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구름편지를 받았네
                  박지영

아무도 읽지 않은 편지가 지금
막 도착해 고층 빌딩 위에 멈춰있었다
겹겹이 누운 노을 사이 구름이 보내 온 편지
뜯어보지 않아서 수취인 거부로 돌아온 편지
풀지 못한 꿈 다시 꾸듯
구름은 편지 또 다시 보내오지만
오줌 누고 돌아서면 꿈이고 뭐고 다
잊고 마는데 그날은
무슨 상징처럼 떠 있었다
고집 센 나귀 같던 내 영혼이
답장 안 쓰려 고개 돌려버릴 때
이 하늘에서 저 하늘로
한 줄기 빛이 번개처럼 스쳐가고
새들이 놀라 덤불 속으로 숨어들고
하늘에 매달린 수천 개의 종들이 일제히 울릴 때
구름이 문 열어 보여준 구름사원

시 감상
구름은 늘 다른 모습으로 내게 편지를 보낸다. 외로운 날엔 연인의 필체로, 더 외로운 날엔 내 안의 내 필체로 내게 편지를 쓴다. 상상은 위대한 것이다. 꿈을 꾸는 사람은 구름에서도, 바람에서도, 문득 일찍 깬 새벽녘의 베란다에서도 꿈은 꾸어지는 것이다. 하늘이 열어준 구름사원에서 내 꿈의 한 귀퉁이를 본다. 꿈은 꿈꾸는 사람의 몫이다. 힘들수록, 어려울수록, 아플수록, 내 몫의 구름이 전해 준 편지를 읽어보자. 아직은 덜 힘들고, 덜 아프다. 지금 하늘을 보자. 편지가 도착했다. 
[글/ 김부회 시인,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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