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해룡 김포한강신협 前 전무

우리는 살아가면서 크든 작든 간에 이익을 본다. 그럴 때마다 그것이 의로운 것인지 살펴보아야 한다. 특히, 공직에 있는 사람은 반드시 그런 자세를 취해야 한다. 더군다나 많은 사람들의 소중한 돈을 다루는 금융기관에 종사하는 사람은 누구보다 더더욱 그런 자세를 가져야 한다. 선량한 관리자로서 책무를 다하려면 투명하게 일을 처리해야 하고 정당하게 그 결과물을 취해야 한다. 생선 가게를 지키는 고양이가 돼서는 안 될 일이다.

필자가 1988년 서강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기획재정부가 중소기업을 육성, 지원하기 위하여 출연한 신용보증기금에 입행하여 강릉으로 신입행원 연수를 갔을 때 일이다. 오죽헌에 들러 이율곡 선생의 생애와 추구해 온 정신에 대하여 안내자의 설명을 듣고 견리사의(見利思義)를 내 인생의 좌우명과 평생의 지침으로 삼기로 결심했다. 아홉 번 장원을 한 조선의 천재로서 왜구 침입에 대비하여 십만 양병을 주장하며 병조판서에까지 오르고, 퇴계 이황과 성리학의 쌍벽을 이뤘던 율곡 이이 선생이 그 지위와 명성에 맞지 않게 평생 초가집 한 채만을 남기고 돌아가셨고, 견리사의 정신을 오롯이 보여준 일화에 감명을 받았기 때문이다.

청백리로 살고 있는 이율곡 선생의 생활이 하도 딱하여 평안도 감사로 가있는 친구가 선생에게 쌀 백 가마니를 보냈지만 율곡 선생은 끝내 그 쌀이 친구 개인 재산에서 보낸 것이 아니라 나라의 곳간에서 친구인 평안감사의 뒷배로 가져온 것을 알고 쌀 한 가마니 남기지 않고 다시 돌려보냈다는 일화를 들으며 금융인으로서 첫 발을 내 디딘 나도 선생의 그러한 정신을 본받으며 살아가야겠다는 의기를 마음속에 아로 새겼다.

그 덕분에 32년간 돈을 다루는 금융기관에 종사하면서 온갖 유혹을 뿌리치며 선량한 금융인으로서 도의를 다하며 살 수 있었다. 신보 입행 초기부터 신협 퇴직 후 감사에 이르기까지 수십 년 간 감사원 감사, 금융감독원 감사, 국세청 감사, 국정감사, 신협중앙회 정기감사, 신협중앙회 수시 순회감사, 신협 자체감사 등 헤아릴 수 없이 수많은 감사를 받으며 단 한 번도 주의나 경고와 같은 경미한 조치의 감사 결과도 일체 받지 않았다. 신협 경영총괄책임자로 재직했던 12년 동안에도 어떠한 형태의 사소한 금융사고나 불미스러운 일, 추호의 의혹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 결과, 맡은 바 책무를 다하고 금융 산업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에는 전체 금융기관을 엄격하게 통제, 관리하는 금융 감독기구의 수장(금융감독원장)으로부터 상을 받았다. 감사한 일이다. 나를 믿고 잘 따라와 준 직원들에게 더 감사한 일이다.

세상이 혼탁하고 어지럽다. 자고 나면 비리와 의혹 사건이 꼬리를 문다. 이율곡 선생이나 안중근 의사가 보여줬던 견리사의 정신이 우리 사회 지도층에 스며들어 나라가 바로 가길 원한다. 견리사의 정신은 궁극적으로 자신을 지키는 동시에 그가 조직의 수장이라면 그 조직을 살리는 길이며, 우리 사회를 건강하게 지탱하는 버팀목이라 확신한다. 그래서 필자는 앞으로 어느 자리에 가던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초심을 잃지 않고 견리사의 정신을 추구할 것이라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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