기능을 갖춘 도시로 조성할 방침을 밝혔다. 그리고 최근 김포신도시 계획을 발표하는 자리에서도 김포신도시를 주거기능만 가진 베드타운이 아니라 고용창출을 위한 첨단 및 도시지원 시설을 마련, 4조2천억원대에 이르는 고용창출을 약속했다.
하지만 기존 신도시가 자족성확보에 실패, 고용기회 창출이 없는 단순한 주거지역으로 전락하면서 주변지역 교통혼잡과 사회적 비용이 증대돼 김포신도시의 자족기능 확보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4조원대 고용창출 약속지켜야
96년 이전 마무리된 신도시 입주민들은 정부가 약속한 자족기능에 문제를 제기하며 일제히 법적 소송제기의사를 밝혔다.
일산신도시 주민들은 정부와 한국토지공사를 상대로 「신도시 자족기능 설치공약 불이행」에 대한 정신적 손해 1천5백억원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키로 결의했다. 당시 분당과 중동 등에서도 적극적인 법적 대응을 고려했다.
분당 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는 당시 “정부가 당초 내건 약속들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다”면서 “학교-관공서-편의시설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이행한 게 없다. 분당선은 왕십리까지 놓게 돼 있는데 수서∼선릉 구간은 입주가 끝난 후 토목공사를 시작했다”고 밝히며 건설교통부, 토지공사, 한국도로공사, 한국지역난방공사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제기 의지를 밝혔다.
아울러 일산신도시 입주자대표협의회도 “참다 참다 곪아터져 1천5백억원의 위자료 청구소송을 내기로 했다”면서 “정부가 일산신도시 개발로 얻은 순이익 4천억∼7천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약속부터 지킨 다음 챙겨야 하는 것 아니냐”며 흥분했다.

자족기능 불이행 소송잇따라
중동신도시 입주자대표연합회측은 “중동은 92년말 이후 90%가 입주를 마쳤는데 택지를 빼곤 아직도 빈땅이 대부분이다. 분양 당시 정부가 내건 ‘베니스를 능가하는 문화도시’는 경인운하 실종으로 엉뚱한 곳으로 비껴나갔고, 각종 문화시설도 눈을 씻고 찾아도 없다”며 소송의지를 밝힌 바 있다.
당시 신도시주민들은 입주후에도 “공공시설, 문화복지시설, 편익시설 등이 태부족한 반쪽짜리 ‘베드타운’추락을 호소했고 당초 약속됐던 첨단정보단지, 문화예술타운, 유통센터는 간데없고 환자의 서울후송과 원정쇼핑, 문화 불모지만 남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일산신도시는 애초 국제외교기능을 갖춘 통일거점 자족도시로 그려졌다. 이를 위해 33만2천여평에 12개의 자족기능 시설이 들어설 예정이었으나 외교단지(3만4천여평)와 국제회의시설(2만4천여평)은 사업시행 주체인 외무부와 한국관광공사가 각각 예산부족을 들어 사업을 포기했다. 그리고 5만1천여평의 무역전시장을 제외한 3만3천여평의 출판단지 역시 토지분양가격 마찰로 파주로 옮겨갔다.
행정타운 및 첨단정보통신단지를 조성하겠다던 분당신도시도 사정은 마찬가지. 이전을 약속한 10개 정부투자기관 및 공공단체 가운데 국세청기술연구소, 환경관리공단, 국민연금관리공단, 중앙 노동위원회 등 4개소는 이전계획이 취소됐다.

