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하준 가톨릭대 교수 정년퇴직 후 우저서원에 중봉서당 준비
역사 속 가장 위대한 중봉사상과 삶 고향 후학에 전수 뜻 결심


지난 8월 31일 가톨릭대학교 인문사회과학교실 교수직을 정년퇴임한 수암(水巖) 이하준 교수의 꿈은 고향 김포에서 중봉 조헌선생의 정신을 이어가는 것이다.

후학을 가르치는 것은, 정신을 이어가는 스승의 뜻이 없이는 어렵다. 돈이 안 되면 행하지 않고 정신운동은 그래서 맥이 끊어진다. 운동이 이어지는 것은 정신의 뜻을 기릴 수 있는 철학이 체화되지 않고서는 어려운 것도 이런 까닭이다.

중봉조헌선생선양회 이사장직을 2년째 맡고 있는 이 교수는 올해 우저서원에 중봉서당을 차릴 생각이다. 중봉서당이 차려지면, 조헌선생의 사상과 현대적 가치와 삶을 조명하게 된다. 초, 중등부를 연간 3기를 배출할 계획인 중봉서당의 역할이 기대되는 것은 김포의 얼이 다시 어떻게 태어날 것인지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왜 이렇게 어려운 일을 시작하느냐는 질문에 “평생 가르치는 일을 한 사람으로서 한국 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분의 사상을 가르친다는 것은 더없이 훌륭한 일이 아니겠느냐”며 말했다.
이 교수는 작년 중봉조헌에 대한 사상과 삶을 연구한 일대기 1권을 출판했고, 올해 2권을 출판할 예정이다.

중봉 선생은 1544년 김포시 감정동에서 태어나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의병활동을 하다가 1592년 충남 금산에서 700의사와 순절한 임진년 사충신(四忠臣)의 한분으로 유명하다. 율곡의 십만양병설 보다 높게 평가되는 100만 양병설과 왜구의 침략을 예견하고 군사적 전략을 세웠던 훌륭함이 알려지지 않아 역사적 평가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

이 교수는 “지금까지 대부분 중봉 선생에 대한 인식과 평가가 단지 의병장으로서 활동한 의거(義擧)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실상 선생의 학문과 유학사상은 대단히 높았다. 당시의 폐정(弊政)에 대한 실학적 개혁정신 그리고 국난을 예견(豫見)한 선견지명(先見之明)과 구체적 대비책 등은 매우 뛰어나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중봉 선생은 탁월한 정치개혁가이자 전국 235개 향교에 동국 18현으로 모실 정도의 뛰어난 학자, 의(義)의 실천적 표상인 의병장, 시인 등 매우 다양한 모습을 보이시던 분”이라며 “그의 삶은 정처(定處)를 상실한 현대사회, 이기와 권모술수(權謀術數)가 판치는 현시대에 올곧은 삶의 이정표를 제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궁극적으로 주장하는 것은 중봉 선생의 정신과 실천적 청년정신이 우리 청소년들의 정신적 표상이 되는 것이다.

저서 ‘重峯 趙憲 先生과 그의 時代’ 발행을 비롯해 학술발표대회, 유적답사, 중봉문학상 제정, 중봉 선생 동상 건립 등 사업을 통해 중봉 알리기를 게을리 하지 않는 이 교수는 “문화유산은 이미 형성된 것이 아니라 만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에 시대의 흐름과 문화를 향유하는 사람들의 정서에 따라 역사와 위인(偉人)을 새기는 방법이 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6.25전쟁 때 부친이 돌아가신 후 7살의 이 교수는 할머니와 27살에 홀로된 모친과 누님, 여동생과 함께 고향 김포에서 농사를 지으며 생계를 책임지면서도 청운의 꿈을 품고 대학을 진학했다.

대학 졸업 후 국회의원 비서, 고등학교 교사, 대학교수 등을 거치며 현재는 문학박사, 가톨릭대학교 성의교정 인문사회과학교실 교수, 한국국어교육학회 명예회장, 전국한자교육추진총연합회 상임집행위원 이사 등 다양한 직함은 그의 활동력과 열정을 나타내고 있다.

이렇게 어렵게 성공한 이 교수는 중봉선생선양회 외에 깊은 관심분야는 바로 한자(漢字)다. 제대로 된 나라면 당연히 자기 역사를 알아야 하고 조국의 역사를 모르면서 다른 학문을 연구한다는 것은 큰 오류라며 국사교육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더불어 한자교육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한자로 기록되어 있는 역사를 공부해야 하지만 기존에 한자교육이 돼 있지 않아 시간을 허비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이 문제의 해결책으로 초등학교에서 천자(千字) 수준의 한자를 배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자는 우리 조상들의 삶과 밀접한 관계 속에서 나온 문자로 국어 어휘의 75% 이상이 한자어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국어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도 한자를 알아야 한다고 강조하며 한자 사용에 부정적인 견해를 버리고 그 기능을 활용하려는 긍정적인 생각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런 생각을 실천하기 위해 전국한자교육추진총연합회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연합회는 ‘한글+漢字文化’라는 잡지를 현재 133호까지 발행하며 한자교육에 대한 의식 확대와 한자교육에 관련된 뜻있는 이들에게 교류의 장을 제공하고 있다.

1973년 교직을 시작해 37년 동안 교직생활을 한 이 교수는 가톨릭대학 교수생활 16년을 끝으로 현직을 떠났지만, 25년 이상 된 교수에게만 주어지는 명예교수직을 가톨릭 대학 처음으로 학교발전 공로를 인정받아 수여받았다. 그의 공로가 얼마나 컸는지를 짐작하게 한다.

“백성과 나라만을 생각하며 문무를 겸비한 위대한 사상가이자 학자인 중봉선생을 김포가 품을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말하는 중봉서당의 ‘훈장 이하준’의 제2의 활동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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