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生四季와 구십 청춘

구순의 나이에서 느낀 인생 사계절을 담은 우강 권이혁 전 장관의 일곱 번째 에세이집 <인생의 졸업과 시작>이 출판됐다.

이번 7집은 2011년 ‘청춘만세’에 이어 매년 한 권의 책을 펴내겠다는 저자의 계획을 차질 없이 실천한 결과물이다. 책은 ‘구순을 맞이하는 심경’(제1장)을 필두로 요지경 속 지구촌(제2장), 사람(제3장), 종교, 철학, 인생, 존경하는 인물 등 모두 10장으로 구성됐다.

무려 680여 쪽에 달하는 이 책에는 많은 사색과 회고가 담겼다. 우강선생의 글은 볼 때마다 느끼지만, 글의 명료성과 풍부한 지식의 양, 그만의 세상살이로 녹여낸 고유한 언어의 힘이 넘친다. 우강선생의 글에는 아직도 30대 같은 호기심과 탐구력이 팽배하다.

장관을 세 번이나 지내고 구순을 맞은 저자는 인생을 어떻게 평가할까. 우강선생은 두 가지의 부족함을 자평했다. 하나는 좀더 부드럽게 살 걸, 그리고 좀 더 유머 있는 삶을 살아볼 걸하고 후회한다. 나이가 들수록 굳어지는 얼굴을 보면서 ‘과연 이 타성을 바꿀 수 있을까’라며 변화가능성을 저버리지 못한 맘을 내비친 것을 보면 저자는 아직도 삶의 변화를 꿈꾸고 있음이 분명하다.

책에는 수많은 사람들에 대한 얘기가 주를 이룬다. 역시 세상사 가운데 가장 기억에 오래 남는 것은 사람인가보다. 관계를 맺었던 존경하는 열 명의 인물을 비롯해 책으로 만나 흠모하는 데카르트와 칸트에서 스티브잡스까지 사람의 삶에 많은 부분을 집중해서 사람얘기를 다루고 있다. 유머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도 인간만이 할 수 있는 행복의 조건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구순 나이에는 어떤 꿈을 꿀까. 저자는 보람 있는 인생목표를 세울 것, 건강관리를 잘 할 것, 정직하게 모은 경제적 조건을 갖출 것을 말한다. 사람에 필요한 필수조건을 언급한 저자는 인생의 절대 조건은 ‘마음가짐’이라고 강조했다.

저자가 인생을 사계절로 분류한 내용은 젊은이들이 꼭 한번 봐야 할 대목이다.

봄(0~30세) : ‘인생의 꽃을 피워라(괴테)’는 말처럼 경성제대 시절 외국어 공부와 ‘전쟁과 평화’ 등 책을 읽으면서 느낀 감동과 자아발견, 성숙의 길을 걸었던 과정을 회상하고 있다.

여름(31~61세) : 저자는 이 시기를 정련기(精鍊期)로 분류한다. 작렬하는 여름처럼 노력과 열정으로 인생을 사는 시기.

가을(62~80세) : 숙련기다. 가을추수기라 부른 저자는 마음껏 즐기는 데 필요한 세 가지 요소를 강조한다. 건강과 좋은 기량(지적능력과 인품)과 정직한 재산을 들고 있다 .

마지막으로 겨울 (81세 ~ ) : 노년기로 분류한 저자는 어떻게 훌륭한 죽음을 맞이할까라며 창조적 은퇴(creative retirement)와 남은 뇌세포 20%를 통해 창조활동을 계속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 ‘멋지게 죽기 위해 책을 읽을 것(몽테뉴)’을 권유한다. 교보문고 이용객 가운데 나이에 비례해 책을 가장 많이 읽는 사람으로 뽑힐 정도로 멎진 노년기를 보내고 있는 저자가 구순에도 건강한 이유는 여기 있다. 자연사계는 매년 반복되지만, 인생사계는 오직 한 번 뿐이라는 지적이 뭉클하다.

그래서 인사말이나 축사에서 저자가 자주 사용하는 창조적 은퇴와 광음여시(光陰如矢 : 세월이 화살처럼 빠르다)의 의미와 깊은 뜻을 이해할 때다. 저자는 매년 책1권의 생산목표를 실천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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