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예가 변선녀 씨 - 그릇 빚기 20년… 바쁘게 사는 그녀의 일상


"공예는 마음의 힐링, 이쁜 맘에 이쁜 그릇"


변선녀. 42세. 착할 선 계집 녀. "착한 여자 콤플렉스가 있어요. 이름 덕분에 착하게 살아야만 할 거 같아서요(웃음)" 반갑게 기자 일행을 맞아주고 따뜻한 커피를 타 건네주던 선녀 씨의 첫마디가 착한 여자 콤플렉스다. "착하게 보이고, 착하게 살다가 손해를 좀 많이 봤어요. 그래도 나쁜 여자는 되기 싫어요."

착한 여자가 아니라 천상 선녀다. 자그마한 몸집에 안경너머 반짝이는 눈동자. 사우동 보건소 뒤편 그녀의 공방으로 찾아가 만난 선녀 씨는 날개가 무거워 잘 날지 못할 거 같은 자그마한 선녀였다. 그래서일까? 이른 봄 자그마한 꽃망울에서 그윽한 향기를 뽐내는 매화를 닮았다고 선녀 씨의 선생님이 매당(梅堂)이라는 아호를 주셨다.

강원도 정선에서 여고를 졸업할 때까지 그곳에서 산과 강과 함께 지내던 선녀 씨는 그림그리기를 좋아하던 꿈많은 소녀였다. "제가 공부를 좀 잘했으면 미대에서 그림을 전공했을 텐데. 커트라인이 조금 떨어지는 공예과에 진학해서 지금까지 도자기 구워요." 그러나 선녀 씨는 도자기에 특유의 그림 솜씨를 접목시켜 민화와 사군자를 그려넣은 도자기를 만든다.

자그마한 체구에도 처음에는 일생일대의 작품을 만드느라 큰 규모의 작품에 빠지기도 했었다. 지금은 흙 반죽이 제대로 된 제품이 판매되고 있어 사다가 쓰면 돼 힘들 일이 별로 없지만 도예를 시작할 당시만 해도 반죽하랴 물레 돌리랴 큰 작품하기에는 체력이 달렸지만 이 악물고 덤벼들어 선생님께 칭찬도 받았단다.

도예에 바친 20년 세월, 선녀 씨는 요즈음엔 찻잔, 꽃병, 타일 등 아기자기하고 실생활에 꼭 필요한 생활자기를 열심히 만들고 있다. "신기해요. 주문 제작도 하지만 그냥 흥에 겨워 열심히 도자기를 만들어 쌓아 놓다 보면 알음알음 사람들이 찾아와 하나씩 사가고 그러다보면 공방이 이렇게 훤히 비워져요."

무엇을 만들까 열심히 고민도 하고, 하루종일 시간을 쏟아부어 도자기 위에 정성껏 그림을 그려넣은 뒤 가마 속에 집어 넣으면 그게 바로 행복이다. "그릇 만드는 게 바로 제 자신을 위한 힐링의 시간이에요. 물레를 돌리면서 미운 사람 덕분에 화를 내기도 하지만 그렇게 만들면 그릇이 안 이쁘게 나와요. 이쁜 그릇 만들려면 내 마음이 행복해야 해요."

"제 꿈이요? 히히. 별거 없어요. 그냥 이렇게 이쁜 그릇 열심히 만들면서 돈 많이 벌고 싶어요. 돈 많이 벌면 제 주위의 이쁜 사람들 술 많이 사주고 싶어요." 선녀 씨는 마음도 곱다. 사람들 만나 수다떨고 소주잔 기울이는 것이 취미고 특기다. 유치원에도 나가고 방과후 학교에도 나가 도예강의하랴 작품 만들랴 몸이 바쁘다.

몸이 바쁜 것 만큼 벌이는 아직 시원찮단다. 언젠가 사랑과 영혼이라는 영화가 공전의 히트를 친 적이 있다. 그 영화에 나오는 주인공들의 물레 돌리는 장면. 이 장면 덕에 도예 붐이 일었다.

한동안 선녀 씨는 일주일에 대여섯 학교를 찾아다니며 어린학생들을 앞에 두고 강의를 했다. 요즈음에는 유행이 지났는지 열기가 식었는지 참석하는 학생들이 전보다는 많이 줄었지만. 그래도 많은 주부들이 배우고 싶어하고 만들고 싶은 1순위 취미 생활이 도자기다. 덕분에 선녀 씨는 강의도 하고 작품도 팔고 바쁘게 산다.

"전 영원한 기능인이에요. 작가가 아니고." 겸손의 말이 아니다. 선녀 씨는 역사에 길이 남겨질 예술작품을 남기는 것에는 관심이 없다. 많은 사람들이 실생활에 사용하면서 부담없는 가격에 구입이 가능한 도자기를 만들어 나가는 게 선녀 씨의 원칙이다.

부자 되라고 만복이, 만석이. 착하게 살라고 선녀, 선희… 한학하시던 큰아버지가 선녀 씨 형제들에게 지어준 이름이다. 물 좋고 공기 맑은 정선에서 태어나고 자라 결혼과 함께 김포에 자리잡은 선녀 씨. 김포에 뿌리내려 이제는 김포사람이 다됐다며 김포에 마당 넓은 이쁜 2층집 짓고 아래층엔 도예공방을 만들어 작품도 만들고 어려운 학생들에게 도예도 가르치고 싶은 선녀 씨.

돈 많이 벌어 지인들에게 마음껏 소주도 사고싶은 선녀 씨. 선녀 씨의 소망이 갑오년 새해에는 모두 다 이루어지길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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