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숙희 김포야생화연구회 회장

야생화는 소박하고 질리지 않는 꽃
자생지 훼손은 양심에 어긋나는 일

산과 들에 흔하게 피어 있는 야생화. 야생화는 화려하지도 자랑하지도 않고 작은 꽃망울로 소박하게 자리잡고 앉아 벌과 나비를 유혹하지 않고 찾아오기만을 기다리는 들꽃이다.

이러한 들꽃에 시쳇말로 꽂혀 야생화 보급에 온 정열을 불태우는 권숙희(54) 야생화연구회 회장. 지난 3일 제2회 야생화전시회를 성황리에 마친 권 회장을 만나보았다.

야생화를 위해 태어난 사람

“남과는 달리 야생화에 대한 기억장치가 있나 봐요. 신기하게 이름도 빨리 외워지고 꽃향기도 한번 맡으면 쉽게 잊혀지지 않아요.”

대명리에서 태어난 권숙희 회장은 어릴 적 뒷산에 널려있는 야생화를 보며, 향기를 맡으며 온산을 뛰놀며 자랐다.

“어릴 적부터 야생화에 많이 끌렸어요. 화려하지 않은 모습이 더 정겨웠고, 봄이 오면 할미꽃 보러 일부러 산에 오르기도 했어요. 야생화는 소박한 모습이어선지 아무리 봐도 질리지 않아요. 사시사철 다양한 야생화를 보면 요즘 유행하는 말로 마음이 힐링돼요.”

들에 흔하게 피는 꽃이지만 수수알 크기의 작은 꽃봉오리와 은은한 향기에 빠지지 않을 수 없다는 권 회장이다.

야생화 키우려 고향으로 돌아와

“아파트 베란다에 야생화 화분 300개 정도를 키웠어요. 집 전체가 야생화 꽃밭이었지요. 처음엔 야생화를 키우는 사람이 있는지조차 몰랐지요. 수소문해 보니 야생화만 전문적으로 파는 화원이 있더라고요. 전화로 물어물어 야생화를 구입하러 다녔죠.”

결혼 후 서울에서 살던 권 회장은 어릴 적 좋아하던 야생화를 키우기 위해 발품을 팔았다. 양재동으로 고양으로 김포로. 야생화에 관심 있는 사람이 그래도 좀 있던지 야생화만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화원이 있었다.

“어릴 적 꿈이 어느 정도 나이가 들면 전원생활하는 거였어요. 마침 야생화 화분이 300개에 이르자 대명리 친정에 맡겼어요. 1년쯤 맡겨 두었을 거예요. 그러다 서울 생활을 접고 아예 김포에 화원을 차렸지요. 좋아하는 야생화를 업으로 하니 더욱 좋아요. 힘은 들고 경제적으로 도움은 아직 잘 안되지만.”

야생화 보급 위해 정열 쏟아

“예상 외로 야생화 매니아들이 많이 있어요. 이렇게 좋은 것을 주위에도 많이 알리고 싶어 단골손님들과 야생화연구회를 조직했어요. 한 달에 한 번 정도 정기모임을 갖고 야생화 키우는 정보도 공유하고 소식지도 발간하고 있어요.”

2009년 김포야생화연구회를 조직한 권 회장. 권 회장은 어린 학생부터 어르신에 이르기까지 야생화를 널리 보급해서 김포 전역을 야생화 천국으로 만드는 게 꿈이다.

“야생화는 들과 산에 저절로 자라 기르기 쉬울 것 같지만 의외로 알아야 할 게 많아요. 그 꽃이 햇빛을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물을 많이 주어야 하는지 적게 주어야 하는지 등 꽃마다 성질이 다르죠.”

권숙희 회장은 방과후학교에 나가 꽃과 숲에 대한 수업도 하고 회원들과 모은 회비로 소식지도 발간하며 야생화 보급에 힘을 쏟고 있다. 야생화 전시회는 사람들에게 야생화의 아름다움을 직접 전할 수 있어 권 회장이 심혈을 기울여 하는 작업이다.

“꽃 하나 2,000원이면 살 수 있는데 굳이 산에 올라가 캐오는 사람들이 있어요. 산에서 자라는 꽃을 집에 가져오면 다 죽어요. 환경이 다르거든요. 자생지 훼손은 정말 양심에 어긋나는 일이예요.” 권 회장은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을 보며 안타까운 마음을 표한다.

야생화를 좀더 이쁘게 보이려고 화분 하나에도 신경을 쓰는 권 회장. 일찍이 시작한 도예와 수묵화 실력으로 도자기 화분을 직접 만든다. 도예와 수묵화는 전시회를 열 정도의 실력자다.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할미꽃처럼 은은한 향기를 발산하는 권 회장. 김포 곳곳이 야생화로 아름답게 꾸며질 그날을 기다려본다.

김종훈 기자

해당화. 꽃말은 '산뜻한 미소'. 향기가 좋아 꽃은 향수원료로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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