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좌진 박사 예비역 준장
준비가 돼 있으면 우환이 없다.
평화를 위해 전쟁을 대비해야!



1950년 6월 25일 북괴군의 불법남침으로 국군이 낙동강까지 후퇴하여 나라의 존폐가 달렸던 위기에서 인천상륙작전을 주도했던 미국의 더글라스 맥아더(General Douglas Mac Arthur) 장군은 회고록에서 "군인은 그 누구보다 평화를 기원한다.

그들은 전쟁으로 인해 가장 깊은 상처를 입고, 고통을 겪어야 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하였다. 또한 1998년 유고슬라비아 연방 코소보의 해방전쟁에서 고통과 시련을 겪은 난민들은 "전쟁을 경험해 본 사람들 만이 평화의 진정한 의미를 알 수 있다"고 하였다.

올해는 6.25전쟁의 총성이 멎은 지 60주년이다. 국가보훈처에서는 보훈의 달을 맞이하여 한국전쟁과 베트남전쟁에 참전한 용사들께서 겪었던 전투현장의 실상과 고난의 체험 등 참전수기를 공모했다.

이 행사에 필자가 심사위원으로 참가하여 58명의 수기를 일주일 동안 주야로 하나하나 탐독하며 우수작품을 선정하였다.

적게는 60대 종반 많게는 90대 초반까지 참전수기에 참여하신 어르신네들은 몇 달 며칠을 두고 몽당연필을 잡고, 가물거리는 옛 추억을 더듬으며 한 줄 한 줄 전쟁의 이야기를 이어갔다. 한 맺힌 원한과 비극, 그리고 슬픔과 고통으로 얼룩진 피와 땀이 배어난 모습을 바라보는 듯하였다.

우리나라가 전쟁준비 없이 맞이한 6.25인지라 3일 만에 수도가 침략당하고, 낙동강까지 밀려갔던 비참한 전투현장에서 총탄 하나도 제대로 가지지 못하고 훈련도 충분히 받지 못한 중학생들이 학도병으로 지원 입대하여 갖은 지략과 계략으로 승패를 번갈아가며 북한까지 공격했던 이야기, 한 달 후 결혼을 앞둔 채 지원 입대하여 생사의 전쟁터에서 싸우다가 중공군의 인해전술로 뿔뿔이 흩어져 허기진 배를 시냇물로 채우며 남쪽으로 철수를 하여야만 했던 총각 군인은 머리가 백발이 되어 결혼을 앞두고 헤어졌던 연인과 만나 한을 달랬던 슬픈 이야기는 필자의 가슴을 찡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필자는 재직 중인 대학에서 대학생들에게 참전수기를 하나씩 나누어주고 한 시간 동안 읽고 소감발표토록 하고 대학생들의 표정과 태도에 큰 관심을 가지고 관찰을 하였다. 과연 대학생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전체가 똑같지는 않겠지만 일반적으로 어른들이 생각하는 관점과는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 이유는 바로 이것이다.

첫째, 전쟁을 경험해 본 적이 없는 자는 전쟁이 매력적이다. 격세유전(隔世遺戰)이라는 말이 있다. 이는 1세기가 지나면 전쟁이 난다는 말이 있다. 전쟁세대가 지나면 손자시대에 전쟁이 일어난다는 말을 실감하였다. 에라스무스(Erasmus)는 "경험해 본 적이 없는 자에게 전쟁은 매력적으로 보인다"라고 말한다.

요즘 젊은이들에게 보릿고개 이야기를 하면 남의 나라에서 일어나는 것처럼 말하고, 6.25전쟁 이야기를 하면 다른 나라에서 일어난 것처럼 생각하는 것이 오늘날의 젊은이의 사고방식이 아닌가 생각한다. 호라티우스(Horace)의 "현명한 국민이라면 평화로울 때 전쟁을 대비한다" 말처럼 우리나라의 젊은이들이 현명한 국민이 되도록 이끌어 갈 책임도 우리에게 있다.

