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부자, 큰 성공 못했지만 건강한 가족 큰 행복

▲ 장경천 교장


“조석으로 제법 쌀쌀한 날씨를 보이는 요즘 학교 뒤편 모담산의 낙엽이 학교운동장과 교정 곳곳을 뒹굴고 있는 모습에 까닭 모를 쓸쓸함이 가슴 한구석을 파고드는 것은 비단 가을 탓만은 아닐 겁니다. 어느새 정든 교정을 떠나야 할 만큼 긴 세월이 흘렀기에 아쉬움과 추억이 가득하기에 그렇겠지요.”
운양초등학교 장경천(63) 교장은 앙상한 나뭇가지로 둘러싸인 교정을 바라보며 말했다.
학생들이 조잘거리며 삼삼오오 짝을 지어 어깨에는 책가방, 한손에는 신주머니, 다른 손엔 화판이나 악기를 들고 오는 밝고 환한 모습에서 다시금 행복을 느끼고 있다는 장경천 교장은 내년 2월 28일이면 정년퇴임으로 학교를 떠난다.
정년을 100일 앞두고 있기에 허전하고 쓸쓸한 마음이 밀려오는 것은 어찌할 수 없는 당연한 흘러간 세월의 열매가 아닌가 생각한다.
젊은날 군제대 후 용기를 내어 처음 교단에 섰을 때, 운동장은 왜 그리도 넓고 교무선생의 돋보기 안경은 왜 그리 두껍고 어색하게 보였던지, 겉으로는 무겁고 어렵게 느껴졌지만 속마음은 더할 수 없이 푸근하고 다정다감했던 그 시절의 교장, 교감 선생을 떠올리면 너무나 소중한 시간들의 추억을 간직하고 있다고 한다.
꾀죄죄한 얼굴에 부스럼이 가득한 손으로 조금만 힘을 주어도 찢어지는 공책에 침을 묻혀가며 더듬더듬 글씨를 쓰던 아이들의 모습. 호롱불 밝히고 저녁 늦도록 쉰소리로 변한 목으로 분필 가루가 범벅이 되도록 학생들을 가르치고 받았던 작지만 큰 기쁨의 월급봉투는 아직도 지워지지 않는 삶의 흔적이다.
그런 박봉으로 아이들을 키우고 그의 뒷바라지에 고생하고 애쓰던 아내의 마음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고마움으로 가슴 깊숙이 자리하고 있다.
부끄럽고 아쉬웠던 많은 지난날이지만, 항상 최선을 다해 아이들을 가르치며 한 우물만을 파겠다는 신념이 오늘의 정년을 맞이할 수 있게 한 큰 힘이 아니었나 싶다고 말했다.
큰 부자도, 큰 성공도 없지만 행복한 하루가 항상 기다리고 있으며 가족이 건강하게 맞이해주니 큰 기쁨을 얻었다며 장 교장은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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