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결핍이 알코올, 성도착으로 대체되며 사고 저질러

1등만을 추구하는 사회 시험공포증과 적응장애 양산
인성교육 강화, 정신건강 연구 및 치료 예산 투자해야


김길태 사건으로 온 나라가 떠들썩하다. 원인과 대책에 대한 논의는 없고, 말초적인 사건에 대한 궁금증 차원의 보도만 난무하고 있다. 사랑 결핍으로 인한 이번 사건의 본질을 통해 사회적 안전망 구축을 위해 무엇이 필요하고, 원인은 무엇인지를 한별정신병원 최훈동 병원장에게 들었다.<편집자>

최훈동(서울의대 겸임교수/한별정신병원장)
▷김길태 사건을 비롯해 갈수록 흉악범이 늘고 있는 원인은
-폭력의 이면에 가정 폭력이 도사리고 있다. 가정의 정신건강이 중요하다. 아울러 사회가 일과 능력 위주로 평가하여 경쟁을 부추기고 약자에 대한 공감과 배려가 부족한 게 사회적 원인이다. 공부를 못하고 능력이 없으면 취업이 어려워서 적응할 수 없는 현실도 문제의 중심에 놓여 있다.

▷ 김길태 사건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이러한 사건들은 사회가 비정상적으로 흘러간다는 사회적 경보음이다. 즉 근본 문제를 돌아볼 것을 요청하고 있다. 김길태 카페가 등장하는 것처럼 같은 처지의 사람들이 동병상린으로 느끼고 불만을 가진 사람들의 모방범죄도 높아질 수 있다.

▷흉악범(특히 성폭행범)들의 정신적 특성과 성장과정에서 원인은
-성폭행 범을 포함한 흉악범들의 대부분은 성장과정이 불우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김길태의 경우도 2세 때 부모로부터 버려져 양부모에게 입양되었다. 아동기의 정신건강은 성격 형성에 결정적이어서 평생의 삶을 좌우한다.
영아는 태어나자마자 스스로 할 수 있는 게 없고 엄마로부터 아낌없는 사랑과 보살핌을 받아야 한다. 아이는 엄마의 시선이 늘 자기만을 봐주기를 원한다. 성숙한 엄마로부터 안정감과 근본적 신뢰를 획득하게 된다.
중요한 시기에 부모 특히 엄마의 상실 또는 부재는 아이에게 엄청난 고통과 상처를 주게 된다. 부모에 대한 그리움이 사무친 아이나, 적절한 사랑 대신 성급하고 불안정한 부모에게서 자란 아이는 적절한 기다림을 키울 수 없어서 충동적인 아이로 자랄 수밖에 없다. 부모로부터 충족 받지 못한 사랑을 대체할 대상을 희구하게 된다. 그 대체물이 알코올 의존이나 성도착 등으로 나타날 수 있다. 부모에게 억압받은 분노를 개인이나 사회에 표출하게 되어 기존의 권위나 규범에 반항하는 반사회적 행동이 나타나게 된다.

▷우리나라의 교육형태가 주는 스트레스(정신문제)와 범죄의 상관관계는.
-영재 교육은 강조하면서 인성을 중시하는 정서 교육은 찾아보기 힘들다. 지능 위주의 평가는 시험공포증과 적응장애를 양산하게 된다. 일등만을 우대하니 일등 아닌 사람은 열등감과 자괴감에 신음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공부 아닌 다른 방식으로 흔히 폭력이나 규범을 깨뜨리는 일탈 행위로 자기만족을 얻거나 사람들 앞에 떳떳하게 나설 수 없는 음습한 범죄 행위로 자신의 능력을 확인하고 싶은 유혹을 이기기 어렵게 된다.

▷우리나라의 알코올중독의 문제는 매우 심각한데 대책은
-우리나라가 OECD국가 중에서 가장 높은 알코올 소비국이다. 알코올에 대해 관대한 사회적 분위기가 문제다. 또한 주량이 센 것을 자랑으로 여긴다. 열등감을 주량으로 보상받는 것이다. 실제론 나약하고 겁이 많은데 알코올에 힘입어 호대한 사람으로 변한 것 같은 자기도취감을 즐기는 것이다. 이 정도면 알코올의 긍정적 약리작용이라 할 만하지만, 점점 기억과 인지 능력이 마비되고 뇌손상으로 인해 점점 난폭해지거나 의심증이 생기고 마침내 알코올성 치매, 알코올성 정신병, 알코올성 간질 등에 걸리게 되어 폐인이 된다.

▷ 부모들의 바람직한 역할은
-노자 도덕경에 ‘생이불유(生而不有) 장이부재(長而不宰)’라는 구절이 새겨둘 만하다. ‘낳되 소유하지 않고 기르되 지배하지 않는다’. 바람직한 부모는 낳고 길러주되 그 공덕을 내세우지 아니하고 대가를 바라지도 않으며 부모의 기대나 의도대로 조정하려들지 않는다는 뜻이다. 너무 공부만 하라고 하고 마음대로 한껏 기를 펼치지 못하게 막고 있지는 않는지 수시로 돌아보아야 한다.

▷ 재소자의 정신적 교화를 위한 대책은
-강압적이고 물리적인 처벌로는 문제 행동이 고쳐질 수 없다. 폭력을 폭력으로 제압하는 꼴이다. 문제된 행동 속에 응어리진 마음의 상처를 공감해주고 이해해주는 마음 치료가 필요하다. 그들이 존중받는다는 느낌, 이해받는다는 느낌을 통해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하고 상처를 딛고 일어설 수 있게 해야 한다. 마음치료에는 정신과적 심리치료와 상담도 있고 마음을 맑히는 명상이나 기도 등이 있다. 특히 명상은 2003년 TIME지 8월호에 커버스토리로 다룬 바 있듯이 재소자들 특히 알코올 마약 중독자들에게 효과가 있다는 연구보고가 있다. 절제가 부족하고 충동적으로 욕망을 추구하려드는 사람들에게 하루 1분이라도 명상을 실천하여 자신과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도록 교육과정에 넣으면 좋겠습니다.


▷ 정신건강을 위한 정부나 지자체가 해야 할 역할은
-가장 중요한 게 엄마의 건강하고 성숙한 보살핌이듯이 사회의 안정망도 약자나 소외계층에 대한 사회의 따뜻한 관심과 배려다. 나만이 잘 살고 마는 사회는 안전망에 구멍이 뚫려 흉악법이나 테러에 전전긍긍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의 9.11테러도 같은 맥락이다. 상대를 존중하고 이웃의 아픔을 나의 아픔으로 여기는 공동체 정신과 그런 사회가 구현돼야 사회안전망이 튼튼해진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육이 정신건강과 인성 교육의 시간을 필수 시간으로 배정하고 정부는 정신건강 연구와 치료 사업에 우선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그리고 제대로 된 언론의 역할이 필요하다. 끔찍한 사건이 터질 때마다 정신병이나 사이코패스를 범죄의 원인으로 지목하는데 피상적이고 말초적 보도를 통해 오히려 정신건강에 대한 혐오감을 불러 일으켜 사회의 정신건강이 후퇴하는 원인이 피상적인 보도의 책임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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