催 載 福 시인

얼핏 듣기에는 약간 진부하고 상투적 어투로 이해되기 십상인 말이다.
그러나 아직도 가늠하지 못하고 있는 치욕스러운 과거사가 생생히 남겨 놓은 울분과 손상된 채 치유되지 못하고 있는 민족감정을 헤아린다면 이 말은 우리들 가슴속에 잠재해 영원히 꺼지지 않을 불씨이기도 하다.

등 돌릴 수 없는 나라 일본

아무리 세월이 흐르고 시대사조가 변천한다 해도 가장 가까우면서도 멀게만 느껴지는 껄끄러운 나라 일본. 그렇다고 등 돌리고 외면한 채 따로 따로 장벽 높이 치고 살자해도 그럴 수 없는 이웃나라 일본.
악연이라면 불구대천의 악연이요 필연이라면 필연일 수 밖에 없는 이 나라와 어우러져 마침내 우리는 2002년 월드컵을 함께 개최하기에 이른다. 앞으로 5십여 일이면 장엄하고도 성대한 인류의 축제인 월드컵대회가 그 역사적인 막을 올리게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이번 월드컵을 위해 힘에 벅찬 막대한 예산을 들여 국력을 투입하길 주저하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온 국민이 월드컵에 거는 기대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이다.
그런데도 일부 여론은 공교롭게도 이번 월드컵대회의 궁극적 목표가 마치 대회 16강 진출에 우승까지 해보자고 호들갑을 떨고 있다.

16강 정직한 그 한계

이런 주장은 우리축구의 한계를 실증해주는 가장 정직한 해답이 되지 못한다.
더 쉽게 말하자면 우리축구는 월드컵 축구 16강 안팎이 한계라는 결론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지금 지나치게 승부에 집착할 때가 아닌 것이다.
어디까지나 월드컵은 축구의 실력을 겨루는 대회이고 모든 운동 경기에는 기복이 있고 실력차가 있고 국가적인 특수성과 한계가 있기에 어떤 목표를 정해 놓고 죽기 아니면 살기로 선수들을 닦달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이 시점에서 우리에게 있어 무엇보다도 중대한 사안은 어떻게 하면 월드컵을 일본 보다 더 성공적으로 치러내는가 하는데 있다.
그리고 우리가 여기서 일본을 이기자는 것은 월드컵의 시설물이나 축구 16강 또는 국방력이나 경제력 또는 첨단과학 분야 같은 것의 따라잡기 힘든 대목의 우월성이 아니다.
우리가 이번 월드컵 축제를 계기로 일본을 따라잡고 이겨야 할 가장 간절한 목표는 우리 국민들의 해이할 대로 해이해 있는 도덕성과 철저한 질서의식 회복에 있다.
일본 사람들을 간사하고 겉과 속이 달라 믿을 수 없는 ‘게닥짝’이라고 욕을 하지만 그들의 철저한 도덕성과 친절하고 질서 잘 지키는 시민의식은 우리가 따라 잡기에는 아직도 거리가 멀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번 월드컵 공동 개최를 계기로 동방의 예의바른 나라의 전통과 품도를 오늘에 되새겨 실종된 민족의 도덕성과 친절과 봉사 그리고 공중적 질서의식을 회복하는데 국민모두가 솔선수범, 전력투구하자는 것이다.
극일의 길 그것은 먼 곳에 있질 않다. 가깝고도 손쉬운 우리 주변에 있다. 일본을 이기는 정신으로 우리 모두가 친절하고 질서 잘 지키는 시민의식으로 새롭게 태어나자. 그리하여 모여드는 세계인에게 우리의 품도를 자랑하자! 그 길이 우리가 거듭나는 길이고 일본을 이기는 길이다.

<한국현대시협중앙委의장?본지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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