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우 위한 나만의 리사이틀


같이 노래 부르며 울고, 울고 나면 시원해
봉사도 재미있게 해야 함께한 모두가 행복 

하루가 바쁘고, 일주일은 더 바쁘다. 월요일은 서도산타령 모임, 화요일은 문화원의 어르신문화학교 연극반 참가, 수요일은 인천에서의 비나리 연습, 목요일엔 대명항배띄우는소리 연습, 금요일은 경기민요 모임, 토요일엔 양촌읍에서의 어머니순찰대 참가. 거기에 틈만 나면 달려가는 요양원 봉사. 웬만한 인기 스타의 일상보다 바쁜 일과다. 여기에 더해 다음달부터는 아들의 사업장에도 나가 일손을 거들어야 한단다. 작은 몸피지만 걸걸한 음색의 목소리로 기운차게 이야기를 이어가는 여장부. 이명옥(60) 황해도 서도소리 김포시지부장의 이야기다.

신명난 어깨춤, 얼쑤
기자가 이명옥 지부장을 처음 본 건 지난 2011년 대명항에서 열린 대명풍물놀이에서다. 여러 풍물팀들이 차례로 나와 한바탕 놀이를 벌이는 대명풍물놀이에서 본 이명옥 지부장. 어찌나 흥겹게 북을 치고 장구를 다루는지 출연한 다른 모든 사람들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어서 한번 본 모습이 쉬 떠나지 않았다.
“대곶에서 태어나 결혼도 양촌에서 하고 한번도 김포를 떠난 적이 없어요. 제가 9남매 중 넷째인데 아버지께서 저희들 숙제 끝내고 나면 죽 돌아가면서 노래를 시켰어요. 어머니가 노래를 좋아하시고 잘 하셨어요.”
재능과 흥을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았는지 이명옥 지부장의 형제들 가운데 둘째 언니가 국악을 전공하는 등 어려서부터 가락에 빠져 지낼 수 있었다.

열정은 나를 움직이는 힘
“우체국에서 오래 근무했어요. 그러다가 우체국을 그만두고 보험영업을 했는데 한 해 연봉이 1억 가까이 벌었지요. 노하우는 별 게 없어요. 보험을 판다기보다 상대방의 말을 들어주고 그들의 아픔을 같이 슬퍼하며 인생의 상담자 노릇을 했던 데 있나 봐요.”
이명옥 지부장은 뭐든지 열심히 해야 직성이 풀린다. 장구 한 번 치는 데도 그냥 치지 않는다. 온몸의 기를 모아 가락에 몸을 싣고 친다. 자연히 얼굴 표정도 남과는 다르게 온갖 표정이 다 나온다. 이러한 열정은 요가, 웃음치료, 구연동화 등 7개 강사자격증을 취득으로 이어졌다.

봉사 가려고 풍물과 민요 배워
“우체국에서 근무할 때인데 어느날 노인 한 분이 손님으로 와서는 저를 보고 ‘얼굴에 화가 차 있으니 오래 살고 싶으면 노래를 크게 불러. 그래야 스트레스가 풀려’라고 하더라고요. 민요를 배우고 싶은 마음도 있던 차에 그 길로 여성회관으로 달려가 등록했어요.”
이렇게 시작한 음악의 세계는 이명옥 지부장을 경기민요 예능전수자, 서도소리 예능이수자, 풍물의 달인으로 이끌었다.
“너무 좋았어요. 신나고. 구성진 가락을 부르다 보면 가슴이 시원해지고 신명나게 장구를 두드리다 보면 세상이 온통 내것인양 느껴졌어요.”

봉사시간만 3천시간, 이명옥의 신나는 음악봉사
“매주 봉사를 다녀요. 혼자서요. 가서는 각설이타령부터 만담, 개그까지 그냥 망가지지요. 제가 망가지면 좋아하시더라고요. 분위기가 무르익으면 민요를 가르쳐서 함께 노래부르고 춤추고 울고 그러지요.”
김포시풍물연합회가 요양원 봉사가는데 함께 가서 소리를 해달라고 부탁한 게 봉사의 시작이 됐다. 이명옥 지부장은 그날부터 예지원, 한별병원 등 아프고 힘든 환자들이 있는 곳을  몇 년씩 찾아간다.
“좋아서 하는 일이예요. 그분들이 즐거워하는 것을 보면 보람도 있고. 다닐 수 있을 때까지 해야 할 일이죠.”

봉사는 희생이지만 배려가 아쉬워
“용강리에 있는 예지원에는 몇 년씩 다녔어요. 아픈 분들 있는데 빈손으로 갈 수도 없고. 차비도 만만치 않고요. 욕심만 갖고 되는 일은 아니예요. 하지만 제 손을 꼭 잡고 또 와달라는 말을 들을 땐 다시 안 찾아갈 수 없더라고요. 그렇지만 저 혼자 경비를 충당하다 보면 끝이 있을 수밖에 없어요. 그게 안타까워요.”봉사를 천직으로 알고 아픈 사람들과 함께 웃고 울며 아픔을 나누는 이명옥 지부장. 그러나 이 지부장 혼자의 힘만으로는, 이 지부장 개인의 희생만으로는 오랜 기간 그들과의 인연을 이어가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김포시 행정 차원이나 뜻있는 기관, 단체의 후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시설에 있는 아픈 분들을 보며 제자신이 많이 배워요. 돌아가신 부모님 생각도 많이 나고요. 어렵지만 끝까지 할 생각입니다.”
자그마한 몸 어디에서 이런 힘이 나오는 것인지 여장부 이명옥 지부장의 앞날에 기쁨만이 가득하길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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