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淇烈 문학박사
사우고등학교장·본지 편집위원


지난 10월 19일 김포조각공원 제2차 개장은 김포의 향토사에 큰 역사적 사실로 기록될 것이다. 조각 공원은 점차 새로운 모습으로 발전해 가는 김포의 긍지와 명소로 김포 문화의 요람으로 찾는 이의 희망을 새롭게 한다. 조각공원 개장은 이제 김포 시민의 문화에 대한 욕구를 더욱 촉발시키는 자극제가 될 것이다.
김포의 조각공원을 둘러보며 중세 이탈리아의 피렌체를 생각한다. 아울러 김포의 ‘메디치가’도 상상해 본다. 미술품과 장서 수집, 도서관과 대학 설립, 숱한 기념비적 건축물의 건립, 안목 있는 예술 후원자의 역할 등으로 ‘14-15세기 신문명’, 르네상스 구현의 견인차가 된 이탈리아의 메디치가의 문화 사랑을 생각한다.
르네상스는 이탈리아의 자유도시인 피렌체에서 꽃이 피기 시작한 것이다. 당시 이탈리아에는 무역으로 부와 번영을 이룬 신흥 상업 도시가 많았다. 베니스, 피사, 제노바, 밀라노, 피렌체 등. 이 여러 도시 가운데 가장 부유하고 제일 유명해진 도시가 피렌체(영어로 플로렌스-‘꽃의 도시’란 뜻)이다.
이 도시는 기라성 같은 많은 학자와 예술가와 문인이 운집하여 저마다 자기의 재·기·예·명(名)을 다투는 놀라운 천재의 도시가 되었는데, 메디치가는 그 재정적 후원자였으며, 그 후원으로 이탈리아의 피렌체는 르네상스의 요람이요, 중심지가 되었다.
당시 최대의 시인 단테, 유명한 인문주의자 페트라르카, 근대 미술의 거장 지옷트, 《군주론》을 쓴 마키아벨리, 조각과 그림의 천재 미켈란젤로, 만능의 천제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피렌체에 살았고, 위대한 과학자 갈릴레오가 이 도시에서 활약하였으며, 뛰어난 예술가 라파엘, 화가 보티첼리, 종교개혁자 사보나롤라, 천문학자 토스카넬리 등이 피렌체의 명성을 듣고 피렌체에 와(몰려들어) 이름을 날렸다. 실로 피렌체는 르네상스의 창조적 천재의 운집처이며, 활동무대였으며, 세계의 어느 도시도 피렌체만큼 위대한 인물이 많이 모여서 활동한 곳은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곳이다.
14~15세기 인구 10만 명에 불과한 이탈리아의 중부 도시 피렌체에서 금융업을 기반으로 떼돈을 번 메디치가문이 문화에 대해 열정적 투자를 함으로써 전유럽의 인문주의 운동을 일으키는 역사적인 일에 앞장섰다. 실로 메디치가문이 없었다면 르네상스가 없었고, 예술과 인문학에 대한 투자가 없었다면 르네상스가 가능하지도 않았다. 그리고 그 투자에 대한 반대 급부로 메디치가의 영향력이 가능했다. 메디치가문에 있어서 문화란 ‘끼어팔기 품목'이 아니고, ‘확실한 투자'의 대상이었다.
르네상스시대를 상징하는 메디치가문의 한 주인공인 ‘위대한 로렌조(로렌조 디 피에로 데 메디치)'는 단테, 보카치오의 작품을 탐독하며 후원을 아끼지 않았으며,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 보티첼리 등을 어릴 때부터 그 싹을 알아보고 키움으로써 이들 천재들을 대거 등장케 하였다.
메디치가의 사람들이 플라톤의 생일날이면 최고의 그리스학자들을 초빙해 담론을 즐겼던 것만 보아도 그들이 얼마나 문화를 사랑하였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학자들에 대한 명문가의 초대는 말할 것도 없이 학자들의 학문적 권위와 의욕을 자극하는 결과를 초래하였으며, 학문 발달의 촉진제가 되었다.
UN 총회에서는 21세기를 ‘문화 예술의 세기’라고 명명하였다. 가수, 배우 등 유명 연예인들의 수입을 상상할 필요도 없이 문화 예술은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금세기 제1의 투자 대상이다. 우리의 ‘사물놀이’, 창극 ‘명성황후’, ‘난타’ 등이 그 한 예를 보여주었다.
예술대학, 예술고등학교에 입학이 매우 어려워졌다. 문화 예술가가 이 시대의 새로운 ‘양반’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문화를 모르면 ‘천민’이 되는 것이다.
공자도 음악의 중요성을 설파하였고, 세종대왕은 당시 인구 5만의 수도 한성에 500명의 악단을 조직하고 스스로 100곡이 넘는 작곡을 하기까지 하였다.
공자의 3천명의 제자 가운데 각분야에 뛰어난 열 제자를 가리켜 공문십철(孔門十哲)이라고 하는데, 그 중 언변에 뛰어난 자공은 한편으로 대단히 영리하고 사교에 능하여 벼슬을 하면서도 돈을 모았다.
옛날에는 청빈낙도(淸貧樂道)가 최고의 가치라고 여긴 때도 있었지만, 그것은 옛말일 뿐이다. 청부낙도(淸富落道)가 최상의 가치를 지닌다. 김포 관내의 학교 축제를 돌아보며 의외로 서울의 학교보다 예능에 뛰어난 학생들이 많음에 놀랐다.
김포조각공원과 함께 작품 전시 및 공연을 할 수 있는 문화예술회관이 마련되어 김포문화의 새 장을 열었으면 한다. 문화 예술에 대한 지역사회의 많은 관심과 지원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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