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우를 찾아서 박희재 산업통상자원 R&D전략기획단장


그 사람이 있어 김포가 자랑스러운 때가 있다. 대곶 출신 박희재 산업통상자원부 R&D전략기획단장이 그 사람이다. 그의 삶의 여정과 현재 삶이 남다르다. 훌륭하다는 평가가 과장되지 않다. 뼈를 깎는 과정을 지나오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은 '향우(鄕友) 박희재'. 그를 만났다.<편집자글>

김포시 대곶면 송마리 출신인 박희재 산업통상자원부 R&D전략기획단장(장관 대우, 이하 기획단장)의 역할은 연구개발(R&D : Research and development) 예산 3조2천억원을 효과적으로 배분하고 정책을 총괄하는 자리다.

세계 2위 규모인 한국의 연구개발 예산을 적절하고 효과적으로 쓰이도록 해 기업경쟁력을 높이는 곳이다. 박 단장이 살아온 과정을 듣다보면 박 단장의 이 자리가 우연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박 단장은 석정초등학교 3학년 때 서울로 출향해 소위 유학생활을 시작했다. 14代째 400년 동안 이어져 오는 가문의 종손으로 태어났다. 조상숭배와 전통을 엄격하게 지키는 가문이다. 이런 운명적인 상황, 고향과 사당을 모시고 집안을 지켜야 할 상황을 넘어선 계기도 재밌다.

박 단장의 아버지 박영준 옹은 초등학교 입학 전 한 글은 가르치지 않고 한학을 가르쳤다. 그 덕분에 박 단장은 한자에 박식했다.

박 단장이 석정초등학교 1학년 때 수위 아저씨가 수신인이 한문으로 적혀 누군지 몰라 하자 자신의 담임이신 김선희 선생님 이름을 읽어주고 편지를 전달한 일이 있었다.

이 일을 계기로 당시 담임선생님은 일찌감치 박 단장의 영특함을 알아채고 박 단장에게 도시로의 전학을 권고했다. 이를 받아들인 아버지는 할머니와 함께 박 단장을 서울로 전학시켰고, 그 곳 학교에서 처음 본 시험에서 전교 1등을 하면서 그의 집념과 노력이 시작됐다.

"아버님 전상서 편지를 쓰면서 일찌감치 철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편지를 받으신 아버지는 한두 말의 쌀을 새끼줄로 매고 오셔서 하룻밤을 주무시고 다시 김포로 내려가시곤 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어린 나이인 박 단장은 부모님에 대한 절절한 그리움을 애써 참았다. "내가 지금 여기 온 목적이 공부를 하기 위해 왔다는 의식을 항상 새겼습니다. 부모님을 생각할 때마다 그 생각은 강해졌습니다" 그래서 그는 공부를 위한 공부가 아닌, 자신이 할 사명감이 공부라는 것을 잃지 않고 이어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부모와 지역과 국가를 생각하는 마음과 사명감은 이런 토양에서 비롯된 것이다.

서울대 공대와 대학원을 졸업하고 국비장학생에 선발돼 고심 끝에 기초학문이 강한 미국보다는 실용적인 학문을 추구하는 영국 유학을 선택했다. 그 곳에는 아시아권에서 일본 유학생이 수십 명, 중국 유학생이 300여명이 유학 중이었다.

"국비로 유학을 간 저로서는 공부국가대표라는 각오를 늘 다졌습니다. 그 결과 대부분 이들에게 지지 않고 졸업을 하였습니다." 겸손한 그의 표현을 감안하면 줄 곧 박 단장은 맨체스터 대학을 평정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진정으로 실용적인 학문을 익힐 수 있었다. "박사학위를 심사하는 교수는 늘 '이 연구가 기업에 얼마나 기여했느냐'라고 확인했습니다. 저는 기업과 공동 연구를 하면서 수없이 기업을 찾고 관계자와 연구결과를 놓고 미팅을 해 온 결과를 교수에게 발표를 해야 했습니다" 우리나라와는 다른 학풍이다.

이런 토양에서 학업을 한 박 단장이 포항공대 교수를 거쳐 서울대 교수 재직시절 IMF를 만났다. "IMF를보면서 우리나라 화폐가 돈이 아니라 휴지가 아닌가 생각을 들었습니다. 교수로 머물게 아니라 달러를 벌어야 애국이라는 생각을 들었고, 이를 계기로 직접 창업을 하기로 했습니다."

이후 박 단장은 세 명의 학생들과 서울대 창업벤처 1호 SNU프리시젼이란 회사를 창업했다. 5천만원 자본금으로 시작해서 2005년 코스닥 상장, 지금은 종업원 300명에 연 매출 1천억원과 세계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하며 성공신화를 만들었다.

SNU프리시젼은 나노급의 초정밀 측정 장비 업체로 초박막액정표시장치(TFT-LCD)용 검사 장비를 주력제품으로 생산하고 있다. LG필립스LCD, 삼성전자, 일본 샤프 등 국내외 주요 LCD 패널업체에 제품을 납품하고 있다.

