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세가 아니라 일꾼이 되고파


김포에도 이젠 진보정당 의원이 나올 때
아이와 여성이 주인되는 세상 만들어야

2,038표, 득표율 5.4%로 지난 지방선거 시의원 가선거구(고촌, 사우, 풍무)에서 꼴찌를 한 후보. 내심 5천표 달성으로 3등까지 주어지는 시의회 티켓을 노렸지만 역부족으로 눈물을 삼켜야만 했던 사람. 일찍이 사회 변혁과 살맛나는 세상을 만들자고 운동권에 몸담았지만 역시나 제도권의 벽은 높았다. 자신의 일신상 영달과 출세를 위해 선거판에 뛰어든 게 아니라 진정한 지역의 일꾼이 되고 싶다는 사람. 조용히 지난 선거의 패인을 분석하고 다시 한번 내일을 꿈꾸는 안재범(42) 통진당 김포시위원장을 만났다.

귀여움 받던 외동아들, 정의감에 어려운 길 선택

오락가락 비가 와 습하고 끈적끈적해 불쾌감이 느껴지던 더운 날 오후, 시원한 소재의 생활한복 차림으로 나타난 안재범 위원장은 사진에서보다 훨씬 잘 생기고 구김살 없는 환한 표정이었다.

“북변동 근처 서변리에서 태어났어요. 위로 누님 두 분 계시고요.” 외동아들로 태어나서인지 안 위원장의 표정에는 두 번 구속에 오랜 기간 수배 생활을 한 정의의 투사같은 모습보다 친근한 이웃집 총각같은 느낌이다.

“김포고에서 전교 학생회장을 했어요. 그때 스승의 날이 되어 학생들로부터 돈을 걷는데 돈보다도 학생 스스로 마음을 표현할 수 있도록 하자고 한 게 운동의 시초였죠.”

선생님께 선물할 돈을 일괄적으로 학생들에게 강요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느낀 안 위원장은 이를 공론화시켜 마침내 이 관행을 바꾸게 만든다. 얌전하고 평범한 학생 안재범이 부조리에 대한 눈을 뜨게 된 사건이다.

“대학에 들어와 5.18 관련 영상을 처음 보고 충격받았어요. 그동안 제가 알고 있었던 것들이 무너져내린 느낌이었죠. 그래서 역사공부를 하게 됐어요.”

역사와 시대를 공부하며 청년 안재범은 자신에 대한 정체성을 확인하게 되고, 우리 사회에 대한 역사를 인식하게 됐다. 이는 제대로 된 민주주의로, 그동안의 개발과 경쟁으로 대변되는 자본주의를 분배와 평등을 구현하는 사회변혁의 길이라는 형극의 길로 안재범을 이끌었다.

두 번의 구속과 수배로 얻은 전과 2범이라는 훈장

아주대 총학생회장과 경기남부지역 총학생회 연합의장이라는 중책을 맡게 된 안재범. 안 위원장은 김영삼 불법대선자금과 등록금 삭감에 대한 운동 등으로 수배와 도피, 검거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

“제대로 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치러야 했던 영광의 상처죠. 불의 없는 세상, 편향되고 일그러진 우리 사회를 개혁하고 변화시키기 위해서 소리를 낸 것입니다.”

1992년 입학한 대학을 이런 우여곡절 끝에 8학기를 다 채우고도 수업일수 부족과 그에 따른 성적 부진(?)으로  끝내 졸업장을 받지 못하고 수료라는 이름으로 대학문을 나서게 된 게 2001년 30살이 되던 해였다.

시민들이 움직이게 만드는 것이 정치인의 존재 이유

“요즘 정치는 시민은 가만히 있고 정치인만 나서고 있어요. 시민들의 삶을 위한 예산 편성인데 그많은 시의원 중 시민을 대상으로 예산설명회나 공청회 한 번 한 의원이 없어요. 일꾼이 아니라 출세를 하기 위해 의원직을 노리는 사람만이 있습니다.”

대학문을 나선 후 진보정당의 뿌리를 내리기 위해 동분서주하던 안 위원장. 진보정당의 깃발을 들고 시의원에 도전했지만 진입장벽의 높이는 높았다.

“인지도도 낮은 가운데 세월호 참사까지 있어 선거운동할 시간이 없었어요. 물론 제가 노력을 덜한 것이 가장 큰 이유이겠지만 지난 정부와 이번 정부들어 통진당에 대한 비례대표 선출 부정선거 몰아가기, 이석기 의원을 향한 종북놀이 등 진보정당 죽이기 노력 덕분에 돌아선 시민의 마음을 얻는 데 실패한 게 컸다고 생각합니다.”

“진보정치는 생활정치입니다. 방문간호사 해임으로 대표되는 비정규직 문제 해결, 교육혁신지구 지정으로 아이들의 미래와 안전이 중심이 되는 도시를 만들기 위해 출마했습니다. 기존 정당들은 8년 전 12년 전 공약과 이번 선거 때도 똑같은 공약, 개발과 건설 위주의 공약을 들고 나왔습니다. 이것은 주민을 속이는 것이지요. 김포의 발전 정책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김포는 현재 각종 규제에 묶여 있는 도시입니다. 그래도 미래가 있는 곳이 김포이지요. 아이와 여성이 주인이 되는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고자 했습니다.”

이번 선거에서 진보정당 후보자로 외롭게 분투했지만 안 위원장은 예상보다 훨씬 적은 표를 얻는 데 그쳤다.

그래도 희망은 있다. 다시 또 내일을 향해 뛴다

“초기 김포에서 진보정당을 창당할 당시 당원은 50명밖에 안됐어요. 지금은 300명이 넘습니다. 김포를 단순히 보수적인 도시라고 평가할 수 없습니다. 이번 선거는 야권의 완승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김포에도 진보정당 의원이 나올 때가 됐습니다.”

진정한 김포의 일꾼이 되기 위해, 온전히 시민을 위한 정치를 하기 위해 다시 시작하는 안재범 위원장. 4년 뒤 안 위원장의 땀과 정열이 아름다운 결실을 맺기를 기원해 본다.

“아직 총각이라 거리낄 게 없어요. 열심히 뛰겠습니다.” 안 위원장은 주먹을 불끈 쥔다.

-김종훈 기자

 

저작권자 © 김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