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년간 오직 교육외길 걸어온 참 교육자

▲ ◇고향 김포에서 보낸 어린시절이 인격형성에 큰 도움이 되었다고 말하는 민병천 총장
“장관등 정계진출 제의 많았으나 한길 걸어온 것 후회없어”

민병천(閔丙天·72) 서경대 명예총장은 올 3월 14년간의 총장생활을 마감하고 명예총장으로 추대돼 2년간 더 학교에 남아있게 됐다. 사립대학에서 명예총장으로 추대되는 경우는 전국에 3∼4명 정도로 극히 드문 일이어서 閔 총장의 학식과 인품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1932년 양촌면 마산리에서 출생한 閔 총장은 양곡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 경동중학교(당시 6년제)에서 수학한 후 서울대학교와 동국대 대학원에서 정치학을 전공한 정치학 박사로 48년간 교원으로 재직함으로써 지난 5월 공무원 및 사립학교의 교원으로 공적이 뚜렷한 자에게 수여하는 근정훈장 중 1등급인 청조근정훈장을 수상했다.
김포신문 논설위원장이기도 한 閔 총장에게 김포신문과의 인연을 물으니 1970∼80년대 KBS, MBC 등 방송3사에 국제관계와 남북관계 전문가로 주1회 이상 토론자로 출연하며 활발히 방송출연을 하고 있던 중 김포신문 조형묵 발행인이 찾아와 도와달라고 하여 흔쾌히 응했다고 들려준다. 당시 권이혁 문교부 장관과 함께 신문에 자주 칼럼을 쓰고 행사장에서 축사도 여러 번 했던 기억이 난다고 덧붙인다. 김포에 사는 지인들은 대부분이 학교 동창들로, 그 중 마산리에서 함께 등하교했던 양곡초등학교 동창 6명 중 4명은 전쟁통에 행방불명되거나 좌익으로 월북, 혹은 병으로 죽고 지금은 농사짓는 친구와 閔 총장 두 사람만 남았다.
김포 지인들과는 2번은 광화문에서, 1번은 김포에서 만나며 주로 김포시 현안을 주제로 담소를 나누는데 마산리에 선산이 있는 閔 총장도 신도시 피해자로, 선산 중 일부는 신도시에 포함되고 일부는 빠져서 조상들을 납골당에 모시게 될 것 같아 마음이 아주 안 좋다고 털어놓는다. 또 북변동에도 땅이 제법 있었는데 신도시 발표 직전에 팔아 4∼5억원 정도를 손해보기도 했다. 지인들이 신도시에 문제가 있다며 시장을 성토하면 閔 총장은 “시장이 힘이 있느냐, 정부에서 하는 국책사업인데 어쩔 수 있겠느냐”고 달랜다. 신도시 축소에 대해서도 행정수도 이전 때문에 김포시민이 피해를 보는 것 같다며 김포사람들이 착하고 순해서 전북 부안군민들처럼 큰소리를 한데 모으지 못하는 것 같다고 했다.
閔 총장의 선친은 부농인데도 농사지으며 훈장일을 보셨고 억척스럽고 부지런했던 모친이 자산을 증식해 5남매를 모두 훌륭하게 키워냈다. 지금 생존해있는 남매는 86세인 큰누님과 막내인 閔 총장 두 사람이고 모두 작고했다. 남에게 피해를 주며 살지 말 것을 강조한 모친의 가르침을 본받아 閔 총장은 조금 손해보는 듯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이라며 요즘 젊은이들이 전반적으로 너무 급한 조급증에 걸린 듯해 안타깝고 매사에 한 템포 늦출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고향 후배들이 순리에 따라 분수 있게 살기 바란다는 그는 지금까지 살아온 세월을 되돌아보면 먼저 앞서가는 사람이 나중까지 꼭 앞서가지는 않았다며 빨리 10을 먹으려고 달려가다가는 3∼4만 먹고 나가떨어지고 한발짝 한발짝 먹다보면 10개 다 먹게 된다는 지혜를 들려줬다. 그 예로 동료 교수들 중 국회의원이나 장관 등으로 정계에 진출했다가 50대에 고등룸펜이 돼버린 친구들이 많다며 본인에게도 그런 제의가 꽤 있었으나 정치는 능력과 적성에 안 맞아 거절했다고 한다.
교육자로서 한마디 청하니 김포에서 자랐던 어린 시절 얘기를 들려준다. 겨울에 학교 파하면 학보 내던지고 꽁꽁 언 논바닥 위에서 팽이를 치거나 썰매를 타고 놀던 얘기, 그러다 논에 빠져 퐁당 젖으면 모닥불 피워 양말을 말리다 바닥이 홀라당 타버려 ‘뚜껑버선’이 돼버렸던 얘기들 끝에 閔 총장은 산으로 들로 다니며 자연 속에서 맘껏 뛰놀지 못하는 요즘 아이들이 안쓰럽다고 했다. 좀 뒤쳐지면 어떤가, 초등학생 때야 50등을 하든 무슨 상관이겠냐며 자연에서 뛰노는 게 가장 좋은 과외수업이니 요즘 부모들이 우리 아이만 뒤쳐지면 안 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 줄 것을 당부했다.

/강민주 기자 jk@i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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