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로 대화하는 심재린 김포중학교 교장

심재린 김포중학교 교장
2008년 3월3일. “한낮에는 7도까지 온도가 올라간다고 하니 오늘은 3교시가 종료되는 시간까지만 교실온풍기를 가동했으면 좋겠습니다...직원회식은 3월 18일(화)갖겠습니다. 제가 새로 입주한 기념으로 식사 한 끼 대접하고자 합니다. 해가 갈수록 화분을 보내는 숫자가 줄어드는데, 지인들이 거의 승진해 버려 그만 큼 줄었다고 생각하니 상쾌하지만은 않군요.”

김포중학교 심재린(56세) 교장이 2008년 첫 등교일 교사들에게 쓴 편지 중 일부다. 심 교장이 교사에게 보내는 편지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그렇게 이어져 오고 있다.

A4용지 한 장 전후 분량의 편지는 그날의 일기와 교실온도의 적정성, 어재 오늘 있었던 일과 느낌, 교사 개인의 행사와 고마움, 본인이 학교생활 속에서 느끼는 인간사 들을 솔직하고 자상하게 써내러 가고 있다. 그리고 항상 마지막 문장은 ‘나는 김포중학교를 사랑합니다’로 끝난다.

심 교장은 교직생활 32년째다. 김포에서만 17년째 교직생활을 하고 있다. 김포에서는 고등학교에서 5년, 중학교에서 12년을 생활했고, 부천과 김포교육지원청에서 장학사로 4년 6개월 동안 근무하며 행정경험을 쌓기도 했다. 심 교장의 철학은 ‘베푸는 교육’이다. 먼저 베풀면 권위가 따라오고, 이는 수직적 관계형성보다, 수평적 관계형성을 형성한다고 믿고 추진하는 교육철학이다.

“과거에는 장학사가 감시자처럼 이미지가 형성돼 있었고, 이는 권위주의 교육의 산실이 되기도 했다”며 “보이는 권위보다 보이지 않지만 바람직한 교육현실을 위해 무엇을 할까를 고민하며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 교육자의 자세”라고 자신의 소신을 밝혔다.

그래서인지 심 교장이 부임한지 4년 동안 김포중학교에서는 강제전학(퇴학)이 단 한명도 없었다. 학생지도를 위해 학생과 학부모 교사가 상호간 교류를 활성화하고 대화를 충실히 하는 등의 교육방침이 효과를 본 것이다.

2010년 9월17일. 심 교장의 공개편지엔 이런 내용이 적혀있다. “오늘도 돌아가는 폼을 보니 오전 중에 에어컨을 켜야 할 것 같은데요. 걱정 마십시오...교문 밖에서는 최희봉 선생님이 RCY학생들과 학생지도를 하고 있고요, 김명환 선생님은 변함없이 아름다운 선율로 김포중학교의 아침을 열어주고 계시구요, 화장실 청소를 맡고 계신 기사님은 새벽부터 이곳저곳을 청소하느라 애를 쓰고 계십니다.”라면서 학교의 일상사 속에서 눈에 띄는 교사들, 그리고 청소에 수고하는 기사들까지 일일이 거론하며 그들의 노고를 치하하고 있다.

김포중학교의 신입생 유치를 위해 “작년에는 김포00초등학교에 신경을 덜 써서 학생 모집이 덜됐는데요, 올해는 제가 홍보를 철저히 해서 내년에는 학급수를 9학급으로 만들어 보이겠습니다.”라며 교장으로서 책임과 각오를 진솔하게 보이고 있다. 재미있다. 교장과 교사의 커뮤니케이션이 이렇게 진행된다는 것은 권위로 교사를 관리하기보다, 자신을 내보이면서 이끌어 가는 코칭형 마인드를 가져야만 가능하다.

출장을 제외하고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교사에게 쓰는 편지는 쉬운 듯하지만, 쉽지만은 않다. 심 교장의 성실성과 교육에 대한 열정, 관찰력 없이는 어려운 일이다.

글이란 감정을 정화해주는 힘이 있다. 글을 쓰면서 자신이 객관화 되고 사물에 대한 관심이 깊어지면서 조직에 활기를 전달한다. 진솔함과 솔직함으로 조직력이 강해진 김포중학교의 힘도 이런 노력의 결과일 것이다. 사랑의 교육에 대한 갈증이 커지고 있는 교육현실에서 심재린 ‘편지교장’이 빛나는 이유다.

저작권자 © 김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