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병중
제21회 김포문화예술제가 지난 10월28일부터 31일까지 4일간 김포에서 열렸다. 추진위에서는 “김포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라는 행사슬로건을 걸고 성공적인 축제를 위한 각종 행사를 기획하여 시민들에게 볼거리와 즐길 거리를 제공하려 하였다. 특히 금번으로 21회째를 맞이하는 김포축제가 그 연륜에 맞는 청년다운 패기와 자유분방한 젊음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기도 하였다.
그러나 김포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는 문화와 예술을, 그리고 연륜에 걸맞는 보다 힘있고 내실 있는 축제를 꿈꾸었던 그 기대감은 이내 아쉬움으로 바뀌고 말았다. 물론 짧은 기간에 적은 예산을 들여 실시하는 행사가 결코 쉽지 않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그런 이유로 축제 결과에 대한 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필자는 이번 축제를 두고 이름난 잔치에 먹을 것이 없다고 불평을 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며, 갑론을박이나 논공행상을 하자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 문제였는지 몇 가지만이라도 짚고 넘어가기를 원하는 것이며, 이런 평가를 통하여 내년 행사에는 보다 알찬 축제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인 것이다.

김포의 특색 못살려 아쉬움

첫째, 특별한 뭔가가 적다는 점이다. 축제의 내용을 살펴보면 전년도(중봉문화예술제)와 별로 달라진 것이 없는 상당히 선례답습적이거나 다른 지역의 축제를 짜깁기한 모방 정도의 수준으로 보여진다. 김포의 특별함에 포함시킬 수 있는 것은 통진두레놀이 정도 외에는 없었다는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렇다고 진정으로 김포의 특별함이 없다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제대로 찾아 축제에 연계시키지 못했다는 데 문제가 있는 것이다. 성공한 축제로 손꼽히는 무주반딧불이 축제나 진도영등축제, 한산야생차 축제, 스페인의 산페르민축제, 뉴질랜드 퀸스타운 윈터 페스티발 같은 것은 반딧불이나 영등할미설화, 야생차, 투우, 눈과 같은 것을 소재로 하여 성공한 축제이다. 이런 성공한 축제들을 살펴볼 때 김포는 광활한 평야와 쌀, 애기봉, 장릉, 대명항, 문수산성, 한강과 조강, 덕포진, 조각공원 같은 특별함이 있는 데도 왜 그것을 활용하지 못하느냐는 것이다.
둘째, 홍보의 부족으로 지역민들의 자발적 참여도가 미흡하였다는 점이다. 축제의 문화적 자생성과 지역축제로서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참여가 우선되어야 하지만 대다수의 시민들이 김포문화예술제가 무엇을 언제 하는 것인지조차도 모르고 있었고, 겨우 홍보를 위한 방법으로 일부 언론 지면 광고와 거리 현수막 몇 장, 그리고 깃발전이 그것이었다. 특히 깃발전은 48번국도변 시내 도심에만 5개소를 설치하였는데 바람이 불지 않는 날은 아무 의미도 없는 막대기 같은 흉물이 되고 말았다. 대형아치나 꽃탑같은 기념상징물 등의 설치는 고사하고라도 애드벌룬 하나 띄우지 못하는 홍보는 무엇인가? 아까운 예산을 들인 만큼의 성과를 거두기보다는 주최자들의 연례행사적 실적유지에만 급급하다는 인상을 지우기가 어렵다.
셋째, 축제의 짜임새와 완성도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축제에 무려 38가지의 세부 일정이 있었으나 운영의 매끄러움, 기획취지와 프로그램과의 조응성, 프로그램 구성의 적절성, 내용과 형식적 완성도 등을 총체적으로 조감하는 문제 등 사전 세심한 검토가 충분하지 못하여 관중들이 없는 가운데 연극이나 공연을 하게 되는 등의 문제점을 들 수가 있다. 축제는 행사의 갯수로 평가받는 것이 아니며, 하나를 하더라도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끌어낼 수 있는 프로그램이 준비되어야 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KBS전국노래자랑이 김포에서 개최되었을 때 왜 많은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성황리에 그 행사가 끝날 수 있었는지를 생각해 보면 될 것이다. 이는 시민들이 얻는 게 있으면 스스로 찾아오게 된다는 너무도 쉽고 단순한 논리에 따르고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행사 추진위 구성에 시민들을 참여시키지 않고 일부 예술단체 종사자들이 모여 단체별로 할당제식 편성을 하여서는 시민들의 관심을 끌어내기가 매우 어려운 것이다.

문제점 보완, 내년 수준높은 축제 소망
넷째, 김포시민들의 삶 속에 발현되어 있는 문화적 어우러짐을 추구하지 못하였다는 점이다. 축제란 시민들의 일상적 삶과 문화가 충분히 녹아져 있을 때 다양한 층위의 사람들 간의 문화적 소통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고 성공적인 축제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미시적이고 질적인 접근을 꾀하여서라도 구체적으로 접근을 하여야 하며 시민들의 문화적 정서와 감성으로 중심으로 최대한 반영되어야 할 것이다. 예를 들면 통진에서 농사를 짓는 사람들은 의병 출정식의 참여보다는 두레놀이 참여가 더 낫고, 대곶 어부들은 합창단 공연보다는 뱃사공의 노래가 더 낫다는 것이다. 그리고 금빛파도를 의미하는 ‘금파’라는 말이 김포를 단단하게 하나로 아우를 수 있음에도 그저 ‘김포문화예술제’라고 두루뭉수리하게 축제의 명칭을 사용하는 것은 이미 타이틀 자체에서부터 대동화합의 장이 방해받고 있는 것이다.
이제 올 한해도 초겨울로 막 접어들고 있다. 한해가 그 꼬리가 보일 듯한 시간이 다가오면서 한해동안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1,000여개의 축제도 서서히 막을 내리고 있다. 김포문화예술제는 올해부터 새로운 이름으로 출발하였으되 많은 문제점은 있었지만 그래도 일말의 발전 가능성을 보여준 희망적인 축제로 평가하고 싶다. 내년에는 문제점으로 도출된 것들을 보완하여 이 지역주민이 함께 즐기는 축제, 나아가 우리나라, 세계인이 주목하는 자랑스런 축제로 발전되기를 소망해 본다.
<시인,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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