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비 등 이전비 절반만 받으라는 LH·인천도개公
김포 학운산단 이전 앞둔 경신금속 대표의 절규

"작년 9월이면 김포 학운산단으로 이전됐을 공장 설비가 아직도 인천에 있습니다. 이전비가 5억이 넘는데 2억만 준다니 이사할 엄두가 나겠습니까?"

정밀주조 전문업체 경신금속의 이규식 대표이사<사진>. 2003년 인천 서구 원당동에 터를 잡은 뒤 직원과 설비를 늘려가며 건실하게 회사를 일궈냈다. 특히 제품의 품질에 회사의 미래가 달려 있다는 신념 아래 자동화 시스템은 물론, 고가의 장비도 타 업체보다 먼저 도입해 업계를 선도해 왔다.

그러던 중 2006년 정부에서 검단신도시개발사업이 발표됐다. 한국토지주택공사(이하 LH)와 인천도시개발공사(이하 인천도개공)가 인천 서구 마전·불로·당하·원당동 일대 11.2k㎡를 개발해 총 7만800가구 규모의 신도시를 조성한다는 계획이었다.

"일에 몰두하느라 계획 발표를 나중에야 알았습니다. 하지만 나라에서 하는 일을 우리가 막을 수도 없고, 당장 이전되는 것도 아니고 해서 우선은 회사를 키우는데 집중했습니다. 그러다 보상이니 뭐니 얘기가 나오기 시작하고, 공장부지를 물색하던 중 김포시의 학운산업단지 조성 소식을 듣고 이전을 결심했습니다."

그 뒤로도 일이 술술 풀리는 듯했다. 하지만 토지보상부터 막히기 시작했다. "LH와 인천도개공이 땅을 우격다짐으로 싸게 매입했습니다. 이 근처에서 기업하던 업체들이 모두 비슷한 일을 겪었습니다."

무엇보다 이규식 대표가 가장 답답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공장의 이전비다. "눈물을 먹음고 토지보상에 합의했습니다. 하지만 이전비 문제는 물러설 수가 없습니다. 전문업체 여러곳에서 견적을 받아 제시했는데 반값도 안 주면서 이사를 가랍니다. 장치업체 특성상 설비를 해체하고 이전하고 다시 설치하는 데에 비용이 많이 들어갑니다. 단순한 이사가 아니에요. 5억정도 견적이 나왔는데 2억만 받고 이사하랍니다. LH가 돈이 없고 인천도개공은 더 없답니다. 그렇다고 반값도 안되는 돈으로는 이사를 할 수 없습니다. 오죽하면 LH에 이전설치해달라고 요구를 했겠습니까? 근처의 한 회사는 10억이 넘는 외국산 동파이프 압연기를 옮겨야하는데 거기도 이전비보상이 형편없습니다. 그들의 눈에는 고철로 보이나 봅니다. 우리 직원들에게는 생존인데 말이죠." 

통상 국가기관, 공기업, 민간기업 등에서 공익을 위해 하는 모든 사업을 공익사업이라고 한다. 해당 지구에 대한 토지 등을 매수하고, 매도하는 소유자는 그에 대한 보상을 받게된다. 이것이 '손실보상'이다. 자경농이나 기업은 일을 계속해야하기에 이전을 위해 보상 전 은행 대출을 받아 대토(代土)를 하거나 이전부지를 매입한 뒤 보상을 기다린다.

하지만 검단신도시와 김포한강신도시의 사례처럼 많게는 수백만원씩 이자를 물어야 하고, 최근에는 부동산경기 침체로 대토와 이전지의 땅값이 30~40%씩 떨어지며 상환부담의 이중고를 겪고 있다. 누군가에게는 공익사업인지 몰라도 해당 지구 사람들에게는 공익사업이 아닌 결과가 돌아오고 있다.        

이규식 대표는 다시 한번 정부에 되물었다. "정부, LH, 인천도시개발공사가 원해서 신도시를 하는 겁니다. 정부 시책으로 어쩔수 없이 이전하지만 이전비만큼은 현실적으로 정확히 줘야합니다. 더 달라는 것도 아니고, 이전해서 사업할 수 있게만 해달라는 건데 그것도 안됩니까? 기업하기 좋은 나라는 어느 나라의 얘기입니까? 이제 김포의 산업단지에 자리를 잡으면 이사 않고 주민들 일자리 늘려가며 안정적인 사업을 하고 싶습니다. 그 것 뿐입니다."

최구길 기자

저작권자 © 김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