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를 품은 사람, 춘당 민태홍 화백

삼척에서 태어나 김포에 화실을 열고 터잡은지 9년. 춘당(春塘) 민태홍(55세) 화백은 32회, 33회 대한민국현대미술대전에서 연거푸 대상을 수상하며 중앙화단에 이름을 날리고 있는 서양화가다.

민 화백은 중학교 졸업 후 상경해 극장간판과 만화 등을 그리며 삶의 바닥끝 고통 속에서도 그림을 놓지 않았다. 고학이었지만 서울미술고와 홍익대 미술교육원을 거쳐 한국화에 전념하며 서양화로도 작품세계를 넓혀 왔다.

운보 김기창 화백에게 사사하며 자신만의 작품세계에 몰입해 왔던 민 화백. 그는 6년 전 불현듯 재료 그 자체에 몰입하자는 생각으로 화실의 붓을 모두 없애고 손가락을 이용해 작업하는 지두화(指頭畵)에 빠지게 됐다.

"내 자아를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 아크릴(물감) 그 자체만으로 강렬한 점, 선, 면, 색채의 자기 철학과 주체성을 미학적으로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화단은 즉시 반응했다. 수묵화에서 사용하던 기법이 민 화백을 통해 서양화에 접목되면서 그의 실험정신은 국내 화단의 주목을 끌게 된다.

이어 작품이 주한 대사들에게 알려지게 됐고, 작품을 접한 외교관들은 '동양의 신비로움이 다채롭고 꿈틀거린다'며 대사관에 작품을 전시하고 싶다는 요구가 빗발쳤다.

단시간에 그의 작품은 청와대와 국정원, 프랑스 및 각국 대사관은 물론 일본국회에까지 소장처가 넓혀졌고 어렵게 작품을 소장하게 된 26개국의 대사들은 그에게 감사장을 수여했다.

그의 작품이 이렇듯 외국인들의 눈을 사로잡은 이유는 오방색에 있다. 20여년을 한국화에 전념했고 다시 서양화에 한국의 지두화 기법을 접목하면서 그가 다시금 눈뜬 것이 동양의 오방색이다.

오방색은 음과 양의 기운이 하늘과 땅이 되고 다시 두 기운이 목(木)·화(火)·토(土)·금(金)·수(水)의 오행을 생성하는 동양의 오랜 사상을 말한다.

이 오방색은 말 그대로 다섯가지 방향의 색을 뜻한다. 이 '황청백적흑' 5가지 색은 한국의 생활 속에서 액을 쫓고 해로운 기운을 물리치는 색깔로 오랫동안 이용되어 오면서 한국의 빛깔이 되었고 외국인들의 시각에서 다시금 동양의 색감으로 살아난 것이다.

이런 실험과 노력끝에 그는 다시금 국내외 미술계의 조명을 받고 있다. 6월 동해·삼척시 초대전은 물론 9월 프랑스 리옹미술관 개인전과, 12월 10일부터는 프랑스국립예술살롱 초대전을 열고 파리루브르 박물관 카루젤 전시관에서 전시회를 갖는다.

그의 새로운 목표는 K-pop처럼 K-art를 세계에 알리는 것이다. "한국의 추상화를 세계 속에서 평가받고 싶습니다. 한국의 미가 세계에 알려지는 것 자체가 예술외교라고 생각합니다. 또 공항과 가까운 김포에서도 저의 전시회는 물론 각국의 화가들이 모여 그림을 나누는 자리가 꼭 이뤄지기를 기원합니다"

40년의 필공(筆功)이 드디어 빛을 발하게 된 춘당 민태홍 화백. 그 예술의 기운이 전세계는 감싸는 것은 물론 김포의 시민들에게도 전해지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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