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필하모닉 단장 기영호

다른 악기를 포용하고 조율하는 오케스트라의 신사 바순
바순 닮은 기영호 단장, 열정으로 김포 클래식 이끈다

돈 많은 사람들의 취미생활 정도로만 인식된 클래식 음악. 더욱이 웬만한 중소도시에는 그림의 떡일 정도로 존재조차 희미한 것이 클래식 음악 연주단인 오케스트라다. 오케스트라는 각 파트별 전문 악기 연주가 필요하고 이들을 조율할 지휘자, 살림을 도맡아 할 단장 등 여러 사람이 필요한 프로들의 집단으로, 조그마한 도시에서는 꿈조차 꾸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러한 오케스트라를 일찍이 김포에서 조직해, 각고의 노력과 헌신 끝에 화려하게 꽃피우며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김포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단장 기영호(47). 마침 지난 4월 1일 김포시민의 날에 그동안의 공로를 인정받아 김포시문화상을 수상했다는 소식이 있어 만나보았다.

어린이부터 성인까지 아우르는 시스템 개발

“프리스쿨, 주니어필, 유스필, 김포필 이렇게 4단계 오케스트라를 구성했어요. 프리스쿨은 입문 단계인 초등학교 저학년으로 구성된 것이고, 주니어필은 초등학생과 중학생으로, 유스필은 고등학생과 대학생 등 음악 전공자로 구성되어 있지요. 이렇게 각 단계에서 활동한 학생들이 전문 연주자로 성장하게 되면 김포필하모닉 연주자로 활동하게 되는 구조이지요.”

세계 최고의 인기와 수익을 올리는 유럽의 축구. 이 축구 클럽에는 화수분처럼 선수들을 공급해주는 유소년 클럽이 있다. 소질있는 어린 선수들을 뽑아 선진 기술을 습득케 하고 이들이 자라나 빅리그로 올라가는 구조다. 이 시스템을 음악에 접목시킨 것이다.

“이렇게 체계적으로 한 도시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만든 경우는 거의 없어요. 외부에서도 이 시스템을 벤치마킹하러 많이들 오세요.”

잘 하고 재미 있는 음악을 하다보면 앞서 활동하는 선배들을 보면서 동기부여도 되고 자극제도 돼 어린아이들의 실력도 쑥쑥 는다.

“오케스트라는 경연대회가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어릴 때부터 트레이닝받은 우리 애들의 실력이 국내 최고라는 객관적인 평가입니다. 예원학교에 진학하는 애들도 매년 한두 명씩 있고요.”

맨주먹으로 김포필하모닉 창단

2001년 음악과 신앙에서 스승이자 대부인 송영철 선생의 권유로 잘 나가던 오케스트라 바순 연주자이던 기 단장은 김포에 오케스트라를 창단하기로 마음먹고 김포에 정착한다.

“다른 도시는 시립으로 오케스트라를 조직하는데 김포는 그런 지원은 기대할 수도 없었어요. 월급도 없는 단원을 모으느라 무척 고생했지요. 동료, 선후배를 간청해 모아서 창단했어요.”

클래식 음악의 불모지였던 당시 김포. 기 단장은 김포시로부터 단원들 연주수당 정도의 지원만 약속받고 김포필을 창단했다. 열정어린 노력 끝에 60명의 단원으로 출발한 김포필. 열악한 여건이었지만 년 8회 공연을 통해 시민들에게 클래식 음악을 선보이며 열렬한 환호를 받았다.

실력보다 열정이 있을 때 성장 가능성 커

“김포에 와서 음악생활을 할 때 처음부터 어린 학생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생각하고 있었어요. 어린아이들이 있어야 장래 김포의 클래식이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요.”

김포필하모닉을 성공적으로 창단한 기 단장은 1년 후인 2002년 어린이 오케스트라인 유스필을 창단한다.

“처음에는 20명으로 시작했어요. 매년 2회 발표회를 하고 방학 때는 음악캠프를 하고 있지요. 열정을 가지고 즐겁게 노력하니 실력도 무섭게 느는 게 보이죠. 아이들을 보고 있으면 정말 보람을 느껴요. 제게는 가족같은 아이들입니다.”

성인 오케스트라와 어린이 오케스트라 중 꼭 하나만 짚어 선택하라고 한다면 주저없이 어린이를 택하겠다는 기 단장. 이유는 가족과 같아서란다. 가족은 버릴 수 없으니까.

바순의 포용력처럼 오케스트라를 조율한다

일찍이 어려서부터 클래식 음악에 심취한 기영호 단장. 기 단장은 고교시절 기악부에 들어가 바순을 처음 접하고 그 매력에 빠져 대학에서 바순을 전공했다.

“처음에 저는 트럼펫이 마음에 들었는데 선생님이 바순을 권하셔서 하게 됐어요. 그런데 바순은 저하고 성격이 맞는 거 같아요. 궁합이 맞는다고 해야 하나. 바순은 저음의 소리를 내는 악기지만 천의 소리를 가지고 있어 다양한 소리를 가지고 있지요. 오케스트라의 신사라는 별명처럼 다른 악기를 잘 뒷받침해 주는 악기라 오케스트라에서는 없어서는 안되는 악기죠. 신기한 게 연주자는 자기의 악기따라 성격도 그렇게 형성되더군요.”

다른 악기의 소리가 잘 어우러지게 도와주는 바순. 바순처럼 기 단장 또한 수많은 단원들을 조율하고 포용하는 단장직을 맡아 김포필을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다.

김포에 대한 사랑, 하지만 열악한 지원은 아쉬워

“김포라는 이름만 빼면 아낌없는 지원을 해주겠다는 방송국과 회사의 제안이 있었지만 거절했어요. 김포는 제가 단순한 연주자에서 아이들과 함께 꿈을 꿀 수 있게 해준 곳이예요. 하지만 지금처럼 열악한 지원 아래서는 아이들의 꿈을 이루기에 너무 힘들지요.”

읍면동을 돌며 찾아가는 음악회도 열고, 아픈 환자들을 위해 매월 병원을 찾아 연주회를 여는 기영호 단장. 이제야 기 단장의 공을 깨닫고 상장 하나 준 김포시. 상장보다 중요한 건 김포문화를 위해 애쓰는 기 단장과 오케스트라를 위한 확실한 지원이 아닐까. 5월의 신부를 맞아 가정을 이루게 된 기 단장의 앞날에 축복과 열렬한 응원을 보낸다.

김종훈 기자

저작권자 © 김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