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 영 근(경기도의회 문화공보위원) 

중년 세대의 어릴 적 술 심부름을 다녀오다가 또는 농경문화가 주를 이루던 시절 논, 밭으로 술참 심부름을 가면서 주전자 부리에 입을 대고 시금털털한 막걸리 맛 한, 두 번 안 본 이가 드물어서

그런지 막걸리를 두고 우리의 고향이라 말한다.

부족 국가시절 제사가 끝난 다음 술을 마시고 노래와 춤을 추웠다는 기록과 함께 고구려 주몽신화에서는 유화부인이 술에 만취된 상태에서 해모수와 잠자리를 하여 주몽을 낳았다는 기록을 보아 우리 민족은 술과 가까이 하였음을 알 수 있다.

조선 양조사 기록 역시 대동강 일대에서 빚기 시작한 막걸리는 전 국토에 전파돼 민족 고유주가 되었다는 기록도 살펴 볼 수가 있어 술의 원조는 막걸리라 할 수 있다.

 

막걸리는 마음을 여는 우리의 고향

술이란 인간 사이를 정신적으로 결속시키기도 한다.

경주 포석정에서 술잔을 띄어 돌려 마시는 것은 임금과 신화가 정신적 무장을 새롭게 하는 것이고 신라의 화랑들이 싸움터에 나갈 때 큰 잔에 술을 나누워 마시는 것은 서로 결연한 의지를 달래는 술이라 볼 수가 있다.

예전의 혼례때 신랑 신부가 입을 맞대고 마시는 것은 부부의 일심동체를 유도하기 위하여 이러한 의식이 전해오고 있다.

그리고 예전부터 막걸리를 마실 때 서로가 술잔을 부딪치며 “건강하십시오” “축하합니다”라고 덕담을 하는 것은 서로의 의리와 애정을 느끼게 하는 것이고 또한 서로 맺은 계약이나 약속을 돈독히 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막걸리는 서로의 마음을 여는 나눔이고 고향으로 볼 수 있다.

이렇게 술이란 인간사에서 없어서는 안 될 기호식품으로 우리 특성에 맞게 술 문화가 존재하고 있다.

선조들은 이렇게 말하였다.

술에 취하여 말하지 않음이 참 사람이고 잘 먹으면 보약이요 잘 못 먹으면 독이 된다 하였다. 그리고 “술은 무기와 같은 것으로 주의를 하지 않으면 몸을 해친다” “술 때문에 곤경을 겪는 일을 하지마라”하였다. 이 말의 참 뜻은 술을 먹을 때 남에게 실례를 끼치지 않고 예의를 갖추라는 것이다.

 

막걸리의 화려한 부활

이제는 근심을 잊으려고 마시는 술이 오히려 슬픔을 더해 주는 술보다 산수와 풍월을 즐기면서 마시는 술 그리고 누가 이렇게 권했는가 하면 자연이

권했다는 여유롭고 인정 넘치는 술을 마셔보면 어떠할까?

그리고 예전에 땀 흘리며 일하는 농부들의 갈증을 덜어주고 활력을 돋구기 위해 마시는 막걸리 그리고 한잔 술에 눈물 난다는 말처럼 인간 질서를 존중하는 주법의 유래는 막걸리가 아닌가 싶다.

요즘 막걸리 제조업체에서는 국내

소비량과 수출 물량을 확보하기 위하여 밤샘 작업을 하는 등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특히 일본에서는 한류 열풍을 타고 막걸리 붐이 일고 있으며 한국과 일본을 오가는 비행기에서도 제공 될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막걸리는 뒷켠으로 밀려 있었고 대학교 신입 환영회에서 조차 냉대 받던 것이 바로 막걸리이었다.

그러한 막걸리가 식이 섬유와 효모, 단백질, 무기물이 풍부한 웰빙주로 밝혀지면서 잠에서 깨어나듯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다.

얼마 전 한,일 정상회담 오찬장에서 그동안 관행에서 벗어나 막걸리로 건배 제의를 하였다니 격세지감을 아니 느낄 수가 없다.

이제는 고향의 술, 마음의 문을 열어

주는 술, 풍류를 달래는 술인 막걸리를 세계 술로 거듭나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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