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아래 사람 없다. 언젠가 우리는 이렇게 말했다. 人乃天.
사람이 곧 하늘이라고.
하지만 아직도 그런 세상은 오지 않았다. 어쩜 영원히 돌아오지 않을 첫사랑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사람들은 늘 하늘이 되고 싶어하고, 사람답게 살려고 안간힘을 쓰고, 때로는 다른 사람들의 힘을 빌어 그 꿈을 실현시키고자 한다. 그러다 보니 이른바 정치인이 생겼고,자격여부는 고사하고 의욕에 넘쳐 대리인을 자처하는 사람들을 검증하는 제도가 생겼다.
그게 선거이다.

정책토론회 후보검증 가능해져
아주 오랜 옛날에는 누가 어떻고, 그가 뭘 할 사람인지 다 알았다. 저물녘 들판에서 엉덩이를 쳐들고 허리를 굽힌 채 나락을 줍고 있는 그림자를 보면서도, 그게 누구인지 다 아는 세상에서는 말이다. 또 그 시절에는 좋은 건지 아닌지 모르지만, 정치를 하겠다고 나설 수 있는 사람들이 제한 됐었다. 그 집안의 어른들이 누구고, 성품이 어떻고, 뭘 추구하는 사람인지도 대충은 알았다. 그러니 굳이 어렵고 피곤하게 검증할 절차가 필요 없었다. 그런데 산업사회가 되고, 복잡한 도시가 생성되면서, 사람들은 이곳 저곳으로 바람결에 들락날락 거리다 보니 아무도 서로를 모르게 됐다. 누가 머슴이 되겠네 하고 넙죽 엎드리면 그런가보다 했고. 먼발치서나마 바라보고, 손길이라도 스치면 혹시 더 잘 알까 해서 술자리에 빠지지 않고, 고무신 나눠주는 자리에도 기웃거렸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사람들을 알 수도, 알 길도 없었다. 하지만 그 역시 그저 ‘장님 코끼리 다리 만지기 격’이었다.
그렇게 그렇게 세월이 흐르다 보니, 너도 나도 다 진실을 잃어버리고, 오로지 말 잘하고, 바람 잘잡고, 뻔뻔스런 사람들이 정치를 합 네 하고, 결국은 우리들 모두를 볼모 삼아 이 꼴로 나라를 망쳐가고 있었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새로운 방식이 도입됐다. 출마한 후보자들을 한 자리에 모아 놓고, 자질을 차근차근 검증해보는 정책토론회가 생긴 것이다. 패널이란 사람들은 사람들이 제일 알고 싶어하는 분야, 꼭 알아야 될 분야에서 전문가들로 선발된 사람들이다. 그들을 통해서나마 이젠 전과는 다르지만 직접 대 직접이라는 방식으로 후보자들을 만나고, 숨결을 느끼고, 생각을 들어보면서, 한번쯤은 그 가슴속에 들어가 심장을 쓸어보며 이놈이 진실한가 아닌가를 가늠해 볼 수 있게 되었다.
패널들은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질문을 던진다.
후보자들의 정책이 무엇인가? 과연 실현성이 있는가?
인간성이 어떠한가? 등 등. 그리고 가장 현안의 문제를 어떤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가? 나의 희망과 자식들의 미래를 어느 정도 맡길 능력과 신뢰도가 있는가 등 등.
그러면 후보자들은 표를 최대한 많이 얻고, 자기의 능력을 알리기 위하여 능력껏 답변을 한다. 지난 5월 29일에 개최한 김포시장 후보자초청 정책토론회는 그 나름대로 성공했다고 평가하고 싶다.

시장 토론회자세 견지해야
김포에서는 처음 시도된 만치 진행하는데 무리도 없지 않았고, 패널로 나온 사람들도 미숙한 점을 드러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바로 후보자들의 자질과 검증이었고,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모든 사람들은 자기의 관점과 기준에 맞춰 후보자들에 대한 평가를 하는데 매우 많은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전처럼 정확한 정보가 부재한 막연한 상태에서 반은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투표했던 것과는 달리 누가 더 적합한 인물인가를 분명히 알고 행동할 수 있다. 물론 그날의 분위기와 결과가 곧바로 표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개인적인 친분도 있고, 이권개입도 있고, 또 선호하는 정당이나, 지역적인 정서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최소한 잘못된 표를 찍으면서 자기를 합리화시키는 명분은 댈 수가 없게 됐다.
이제 몇 일만 있으면 내 고장 김포시의 시장이 선출된다. 몇 년이지만 김포시를 책임질 그가 객관적인 평가로 당선된 능력있는 인물이길 바란다. 그리고 새 시장은 정책토론회에서 보여줬던 그 모습을 끝까지 지켜가길 바란다. 물론 우리도 감시하고 채찍질해야 하지만.
(동국대 교수·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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