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재훈 몽골국제대학원장
한국교통연구원장(차관급)을 역임하고 코이카를 통해 3년 전부터 몽골과 인연을 맺은 뒤 현재는 몽골국제대학교 트루먼 행정대학원장을 맡고 있는 강재홍 박사를 만나 몽골의 현주소와 전망을 들었다. <편집자 주>


대중교통 미흡… 자가용 급증으로 악순환
몽골을 대륙의 제3의 공간으로 만들 때
투자는 신중하고 철저한 현지화 필요해



-언제부터 몽골과 인연을 맺게 됐습니까
코이카 소속으로 2010년 말부터 최근까지 몽골 교통부 자문역으로 일해 왔습니다. 원래는 건설교통(도시개발)부였지만, 작년 총선 이후 정부조직 개편으로 건설과 교통이 분리되었습니다. 가족과 함께 이주하였고, 몽골국제대(MIU) 행정대학원에서 강의를 하기도 합니다.

- 한국교통연구원장 출신으로 교통에 대한 몽골에서의 역할은 무엇입니까
몽골은 13세기의 전통과 21세기의 현대가 공존하는 아주 특별한 나라라고 합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속성장을 구가하고 있는 몽골이지만, 역시 세계에서 가장 큰 내륙국가라는 한계를 안고 있습니다. 그래서, 교통물류 인프라 개발과 제3의 통로 개척을 위한 국제협력은 몽골의 미래를 좌우할 절대 절명의 과제라 하겠습니다. 특히 중국과 러시아 두 강대국에 둘러싸인 입장에서 새로운 협력의 파트너로 '형제국가(우랄민족)' 한국의 역할이 지대하다고 봅니다.

- 몽골의 수도인 울란바토르의 교통사정이 대단히 어렵던데 언제부터 이렇게 악화됐나요
울란바토르는 4개의 성산(聖山)에 둘러싸인 분지이며, 해발 1,400미터의 고지에 위치해 있습니다. 제가 몽골에 부임한 이래 지난 3년간 약 2배의 차량증가가 있었는데, 지금의 도시형태와 공간구조는 급격한 도시팽창을 수용하기 어렵게 되어 있습니다. 최근 민주당 정권이 집권하고, 신임 시장의 노력으로 도로포장, 교통관리 등에서 많은 변화가 있지만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한 실정입니다.

- 몽골정부의 교통대책과 박사님이 생각하시는 대책은
몽골은 남한의 15배가 되는 광대한 면적에 엄청난 지하자원(세계 7대 자원부국)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3백만이 채 안되는 인구 가운에 절반 가까이가 수도인 울란바토르에 밀집해 있는 형국입니다. 그래서 '과밀'과 '과소'의 문제가 교통물류 인프라 계획의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먼저 도시의 경우, 대중교통 이용률 (수송분담률)이 60퍼센트라 할 정도로 매우 높은 반면에, 실제 운행하는 대중교통수단, 즉 버스의 숫자는 그다지 많지 않아서 서민들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고, 이는 다시 '자가용' 교통으로의 전이와 같은 악순환의 고리를 의미하는 것입니다.

- 몽골정부도 도시철도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추진현황 및 계획은
시 당국에서는 지하철건설 계획을 얘기하고 있지만, 여러가지 이유로 이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대신에 도시를 관통하는 기존철도를 경전철화하여 이용하는 방안을 여러번 제시하였으나 여의치 않았습니다. 지금은 도시 주요 거점에 환승복합시설 건설을 제안하는 중인데, 버스중심의 대중교통이나 지상전차와 같은 대안이 더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 일본 자본의 영향이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한국과 다른 점은 무엇입니까
일본의 경제 규모가 우리와 다르고, 일본이나 중국의 경우 눈에 띄는 큰 프로젝트를 하여 우리의 노력을 무색하게 만드는 경향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태양의 도로'나 '태양의 다리' 같은 중요한 인프라사업은 몽골 국민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킨 사업이자 성과입니다. 일본에게 있어서 몽골이 지정학적으로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감안한다고 해도, 최근 양국의 긴밀한 밀월(?)관계는 한국의 입장에서 가히 우려할 만한 정도가 아닌가 싶은 것이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우리나라도 몽골을 여러나라 중의 하나가 아닌, 특수성을 감안하여세밀하고 구체적인 도움과 함께 상징적이고 국가적인 프로젝트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 한국자동차가 주류를 이루다 지금은 일본자동차로 대부분 교체된 것으로 압니다.
  이유는 무엇인가요.
한때, 현대자동차 회장께서 몽골에 오면 흡족해 했다고 들었는데 지금은 반대편에 운전석이 있는 일본자동차가 승용차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중고자동차는 아무래도 좋다는 방심의 결과가 아닌가 싶기도 하고, 교통분야에서 외연확대와 무한한 성장 가능성을 스스로 포기한 듯하여 아쉽게 생각합니다.

- 한국 교민사회의 분위기는? 과제는
몽골은 여러모로 한국에게 '기회의 땅'입니다. 지금은 중소기업이 자발적으로 알아서 뛰는 입장이지만, 이것이 한국의 대기업들에까지 확대되어 침체된 한국경제를 살리는 대외적인 활로가 되었으면 합니다. 최근 몽골경제가 광물자원개발과 수출쪽에 차질을 빚고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다시 좋아질 것으로 보이고, 다시 예전의 무지갯빛 경제개발로 이어지길 기대합니다. 몽골이 부르는 한국의 이름이 '솔롱고스'인데, 이는 무지개를 뜻하기도 합니다.

-한국 투자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은. 앞으로 한몽 관계를 위해 하시고 싶은 말씀은
때로 먼지가 날리는 초원에서 미국의 서부개척시대 클린트 이스트우드 나오는 영화의 한 장면을 봅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고도성장의 한 가운데서 무언가 개인의 특장을 현지에 적용할 수 있다면 가장 좋겠고, 주식투자를 포함해서 전반적으로 지금이 투자의 적기라고 보여집니다. 다만, 성급한 판단을 자제하고 치밀하고 계획적인 현지화를 전제로 투자를 권유합니다. 몽골은 외국인 투자를 위한 여러가지 좋은 여건과 장치를 구비하고 있습니다.

몽골은 국가적 차원에서도 유라시아 대륙의 중심이 될 수 있는 중요한 나라입니다. 과거 노무현 대통령시절에 논의된 적이 있는 '동몽골 개발사업', 최근 다시 부각되고 있는 북한의 나진항과 한, 러 경제협력과 대륙교통망과 같은 프로젝트들을 통해 몽골을 남북한 화해협력, 공생번영의 제 3의 공간으로 만들어 갔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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