공공시설 유치약속마저 불발
신도시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인구 30만명이 넘는 신도시는 자족적기능을 확보하기 위한 산업시설의 이전이나 신설이 필수적이다”고 말한다. 그러나 경기개발연구원이 95년 신도시별 입주자 직장위치를 조사한 바에 의하면 분당 72.8%, 일산 68%, 평촌 66.3%등 절대 다수의 시민이 서울에 직장을 두고 있는 것으로 밝혀져 職住근접의 신도시 원칙이 지켜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96년 고양YMCA가 5개월에 걸쳐 일산신도시내 78개 아파트단지 3백64가구를 대상으로 실시한 ‘아파트 생활실태’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80%가 ‘7년 이내에 신도시를 떠나겠다’고 답했다. 신도시를 떠나겠다고 응답한 사람들 중 서울로 이사하겠다는 주민이 52%로 가장 많았다. 응답자중 60%는 문화공간과 녹지공간, 여가선용시설 등이 절대 부족하다는 의견을 보여 전원도시로서의 기능에도 불만을 나타냈다. 또 조사대상자의 49%는 아파트 안전에 불안감을 나타낸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이와함께 경기개발연구원이 같은해 5개 신도시내 주민 1천5백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에서도 40%에 이르는 주민이 서울등 다른 지역으로 다시 이주할 의사를 보였다. 설문결과 신도시주민의 76%는 산업시설의 부족으로 서울 등 외지에 직장을 갖고 있어 극심한 교통난에도 원거리 출·퇴근을 한다고 응답했다.

신도시주민 서울로 떠나고 싶다
또 67.4%는 신도시에서 연극과 영화관람등 문화서비스를 받을 수 없어 불만을 표시했으며 80.8%는 친구와 가족모임을 신도시가 아닌 서울 등 외지에서 갖는다고 답했다. 이와반면 백화점, 할인매장등 대형유통 판매시설이 많이 늘어나 소비생활에서는 만족한 것으로 조사됐다. 주민들은 또 파출소가 당초 계획된 58곳의 26%인 15곳에 불과, 치안불안을 느끼고 있었으며 모두 64곳에 설치 예정이었던 동사무소도 67%인 43곳만 설치되는 등 각종 공공시설 부족으로 불편을 느낀다고 했다. 특히 신도시 주민 39.3%는 기회가 있다면 신도시를 떠나 다른 지역으로 이주할 의사가 있음을 밝혔다.
이에 대해 경기개발연구원은 “신도시가 생산기능에서 많은 문제점을 드러내 주민들이 외지로 출·퇴근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며 신도시가 자족기능을 갖출 수 있도록 신도시개발촉진법 제정을 정부에 촉구했다.

