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경환기업 정용진 대표

어느 중소기업인의 하소연

40년을 외길을 달렸다. 기계작업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경환기업 장용진 사장<사진>은 철을 다루는 사람답지 않게 해맑은 사람이다. 40년 동안의 ‘철의 인생’은 성실함으로 버틴 삶이다.

“욕심 없습니다. 직원들과 함께 먹고살면 되는 겁니다. 욕심 부린다고 되는 일이 세상에 얼마나 있겠습니까” 정 사장은 회사를 운영하면서 그렇게 욕심을 버렸다.

한때 경환기업도 일본의 미쓰비시를 비롯해 굴지의 회사에 납품을 하기도 했다. 지금도 국내 대기업에 납품을 하고 있지만 재미가 없다고 한다. 경환기업이 생산하는 제품은 변압기 외함(外函)이다. 일명 대형변압기 케이스를 말한다. 이 케이스 역시 단순한 외피 차원의 가공품이 아니다. 변압기 온도를 유지하고 기름이 유출되지 않도록 하는 전문성이 필요한 부분이다.

경환기업이 생산하는 제품은 완제품이 되어 말레이시아 등 전량 해외에 수출된다. 중소기업의 노하우와 기술력이 없이는 우리나라 대기업들의 제품 완성은 사실상 어렵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중소기업의 어려움은 열심히 일한 댓가만큼 이윤이 남지 않은 데도 있지만, 대기업 자신들의 잘못을 중소기업에 떠넘기는 횡포도 심하다.

정용진 사장은 “전량 해외에 수출되어 국익을 자랑하고 있지만, 중소기업들의 어려움은 갈수록 커지고 있는 실정이어서 안타깝다”고 말한다. 대기업 중심의 산업구조와 경제현실은 최소한의 이윤만을 보장하고 있다. 그리고 대부분의 하자책임을 중소기업에게 전가하고 있는 게 우리나라 현주소라는 것. 대기업 중심의 경제질서와 대기업 횡포가 근절되지 않는 한 중소기업의 발전과 기술지키기란 사실상 어렵다는 것이다.

경환기업 역시 해외에 나가기 전 모든 제품이 검사를 통과해야만 수출되지만, 해외에서 하자가 생기면 중소기업이 해외까지 장비를 구비해 가서 하자처리를 해야 하는 형편이다. 그나마 조금씩 남았던 이윤은 고스란히 하자보수에 쏟아붓게 되고 그래서 손해를 보는 경우가 허다하다. 하자책임을 논할 분위기도 아니고 다음 작업을 생각해 억울함을 호소할 수도 없다.

학운리에서 15년을 공장을 운영하는 정용진 사장 역시 학운3산단 개발로 인해 공장을 이전해야 할 상황이다. 겨우 빚을 갚았는데 또 빚을 내야할 상황이다. 아니면 임대 공장으로 이전해야 한다. “공장 하나를 이전하고 짓는 데는 단순한 돈문제 만이 아닌, 신경을 써야 하고 작업라인을 재구비하는 등의 수많은 보이지 않은 손들이 수없이 필요합니다. 우리 기업들은 제발 사업에만 전념하도록 빨리 대체부지라도 만들어 주면 더 이상 바랄 게 없겠습니다.”

중소기업가들의 하소연은 어디까지 이어질까. 해맑은 정용진 사장의 얼굴에 또 그늘이 끼지 않기를 바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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