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두 닦으며 노숙자 돌보는 이용호 씨

14번 쫓겨나며 자리 잡아
노숙자들 찾아가 밥 대접



구두를 닦는 것을 한 때 사금(砂金)한다고 불린 시절이 있었다. 금을 캐는 사금작업처럼 돈벌이가 좋았다는 의미다.

공설운동장 사거리 우리은행 앞 1평 남짓한 구둣방. 이곳 작은 컨테이너는 이용호(59세) 씨의 삶의 터전이다. 이 좁은 곳에서 이 씨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자리를 지킨다. 여름 더위와 싸우고 겨울 추위를 견디며 구두를 닦고 열쇠를 깎으며 하루를 난다.

이 씨는 5남 2녀 중 셋째로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났다. 그러나 어릴 때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형제간 불화가 생기며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안정된 직업이 없던 이용호 씨는 우연한 기회에 후배의 권유로 구두닦이를 시작했다. 그러나 무허가 건물이라는 이유로 김포에 들어와서 자리잡기까지 14번이나 쫓겨났다.

이런저런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그는 꺾이지 않았다. 그런 이 씨의 모습을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도움을 줬다. "내가 많이 힘들 때 탄원서를 대신 작성해 주신 고마운 분들에서부터 시청의 시장님께 어려운 여건을 이해시켜 주신 분 등 좋으신 분이 계셨기 때문에 오늘의 여기에 있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는 항상 감사한 마음으로 어려운 이웃을 돌보고 있다.

김포지역의 구두 닦는 사람들은 이 씨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무허가 건물에서 하루하루를 일하고 있다. 이용호 씨의 소망은 구두 닦는 일이 허가가 나서 합법적으로 일하는 것이다. 이용호 씨는 "구두 닦는 일이 합법이 된다면 김포지역 구두 닦는 사람끼리 화합해서 어려운 사람들을 정기적으로 돕고 싶다"고 밝혔다.

이 씨는 서대문이나 종로, 청량리 쪽으로 노숙자들을 만나러 나간다. 그들에게 술대신 밥을 사고 온다. "그들은 술을 사주길 원하지만 술보다는 밥을 사주고 온다. 내가 만나는 노숙자들 중에서 단 한 사람이라도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온다면 그걸로 만족할 것"이란다.

이 씨의 희망은 역시 가족이다. "내가 결혼을 40세에 했어요. 늦게 얻은 아들이 말썽을 많이 피웠지만 지금은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선교원에 들어가 공부를 열심히 합니다"라며 "말썽 피우던 아들이 지금은 오히려 아버지인 나를 이끌어 주려고 하는 모습이 가장 보람된다"고 말했다.

"우리 아들이 외국어를 공부해 글로벌 리더가 되고 싶어 합니다. 또 상처받은 사람들을 돕는 사람이 되고 싶어 합니다. 이런 아들을 뒷받침 할 수 있는 아버지가 되고 싶습니다" 지금 어머님이 많이 편찮으셔서 요양원으로 모시기로 결정했다며 "어머님이 요양원에서 편하게 계셨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나는 죽지 않습니다. 나에게도 꿈이 있기 때문입니다"라고 말하며 웃는 그의 모습에는 굴곡진 삶의 그늘보다 앞으로 이루어야 할 꿈과 포부가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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