기존 신도시 초기입주자 피해심각
이에 앞서 경기도의회 신도시특위가 신도시건설로 각종 민원이 일자 93년 신도시별로 가진 공청회에서 가장 많은 33.7%의 주민이 도로·교통에 불편을 호소했다. 내용별로는 버스노선 조정문제, 각종 교통시설물 미설치 20.5%, 도로 및 지하철 미완공에 따른 교통체증 불편이 11.2%에 해당했다. 이어 교육환경 4.4%, 공공시설 미비 2.9%, 아파트하자 및 부실 6.8%, 원주민 이주대책 9.8%, 인근주민 피해가 8.8%등으로 조사됐다. 당시 전문가들은 신도시 자족기능부진의 원인으로 △수도권정비계획법상 기능재배치 차원의 대책이 미흡했고 △시설이전시 양도소득세, 취득세등 조세부담이 가중되며 △이전을 희망한 공공기관에 대한 예산확보 조치의 미비와 함께 △일시적인 막대한 자금 소요를 지적했다.
한편 김포신도시 건설에 대해 건교부는 신도시입주 이전 전철을 제외한 모든 시설의 준공을 약속했다. 하지만 다른 신도시가 그러했던 입주초기 시설미비로 발생한 민원은 10년 가까이 이어왔다는 점을 볼 때 신도시 건설과정에 김포시와 시민단체의 지속적인 감시가 요구되고 있다. 특히 신도시의 간선시설이 상업용지를 분양해 발생한 개발이익으로 대부분 투자되는 점을 고려할 때 선투자한 자금의 회수가 장기화되면서 사업 시행자에게 초래된 유동자금 압박에 대한 정부 재정지원이 필요하다는 점도 지적됐다. 따라서 입주 초기단계 주민이 불편을 겪는 원인이 상업용지에 있으며 따라서 신도시 개발과정에서 상업용지에 대한 대책 마련도 제기됐다. 기존 신도시의 경우 개점한지 2-3년이 지나도록 70% 이상이 미분양, 상업용지내 상가들이 공동화 현상을 빚자 신도시 상인들은 “토지공사가 신도시건설 이윤을 높이기 위해 상가부지를 과잉 공급했다”면서 “정부가 분양할 때는 온갖 장밋빛 공약으로 상가가치만 부풀리고 이제 와선 민간책임으로 떠넘긴다”며 ‘상권활성화를 위한 종합대책’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같은 편익·서비스 시설 부족에 따른 불편에 대해 전문가들은 “조기 개발을 조건으로 토지가격을 조금 싸게 해주는 인센티브 부여방법과 함께 정부가 주민편익을 위해 서비스시설에 대한 세금감면등의 지원”을 권고하고 있다. 이같은 특별한 조건이 주어지지 않는다면 서비스시설은 주민입주가 다 끝난 다음 여건을 보아가며 입주할 것이 분명해 주민불편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정석희 국토개발연구원은 “정부의 투자없이 주변 기반시설의 투자비까지 신도시사업에 부담시킴으로써 과도한 사업비부담으로 신도시의 질적인 생활환경을 저하시켜서는 안된다”면서 이같은 부담은 토지가격의 상승으로 이어져 자족기능 유치시설 및 생활편익 시설을 위한 저렴한 토지공급에 어려움을 지적했다.
이와함께 △상업·업무용지의 조기 분양을 통해 초기 신도시입주민의 불편을 없애야 하며 △계획된 공공시설이 적기에 설치되도록 공공기관과 사전에 신도시개발계획에 대한 충분한 협의가 이루어져 학교, 파출소 설치지연으로 인한 입주민의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자족기능 확충을 위해 유치기업의 채산성이 확보되어야 하므로 저렴한 토지공급이 필요하다. △신도시 문화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신도시 유치기업의 종사자에게 거주기간을 조건으로 주택을 공급, 주변도시 통근통행을 최대한 억제함으로써 주변도시에 대한 투자비를 낮추고 신도시 정착인구를 확대해야 한다. △신도시특성에 맞는 자족기능 확충을 위해서는 현행 수도권정비계획법상의 산업유치 제한규정을 신도시에서는 배제해야 한다등 다섯가지 개선 안을 제시했다.

토목공사적 개발 절대 안돼
신도시개발에 있어 토목공사적 발상은 없어져야 한다. 주택단지를 만들고 거기다 집을 지어 공급하는 일은 토목공사로 족하지만 웬만한 市규모인 몇 십만 채를 헤아리는 대규모면 그것은 도시건설이다. 도시는 잠만 자는 곳이 아닌 배움과 놀이, 직장 등이 유기적으로 자리잡아야 하는 곳이다. 따라서 비록 수도권 외곽이라는 입지적 특수성을 감안, 자족도시의 원칙에 따라 건설되어야 마땅하다. 주거도시가 아닌 자족도시가 정당하며 그것이 신도시건설에 꼬리표처럼 따라 다니는 것은 앞서 기존신도시의 문제에서 확인된 바다. 職住근접이 아니면 내실있는 신도시가 될 수 없는 데다 비록 교통망이 계획대로 확충된다 해도 인근 대도시로 확산될 교통혼잡은 가공할 형태가 된다. 현재 김포신도시 건설을 두고 반대 목소리를 높이는 서울등 인근 대도시의 입장은 여기서 출발한다.
따라서 건교부는 당초 약속한 자족기능의 이행을 철저히 지켜야 할 것이며 기존 신도시의 시행착오를 반복해서는 안된다. 그리고 김포시는 김포신도시 건설 과정에서 신도시개발계획이 준수되고 있는가와 신도시 개발 과정에서 입주민의 편리성이 우선적으로 고려되고 있는가를 파악해야 한다.
‘김포시민이 참여하는 신도시 개발행정’이 될 수 있도록 건교부와 김포시에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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