그 전에는 일본 업체가 시장을 장악했으나, SNU프리시젼이 창업된 뒤 지금은 당시 경쟁하는 일본 업체를 물리치고 일본시장 100%를 SNU프리시젼이 점유했다.

수출이 70%이지만 수출대체 품목이므로 SNU프리 시젼의 매출은 100%가 외화라고 볼 수 있다. 이런 성공 뒤 박 단장은 개인돈으로 모교 서울대에 80억 장학금을 기부했다. 개인으로는 최초, 최대 규모다. 조카둘도 런던에 유학을 보내 뒷바라지를 책임지고 있다.

400년 장손으로서 집안을 일구고 책임지는 것은 자랑스러운 일이자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지금은 50곳의 협력업체에 근무하는 직원들과 그 가족들을 포함하면 7천여명의 관계자가 생겼습니다. 일자리를 제공하고 외화를 벌어들이고, 기술을 개발해 가는 것을 보면서 이 자리(전략기획단장)를 제안받았습니다" 기획단장에 이르기까지의 배경이다.

그는 3억원 연봉도 반납하고 직원들을 포함한 기획단 예산에 사용하도록 했다. 차량도 자신의 차량을 이용한다. 그가 신은 구두는 닦은 지 몇 달도 더 돼 보일 정도로 빛이 바랬다. 대화 도중 1분 간격으로 내내 웃는 사람, 그가 박희재다.

그의 비즈니스 마인드는 어떨까.

"일본에서 첫 상품을 전시하고 상담을 시작해 납품해서 결재를 받기까지 600회의 이메일과 미팅 100번, 박 단장 본인도 30회의 미팅을 했습니다. 물건 하나를 팔기까지 최소한 백번을 만나야 한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박 단장은 "창조경제의 핵심인 일자리 창출과 기업 경쟁력 강화는 중소기업에 열쇠가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중소기업의 연구개발(R&D) 비율은 1.5%에 불과합니다. 이런 어려운 문제를 지원해 기업경쟁력을강화시키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게 제가 할 일입니다"라고 말했다.

박 단장은 아무리 바빠도 격주 간격으로 대곶 본가에 들러 농사일을 한다. 고향의 맛을 물었다 "모(벼) 자라는 재미로 삽니다. 심은 대로 열매를 맺는 땅의 정직성을 배우고 고향을 다녀 올 때마다 정화되어 너무 좋습니다. 부모님의 갈라져 있는 손을 잊어서도 안 되고요" 어린 시절이나 유학시절에 몸에 밴 외로움이 공부의 원동력이었다지만, 그처럼 장손(長孫)의 사명감과 농사꾼의 아들로서의 생명력을 잃지 않고 이어가는 사람도 드물다 싶다.

김포의 비전에 대해 물었다. "김포는 도농복합도시입니다. 특히 농촌은 아직 어렵지만 언젠가는 식량이 무기가 되는 시대가 올 것입니다. 서울과 접근성이 좋아 충분히 가능성이 있습니다. 생태를 유지하는 방향성을 잘 잡고 간다면 김포가 전략적 지역이 될 것입니다"고 말했다. 특히, 사명감을 가지고 일할 것을 당부하며 "은퇴 후 고향에서 후학들을 가르치고 싶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소위 사회적으로 성공한 뒤 자신을 지키기 위해 부모와 고향, 국가에 대한 사명감을 번거롭게 생각하는 경우도 많은 세태다, 사람이 아름답게 보이는 것은 성공이 아니다. 처절하리 만큼 자신과의 싸움을 이겨낸 뒤 국가를 위해, 가문을 위해 자신을 던지는 그런 사람들이다.

박희재 단장이 자랑스러운 것은 그의 삶이 노력과 정직의 산물이어서이다. 김포대표주자로 출발하여, 대한민국공부 대표주자로, 이제는 중소기업과 실물경제의 롤 모델로 대한민국을 자랑스럽게 하고 있다.

400년 가문의 전통과 정신이 재현되어 이어져 가고 있다. 김포의 자랑이자 대한민국의 힘이다.


박희재 단장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기계설계학과, 동대학원 졸
영국 University of Manchester 기계공학과 졸업(공학박사)
영국 University of Manchester 박사 연구원
포항공과대학교 산업공학과 조교수. 서울대학교 기계항공공
학부 교수. 서울대학교 산학연연구센터 센터장
SNU Precision 창업 및 대표이사 (코스닥 상장 기업)
현재 산업통상자원부 R&D 전략기획단 단장
관련 국내외 학술지 및 학회 논문 발표 200여편
관련 국내외 특허 등록 및 출원 50여건
산학협동 및 연구 개발 과제 수행 100여건
산업자원부 장관상 수상 5회 (신기술 개발)
IR52 장영실상 수상 (2004.신기술 개발)
대한민국 은탑산업훈장 (2004.신기술 개발)
World Class 300 선정기업상 수상(2011,지식경제부)
우수 과학기술/산업기술 개발 선정(2012, 공학한림원)
IR52 장영실상 수상 (2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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