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대간 9정맥 3,500Km 완전정복···산은 편했다"

주동규씨(55·김포시청 과장)가 백두대간과 9정맥 완주 후 산우들과 함께 환호하고 있다. 

2005년 3월부터 7년 3개월간 산행···1대간 9정맥, 달 지름과 맞먹는 거리

조선시대 여암 신경준의 산경표에는 우리나라의 산맥을 1대간 1정간 13정맥으로 분류했다.

대간은 백두산에서 시작해 두류산을 거쳐 남쪽으로 내려가는 백두대간을, 정간은 두류산에서 북상해 함북지방을 두만강 유역과 동해안지방으로 갈라놓는 장백정간을 말한다. 대간 정간으로부터 갈라져 강을 나눠주는 산맥이 정맥이다.

남한에는 1대간(백두대간)과 9정맥이 있다. 지도상 2,771km 실제거리는 3,500km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여섯 번을 왕복하고도 남고 달의 지름과 맞먹는 길이다.

김포에서 1대간 9정맥을 정복한 사나이가 있다. 58년 개띠 주동규 씨가 그 주인공이다.

대체 그는 왜, 어떻게 대장정에 올랐을까?

주동규씨 그도 우리네처럼 주말이면 가끔 문수산이나 마니산을 오르던 등산객이었다. 그러다 92년에 창단한 김포시청산악회에서 총무와 회장을 5년간 맡았다. 그때까지도 그냥 평범한 샐러리맨 등산객일뿐이었다. 그러던 그에게 잊지 못할 일이 찾아 왔다.

"2002년을 잊지 못해요. 68세의 아버지가 췌장암으로 일찍 돌아가셨습니다. 건강하고 체격도 좋으셨어요. 충격이라기보다는 그냥 그 허망함을 어디서 풀 곳이 없었죠"

2년을 허망하게 보내다 그가 찾은 곳이 '산'이었다. 그는 그때부터 전국의 산들을 무작정 돌기 시작했다.

"편했어요, 산을 가면. 그냥 편했어요. 경치가 좋다 뭐 그런 것이 아니라 그냥 편했습니다. 마음도 정리되고..."

그는 산을 타면서 뭔가 솟구치는 게 있었다.‘그냥 전국 명산을 돌기보다는 목표를 갖는 게 어떨까?’그는 그때부터 우리나라의 대간과 정맥을 정복하기로 마음 먹었다.

지금이야 몸에 무리 없이 산행이 가능하지만 처음에는 온몸에 파스를 붙이고 관절마다 아대를 차야만했다. 가끔 산을 찾던 남편이 산에 미치기 시작하자 아내와 가족의 불만이 커졌다.

"목표를 세우고 집에 대형지도 걸어놓고 구간별로 표시를 했어요. 어느 날 아내가 '꼴도 보기 싫다'며 쓰레기통에 지도를 버렸더군요"

아내에게 내쫒기겠다 싶었던 그는 그날로 등산장비 일체를 선물했다. 그리고는 산행마다 함께 다녔다. 부부가 본디 한 마음이어서일까! 지금 그의 아내는 등산 매니아로 전국을 누빈다.

"함께 등산을 하면서 이해해주더군요. 아내가 '낚시과부는 들어봤지만 내가 등산과부가 될 줄은 몰랐다'고 말할 때도 있었죠"

몸도 가족도 제자리를 찾아가면서 그의 등산 행각(?)은 본궤도에 올랐다. 격주로 산을 타다가 한창때는 두 곳의 산악회에 가입해 한 정맥은 1, 3주에 다른 한 정맥은 2, 4주에 찾았다. 무박산행은 밤 11시에 버스에 올라 새벽에 산 입구에 내리면 그때부터 다음날 새벽까지 산을 탔다.

보통은 정맥을 20km씩 끊어서 산행하는데, 7시간 반 걸리던 시간을 6시간 이내로 끊을 수 있게 되었다. 산에 올라 전국의 경치는 모두 보았겠다는 물음에 웃기만 한다.

"종주를 목표로 하는 사람들은 그럴 여유가 없어요. 머릿속에 지도를 넣고 걷기만 합니다. 서로 얼굴이 제대로 나온 사진이 없어요. 사진 찍을 시간이 없죠. 즐기러 간 것이 아니니까요"

그가 혼자 나선 산행만도 40회가 넘는다. 길도 여러번 잃었다. 나뭇잎과 잡목이 무성하면 길 자체가 없어져 버렸다. 겨울에 잡풀들이 없어져서야  "여기가 길이 었구나!" 생각한 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 그때마다 그는 다시 길을 찾아냈다.

"등산로만 아니라 들머리(입구), 날머리(종점), 귀가까지 대중교통을 꿰고 가야합니다. 길을 잘못 들어 마을로 빠지면 기운이 쏙 빠지죠. 너무 기운이 빠져 다시 못 올라가기도 합니다. 실제 한남정맥에서 7시간 동안 6Km밖에 못 나간 경우도 있어요"

그는 "산이 친구고 함께 산행하는 사람들이 벗"이 되어버렸다고 말했다. 주변에 미안할 때가 있지 않냐는 물음에 "가족은 물론이고 친구에, 선후배에, 직장동료까지 모두들 눈에 밟힙니다. 함께 하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 크죠. 오해를 사기도 했고요. 하지만 산행을 핑계로 직장에서 한번도 티를 내지는 않았습니다" 그래도 그는 멈출 수 없다고 했다.

"저를 다시 일으켜 준 산입니다. 힘들 땐 '이거 왜 하나'하는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구간구간마다 퍼즐을 맞춰가며 느끼는 성취욕이 크죠" 그는 시종일관 담담하게 말했다. 남한의 산들을 모두 탔으니 혹시나 하고 다음 번 일정을 물었다.

"저는 지금 마침표가 아니라 쉼표에요. 9정맥 말고도 9기맥이란 것이 있습니다. 다시 격주로 9기맥을 타고 있습니다. 9기맥이 끝나면 다시 중국 일본 동남아의 고산 고봉들을 오를겁니다. 킬리만자로도 가보고 싶고요" 하지만 그것도 끝이 아니란다. 말문을 열다 머뭇거리던 그가 다시 말을 이었다.

"10년 이내 통일이 되면 나이가 있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해요...다 돌지 못한 북한의 백두대간과 4정맥을"

인터뷰가 끝났다.

작은 체구 어디서 이런 끈기가 나올까? 타고난 것인가, 산이 만들어 낸 것인가? 인터뷰 중 그가 한 말이 생각났다.

"버스로 시작해서 갤로퍼로 끝냈습니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에 이내 답을 내놓는다.

"정맥 하나 완주할 때였어요. 70명이 버스 2대로 시작해서 나중 완주 즈음엔 5명이 갤로퍼 한 대로 끝낸 적도 있죠"

아무래도 타고난 끈기다.

* 1대간 9정맥 산행참조 -> (http://180.70.134.169/_blog/BlogTypeMain.do?blogid=0J9W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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