둘째, 물질적인 개인주의의 확산결과이다. 우리나라가 거듭된 전쟁으로 피폐된 삶에서 배고파 허덕이며 고생을 대물림하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이웃보다는 나를 먼저 생각하고, 나라보다는 내 집부터 챙기는 물질만능주의와 이기주의가 날로 확산되면서 부모들은 자식들이 군대 가는 것을 마냥 사지로 보내는 것처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병역을 기피시키거나 괜한 걱정을 하는 모습을 자식에게 보이고, 젊은이들은 군대 가는 것을 두려워하고 꺼려하는 모습을 종종 본다.

이런 모습을 순국의 영령들이 바라본다면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 우리 모두가 깊이 반성하며 되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미국이나 영국 등 유럽 국가는 자유를 최대한 누리는 개인주의 국가이지만 높은 지도자일수록 전쟁에 참여한 것을 최고의 영예로 생각하고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애국적인 국가관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세계 최강의 선진국으로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우리나라도 사회적 지도층의 자녀부터 병역의무를 준수하고, 젊은이들이 자랑스럽고, 명예스러운 자긍심을 가지고 병역의무를 성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명예를 존중해 주어야 할 것이다.

6.25전쟁의 포성이 멎은 지 육십년 동안 산야에 초목은 울창한 숲으로 대지를 덮고 있지만 그 속에 묻힌 영령들의 넋은 사라지고 있는데 우리는 아직도 사상의 분열 속에서 분단된 남북의 대결과 통일 논쟁만으로 왈가불가하며 세월만 보내고 있으니 후손들에게 넘겨줄 평화통일의 길은 멀리 있는 듯하다.

중국의 진나라 황제 도공은 천하통일 패업을 이룬 승장 사마위강에게 하사품을 내렸으나 이를 거절하고 황제에게 "유비무환(有備無患) 즉 준비가 되었으면 우환을 당하지 않는다"고 진언한 말이나 베게 티우스(Vegetius)가 "평화를 바란다면 전쟁의 준비를 하라"하였다.

우리나라의 역사는 크고 작은 전쟁이 오천 번이나 있었으나 외환이 생기면 온 국민이 똘똘 뭉쳐 외적을 물리치고 영토를 보존하였던 강한 나라임에는 틀림없다. 이룩하여 영령들에게 보답하고, 후손에게 행복한 나라를 물려주는 다짐을 합시다.

그러나 율곡 이이의 10만 양병설을 묵살한 역사나 6.25전쟁 당시 무력한 군대로 싸웠던 전쟁교훈처럼 우리나라는 평시 우환을 대비하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앞으로 우리나라에서 전쟁이 일어나서는 절대 안 된다. 이 땅에 전쟁이 발발한다면 우리는 60년 전 빈곤국가로 되돌아가 쓰라린 고통과 상처로 얼룩진 나라를 후손에게 물려주게 된다.

우리나라의 헌법5조는 먼저 침략적 전쟁을 부인하고, 4조와 66조에서는 평화통일정책을 추진한다고 되어 있다.

국가가 싸우지 않고 이기는 국가전략을 추진할 수 있도록 국력을 배양하고, 평화통일 정책을 뒷받침할 수 있도록 우리 국민들은 자기가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해 성실히 일하는 것이 바로 안보의 최대 첩경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공자는 배운 자는 옳은 일을 하고, 부족한 자는 가르친다고 하였으니, 젊은이들을 가르치기보다 나부터 나라 사랑마음을 가지고 현재를 알차고 충실하게 살아가는 것이 유비무환의 참교육이다.

사지에서 생존하신 용사들과 숲 속에 누어 있는 무명의 영령들의 아픔을 달래는 보훈의 달에 온 국민이 함께 손을 잡고 나라의 힘을 키워 평화통일을 이룩하여 영령들에게 보답하고, 후손에게 행복한 나라를 물려주는 다짐을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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