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내인생 살자" 교복 꿈 실현

늦깎이 공부 열정으로 나이차 극복
15세 손주들이 동창, 할머니 역할 척척

조잘조잘 선생님 눈치보며 속닥거리는 아이들 사이에 눈빛이 초롱초롱 빛나며 눈에 띄는 학생이 한 명 있다. 그 주인공은 올해 나이 73세 고길순 학생! 못 배운 한(恨).. 죽기 전에 풀어보고자 용기내어 작년 봄 통진중학교에 진학한 늦깎이 중학생이다.

"젊은 나이에 결혼해 아들을 셋이나 두었는데 서른 살에 혼자가 되었지 뭐에요. 못 배운 설움을 내 자식에게는 물려주지 않기 위해서 닥치는 대로 일을 했어요. 나를 잊고 앞만 보고 살며 자식들을 가르치고 결혼까지 시켜 놓으니 내게 남은 것은 늙고 지친 몸뿐. 갑자기 서러워졌어요. 지금부터라도 내 인생을 살자 싶었죠"

할머니는 우연한 기회에 교회에서 글을 배우기 시작했다. 말은 기가 막히게 잘해도 글만 접하면 가슴이 철렁했는데 읽을 수 있게 되면서 세상이 밝아 보였다. 같이 공부하던 이들은 "이걸로 그만 됐어" 했는데 할머니는 계속 공부하고 싶었고, 진짜 학교에 내 교복을 입고 가고 싶었다.

할머니는 그렇게 통진중학교 학생이되었다. 손주보다 어린 친구들과 짝이 되어 같이 공부하고, 같이 밥을 먹고, 마음만은 아이들과 같은 15살이다. 통진중학교 김동석 교장은 "할머니의 학교 생활이 행여 건강에 무리가 되진 않는지, 학교생활은 잘 하고 계신지, 수시로 직접 상담을 하며 돕고 있습니다. 할머니의 용기와 학업에 대한 열정이 주변 학생들의 인성교육에도 많은 효과를 주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저희 학교에서는 할머니께서 졸업의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습니다" 라며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작년에 이어 올해까지 인연이 되어 2년간 담임을 맡게 된 김옥선 교사는 “저나 학생들이나 처음에 할머니 학생을 맞이할 땐 이런저런 걱정들이 많았어요. 하지만 워낙 학습의지가 강하셔서 교실의 학업분위기도 함께 좋아졌고, 손자손녀처럼 아이들을 잘 돌봐 주셔서 학급 내 사고도 현저히 줄었답니다. 연세도 많으신데 눈이 오나 비가 오나 학교가 제일 먼저라고 말씀하시는 할머니는 저희 반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최고 모범생이세요" 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나는 건강관리 잘 해서 고등학교까지 졸업하는 게 목표에요. 그게 나를 받아준 통진중학교에 보답하는 길인 것 같아요. 앞으로 갈 길이 멀어요. 이제 1년 지났으니 앞으로도 많이 많이 배워야죠. 못 배운 한이 이 가슴 속에 깊이 맺혀 있었는데 그게 조금씩 풀리는 게 얼마나 행복한지 몰라요"

활짝 웃는 할머니는 마지막으로 한마디를 더했다. "저는 마음만은 꿈 많은 15살 통진중학교 2학년 7반 3번 고길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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