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석수
정치과잉’이란 말이 있다. 모든 문제를 정치적 해결에서 구하고자 하는 정치근본주의를 말한다. 그런데 이 말에는 약간의 왜곡이 있다. ‘정치’를 ‘민주주의’와 동일시하는 유럽에서는 정치적 해결이란 곧 경제적·사회적 해결과 궤를 같이 한다. 즉 정치를 선의의 가치로 인식한다. 그래서 정치과잉이란 말도 이상한 조어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정치’의 한국적 의미는 매우 부정적이다. 정치라는 개념을 직업정치권 안에만 붙들어매는 경향이 강하다. 그리고 정치는 협잡이고 사기며 파괴라고 생각한다. 정치를 ‘나와 너’의 소통개념이 아니고 ‘나와 그것’이란 별개의 개념으로 이해한다. 그래서 ‘정치’에서 시민은 실종된다. 그리고 급기야 정치과잉이란 비정상적인 조어가 생기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과잉’을 굳이 부정적 의미로 사용하고자 한다면 그 현실적 실체는 있다. 특히 민주적 전통이 취약한 농촌지역에서 정치과잉의 부정적 현상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그것은 시민의 정치적 비주체성이란 모양으로 다가온다.

김포의 새로운 위상정립 긴요

김포의 미래비전을 만들어 가는 것은 매우 시급한 과제다. 전통적인 농촌에서 급속하게 도농복합지역으로 변하고 있으나 그에 걸맞는 새로운 비전은 아직 오리무중이다. ‘김포’하면 생각나는 게 기껏 김포쌀 밖에 없는 실정이니 세계화시대에 걸맞는 김포의 새로운 위상을 모색하고 다지는 일은 필수불가결한 일이다.
그런데 이 미래비전을 개척하는 일은 몇몇 정치지도자의 과제로 국한되지 않는다. 뜻있는 김포시민 모두가 나서서 함께 만들어가야 할 대작(大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시민들은, 그리고 일부 언론은 국회의원이나 시장만 달달 볶으면 된다는, 부정적 의미에서의 정치과잉에 매달리고 있다. 모든 문제의 해결을 정치지도자 개인의 역량에서 구하려 한다. 그러나 그 같은 시도는 시민들의 자율적인 민주역량을 끌어내는 데 생산적이지 못할 수 있다. 일정기간 위임받은 정치권력에 대한 견제와 감시는 두말할 필요없이 당연한 이치다. 그 비판의 공적인 기능은 시민적 권리로 인정받을 필요가 있다. 허나 그것만으로 새로운 가치생산을 해낼 수 없다는 것은 필요충분조건이란 수학적 공리를 아는 사람이라면 그리 어렵지 않게 터득할 수 있는 삶의 지혜다.
문제는 비판 그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다. 군사독재시절에는 정권에 대한 비판 자체가 민주주의를 개척하기 위한 생산적 활동이라 할 수 있으나 열린사회에서는 비판만으로 경제적 생산성과 사회적 생산성을 증대시킬 수 없다. 비판자의 주안점에 반드시 대안적 마인드도 함께 자리잡아야 하는 시대에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시민이 비전 만들어 가야

김포의 미래비전은 시민들에 의해 제기되고 작성되는 것이 올바른 순서다. 그리고 그 시민적 대안이 정책당국자와 소통함으로써 그림이 완성될 수 있게 하는 것이 완전한 민주주의다. 비판을 하자. 그러나 반드시 대안적 자세로 비판하자. 그리고 가능하다면 대안을 제시한 비판이면 더욱 좋다. 그저 넋두리에 불과한 타령조의 비판은 우리가 처한 현실에서는 너무나 한가한 비판이기 때문이다.
직업적인 대의정치인에게 모든 문제해결을 요구하는 ‘미숙한 시민’보다는 대안을 고뇌하며, 열띤 토론으로 마침내 실현가능한 정책을 만들며, 종국에는 이 정책을 실현할 수 있는 힘까지도 만들어내는 ‘성숙한 시민상’을 상상해본다면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이 같은 상상이 현실이 될 때 김포시민은 비로소 ‘정치과잉’이란 표현이 정치선진국에서의 인식과 같이 잘못된 조어임을 증명할 수 있을 것이다.
정치는 민주주의를 말함이고 민주주의가 과잉된다는 것은 부정적인 것이 아니다. 오히려 김포는 시민들의 정치활동, 생활정치활동이 부족해서 미래비전을 만들지 못하는 경우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모든 책임을 직업정치권에만 묻는 부정적인 ‘정치과잉’보다는 시민들이 미래비전을 만들어 나가는 주체로 활동하는 정치과잉을 고무할 필요가 있다. 시민들이 직업정치권을 비판하면서도 아울러 스스로의 운명을 기획하고 개척하는, 그런 신나는 정치과잉이 김포에서 벌어진다면 얼마나 즐거운 일이겠는가. 생각만 해도 즐겁다.
<김포시민사회연구소 소장·시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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