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형

안동대학교

(철학)명예교수

안타까운 일이다. 세계 도처에서 국경의 빗장을 잠그는 소리가 들린다. 30여 년간 지속하던 평화의 시대를 접고 세계는 다시 철의 장막, 죽의 장막을 두르는 모습에 우려를 보내고 있다. 러시아의 푸틴 정권이 장기화를 위해 구소련의 변방들을 종속화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고, 중국의 시진핑 정권이 미국과 대립각을 세우며 정보 울타리를 치고 시나브로 국경을 잠그고 있다. 얼마 전 홍콩과 변방을 강하게 내리치더니 모든 상행위를 통제하고, 급기야 인민 생활의 일거수일투족을 옭아매고 있다. 국가 정권의 기세에 중국 인민 개인들은 납작 엎드렸다.

중국의 폐쇄적 조짐은 벌써 수년 전부터 감지되었다. 2018년 8월 세계철학대회가 북경에서 열렸다. 북경에 현지 대학교수 친구들이 있어서 오래간만에 재미있는 친교를 기대하면서 학회에 참석하였다. 숙소는 한 친구가 자기 대학의 호텔로 잡아줘서 거기 묵었다. 그런데 만나자마자 친구는 양해를 구하였다. 자주 만날 수도 없고, 학교가 학회를 맘대로 가도록 허락하지 않으므로 시간 봐서 한 번쯤 만나자고 했다. 사태가 심상치 않음을 직감했다. 또 세계철학대회를 시진핑 당국이 탐탁잖게 여겨 지원은 없고 통제는 생각보다 심하리라는 것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대회를 하는 컨벤션센터에는 출입구가 두 곳만 열려있고 드나들 때마다 일일이 검문 검색을 하였다. 게다가 각 지하철 입구와 시외버스터미널에는 검색 장비를 설치해놓고 모든 행인과 짐을 검색하고 있었다. 심지어 넓은 천안문 광장을 통째로 폐쇄하고 출입구를 만들어 모든 국내외 관광객들의 신분을 실시간 확인하고 있었다. 10여 년 전의 자유로운 개방국가인 중국은 온데간데 없었다. 그 무렵에는 중국 교수들과 저녁 회식을 하며 온갖 이야기들을 허심탄회하게 나누었었는데…. 그때가 아득히 그리워졌다. ‘산천은 의구하되 인걸은 간 데 없었다!’

한인들이 많은 자오양 구에 들러보니 거기에도 어두운 그림자는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 한국 주재원들이나 상인들의 얼굴엔 불안감이 가득하고 뭔가에 쫓기는 초조한 모습으로 갈피를 잡지 못하는 형국이었다. 그들은 삼삼오오 모여 모든 사업과 생활에 부정적인 전망을 하며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라 전전긍긍하고 있었다. 그 이전의 활기는 사라진 지 오래였다. 문득 나는 한국에 있는 친구들이 생각나 카톡을 보냈다. “이제 모든 것을 중국에 이관해야 할 시점이 온 것 같다. 심지어 선교조차도 자국민들에게 넘기고, 외부인이 손을 떼야 하는 시점이 바로 지금이라는 생각이 확실히 든다.”

이런 중국 경화의 원인은 시진핑 정권의 영구화 획책에 있다. 모택동 아래 중국 공산당은 안정화를 꾀하려고 초대 주석의 권력을 공고히 하는 폐쇄주의를 취했다. 심지어 인민민주주의의 특성을 소박하게 일체화하는 이른바 ‘문화혁명’을 일으켜 인민의 자유를 완전하게 제한함으로써 문명의 발전을 100년 이상 후퇴시키는 후진 문화를 만들었다. 덩샤오핑이 등장하면서 후퇴를 인정하고, 이념에서 실용을 중시하는 패턴으로 사회를 바꾸고는 정치와 경제의 안정을 꾀하는 정책적 전환을 도모했다. 통치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정권 지도자를 10년마다 바꾸는 나름 열린 정치로의 시도로 중국은 장쩌민과 후진타오로 이어지는 자연스러운 국가안정을 이루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그동안 전 세계 국가의 도움으로 세계의 생산 공장이 된 중국은 부가 쌓이자 인민의 삶의 질을 향상하는 정도를 택하기보다는 중국의 권력을 행사하는 권위주의의 유혹에 빠져들며 중국 중심주의를 위해 시진핑의 우상화로 퇴행해 버렸다.

역사적으로 중국은 모든 분야에서 세계를 선도할 만한 능력을 갖추고도 폐쇄적인 독선주의와 중화사상(중국 중심주의)의 이념화로 세계적 리더십 구축에 실패하는 전철을 밟아왔다. 리더십 실패의 원인은 공존을 모색하는 연대주의는 버리고 유아독존적 사유화의 반복에 있었다. 그런데도 변방 가운데 한민족의 예외적인 독존과 번영은 끈질긴 단결과 철저한 반중 정서의 확립이었다. 서구 열강의 합리적인 통치와 대비되는 중국 굴기의 맹목적인 중화주의를 늘 긴장하는 독립정신을 가짐으로 자존을 지켜온 것이다. 중국이 오만하게 빗장을 걸기 시작하면 새로운 긴장감으로 심신을 무장하는 것이 한국의 생존을 위해 고수한 여태까지의 비책이다. 지금도 예외가 아니다. 섣부른 친화 정책은 우리를 멸절시키는 자살행위이다. 따라서 현 정부의 친중 정책은 재고해야 할 위험한 반국민 정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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