閔丙天 박사
<서경대총장·본지 논설위원장>


많은 나라와 국민들은 지금 언제 자기에게 닥칠지 모르는 테러공격과 세균병 감염에 불안해하고 있습니다. 21세기형 터레공격의 가공할 위력을 우리는 뉴욕과 워싱톤 테러에서 똑똑히 보았습니다. 공상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비극을 실제 세계에서 보았던 것입니다.
전혀 상상하지 못한 항공기이용 테러에 미국인들은 많은 사람들과 분노하고 보복해 뿌리를 뽑아야 한다고 외쳤습니다. 이 끔찍한 사건을 저지른 자들은 악의 후예들이라고 치부했습니다. 그러나 일부 아랍국가와 많은 아랍인들은 거대한 건물이 맥없이 무너지는 것을 보고 환호하고 짜릿한 쾌감마저 느낀 것 같습니다.
테러사건이 있은지 거의 한달만에 미국은 배후조종자 빈·라덴과 그를 보호하고 있는 아프가니스탄을 응징하는 공격을 감행했습니다. 공습으로 초토화되 가는 가난한 나라 아프가니스탄에서 테러 조종자와 그 비호세력을 뿌리뽑는 작전에 들어간 것입니다.
그런데 다시 무서운 사건이 연속 터졌습니다. 탄저 병균이 미국 곳곳에 배달된 것입니다. 죽는 사람, 앓는 사람, 감염된 사람, 치료중인사람들이 생겼습니다. 병균가루를 만져 감염되는 사람, 호흡기로 감염되는 사람, 감염자와 접촉하여 이차감염이 되는 사람 등이 속출했습니다. 이 병에 걸려 죽으면 숯같이 까맣게 변하여 죽게 되는 무서운 병이지만 치료로 고칠 수는 있습니다.
고칠 수 있는 병인데도 그것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은 미국 전지역에 퍼져서 세균으로 오염되고 있는 점입니다. 심지어 미국 역사상 없는 국회를 폐쇄할 정도에까지 이르고 있습니다. 이 정도니까 미국을 지지하고 있는 우리나라, 미군과 미국기관들이 많이 존재하는 우리나라는 큰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비행기를 무기로 한 대형테러와 탄저병세균 테러 그리고 미국의 아프간공격행위 등을 어떻게 보아야 할 것인가.
좁게 보면 미국이 이천년 전에 떠난 유태인들을 중동에 불러들여 아랍인들을 몰아 내고 이스라엘을 일방적으로 지지하는데 대한 반발로 테러가 일어났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초대강국으로서 일방적으로 세계화를 몰아 붙이는 미국의 콧대를 꺽어보자는 아랍인의 정서가 테러로 나타났다고 보는 사람도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세균테러전이 아랍인들의 주동으로 엄청난 파장을 일으키며 미국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 넣자 아랍측에 대한 동정은 약화되고 있는 듯합니다. 그래서 그러한 테러들과 서방국가들의 대응을 객관적 시작에서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국가들과 아랍인의 충돌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생각할 때 부분적으로는 문명충돌이 일어나고 있다고 봅니다. 전적으로 그러하지는 않지만 상당부분 문명간의 충돌의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입니다.
제2차대전후부터 이스라엘을 매개로 하는 서양문명권과 이스람문명권간에는 전쟁이 계속돼 왔습니다. 가장 심한 전쟁은 미국주도의 서양각국과 이라크간의 전쟁이었습니다. 그리고 작은 충돌은 이스라엘과 파레스타인 간에서 끊임없이 있었습니다. 이번의 테러들도 서양문명의 종주국 미국이 세계화를 밀어 부치자 소외된 아랍인의 반발로 일어났다고 봅니다. 결국 문명충돌의 한 형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충돌과 전쟁이 계속되거나 장기화되면 우리는 외교, 안보 경제, 통일 등 다방면에 걸쳐 어려움에 처하게 됩니다. 동맹국 미국을 돕자니 수억에 이르는 아랍국가들과 멀어지는 외교문제가 생깁니다. 미국을 돕되 제한지원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남북관계를 개선시켜야 하나 미·북관계가 더욱 굳어져서 당분간 남북개선이 진전되기 힘들 것입니다. 그러니 미·북관계 진전을 보아 가면서 남북관계를 추진할 수밖에 없는 어려움에 놓였습니다. 미국이 테러와 세균전 등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되니 우리가 바라는 경기부양은 수출부진으로 어려워지게 됐습니다. 그러니 내수를 진작하고 동양(중국) 진출에 힘써야 합니다.
전쟁이 확대, 장기화되면 기름이 안나는 우리나라는 유가 폭등에 직면할 것입니다. 그러니 에너지 절약 운동을 미리부터 벌이고 에너지 수입원을 다변화하면서 더 많은 땜건설 등 자체 에너지 생산을 늘려야 합니다.
이렇게 테러전쟁은 무서운 전쟁이지만 사전에 준비하면 위기를 피해 갈 수 있습니다. 주된 테러목표국이 되지 않도록 세심한 정책노력을 한다면 큰 혼란은 없을 것입니다. 지나친 방심에 못지 않게 지나친 위축은 개인생활이나 나라에 모두 도움이 되지 않음을 알아야 하겠습니다. 테러의 공포에서 벗어나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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