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김포시용왕제보존회장 윤순창 회장

안녕과 만선을 기원하는 유일한 제(祭)
공동체 정신으로 함께 치르는 나눔 정신


잊지는 말자는 거지...우리 것을” 윤순창 용왕굿보존회장의 첫마디는 이렇다. 용왕굿은 김포가 반도가 되기 전 포구문화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다.

용왕제(龍王祭)는 수중을 주재하는 용왕에게 치성을 드리는 제의(祭儀)다. 김포는 강녕포구와 조강포구, 마근포에서 강과 바다를 오가는 선박들과 연평도로 고기잡이를 나가는 선박들의 무사운행을 위한 제의와 굿을 했던 곳이다. “강녕개가 흥청거리는 포구였던 시절 뱃길의 무사와 마을의 안녕을 비는 당제(堂祭)를 강녕포구에서는 용왕제(龍王祭)라 불렀다(지명유래집 김포 1995)”

물을 생활터전으로 삼고 있던 조강포구도 마을의 안녕과 선박들의 무사운행을 위하여 마을 주민과 선주들이 중심이 되어 만신이 일주일동안 아래당집과 조강에서 직접 굿을 했다. 지금은 남북분단으로 들어갈 수 없는 곳이 되어 60년 전에 단절되었으나 김포문화의 명맥을 잇고 평화와 남북통일을 기원하고자 김포용왕제보존회를 만들게 된 배경이라는 게 윤 회장의 설명이다.

“수많은 한을 풀어주기 위한 순리적인 방법을 찾자. 그동안 아픈 역사를 거치면서 저기 강과 바다에 흘러들어간 수많은 한들을 풀어주자. 용왕제를 되살려 김포의 기운을 키우자는 거지, 그게 용왕제야” 윤 회장은 이런 뜻을 담았단다. 윤 회장이 말하는 굿판은 “울고 웃는 판이 굿판이다. 신명은 굿판에서부터 시작됐다. 공동체의 한판놀이의 일환이기도 했다”며 “그런 한판 놀이와 신명을 아는 사람은 기운이 충천했고 그런 놀이 속에서 인물들이 나왔다”고 말했다. “용왕제를 이런 기운들을 되살리는 문화의 하나다. 김포의 기운을 되살린다는 측면에서 용왕제의 의미는 생각보다 큰 거지”

11월18일 민속예술소리전에서 용왕굿을 펼치고 있는 윤순창 회장

윤 회장이 생각하는 ‘제와 굿’은 나눔의 철학을 그대로 대변하는 행위다. 당시 가장 풍성한 제물을 주민모두가 함께 나누는 향연이었다. 굿은 그것을 전제한 행위여서 마을 주민들 모두는 함께 정갈한 맘으로 굿을 통한 제(祭)의 의미를 세기고 기원했다. 공동체 정신의 모습이 잘 살아 있는 현장이 굿판이었던 것이다.

“좋은 것은 나눠야 써야 돼, 나누지 않은 곳에서 불화가 시작되고, 그런 불화 속에서는 인물이 나올 수가 없지” 윤 회장은 굿과 제는 나눔을 전제로 한 기원을 강조했다.

윤 회장은 김포출신으로서 7년 전 신 내림을 받았다. 지금은 감정동에서 임금당이라는 굿당을 운영하고 있다. “김포사람들은 낙천적이다. 다른 관점에서 보면 이중적이고 부정적이라고 할 수 있다.” “김포가 분단의 도시가 아닌 뱃길을 다니는 사람과 도시였다면, 또 다른 세상이 펼쳐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포구가 있다고 해서 지금도 용왕제를 모시는 곳은 드물다. 그래서 용왕제는 문화의 일환이 됐다. 그 뜻을 살리고 의미를 더해 현대적인 삶의 가치로 승화시키는 자세가 중요할 것이다.

송수신 수단이 없는 옛날, 저기 무한처럼 느껴지는 바다로 출항하는 배는 기약 없는 기다림을 의미한다. 그 기다림과 무사귀한과 부를 기다리는 용왕제는 인생이 만나는 꼭짓점 같은 것이리라. 윤 회장은 “용왕굿을 위해 춤을 추는 것이 즐겁고 의미가 있다”고 했다. “그것은 나쁜 것을 물리치고 좋은 기운을 불러들이는 한판 신명난 잔치”이기도 하고 “하늘과 땅을 거쳐 바닷속까지 움직일 수 있는 정성의 제(祭)이기 때문”이라고 의미를 더했다. 용왕이 춤을 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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