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는 진달래 가을엔 단풍나무 산책로 둘레길 걷다

김인 서울대 명예교수

가현산 산책로 ‘웰빙 둘레길’ 공간

가현산의 정상부에서 시작해서 ①진달래 군락지 - ②능선의 솔밭길 - ③가현정 - ④삼형제 바위 - ⑤가현산 약수터 운동공원 - ⑥장승 입구 - ⑦산복도로로 이어지는 약 1,200m의 코스가 가현산 산행 길의 내가 걷는 핵심구간이다. 약 한 시간 반 남짓 가현산을 등반하는 사람들에게는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쉽게 걸을 수 있어 안성맞춤 웰빙 둘레길로도 손색 없다.

이 코스는 김포시의 장기동과 구래리 마산동, 인천시 서구의 검단 등 주로 세 방향에서 오를 수 있다. 나는 이른 아침 장기동 쪽에서 올라 가현산 둘레길을 돌아 산행을 하고 있는 지가 15년째. 봄에는 진달래 봄내음의 꽃향기, 한여름엔 짙푸른 소나무의 솔향기, 가을엔 붉게 물든 단풍잎의 속삭임, 그리고 겨울엔 삭풍의 바람 소리 눈길 위로 발자국을 내면서... 가현산 춘하추동의 사계절 취향을 내 방식으로 음미하며 즐감한다.

 

김포의 가현산 단풍나무 숲길 조성을 위하여

나는 가을의 단풍 나뭇잎이 곱게 물드는 가현산을 보지 못하는 것이 무척이나 아쉬웠다. 이유인즉, 가현산에는 굴참나무, 도토리나무, 밤나무, 아카시아 등등의 활엽수와 리기다 소나무는 많으나 단풍나무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해서, 등산을 하며 생각하던 ‘봄에는 진달래 가을에는 단풍’을 머릿속에 그리면서 가현산에도 단풍나무를 심어야겠다는 생각을 골똘히 하게 되었다. 그리고 ‘김포의 가현산, 봄에는 진달래 - 가을에는 단풍나무’ 개념의 숲길 조성 설계 도면을 머릿속에 구체적으로 작성해 놓았다. 그런 가운데 산림청이 주관하는 국유림 숲길조성 정책의 일환으로 가현산 등산로 정비사업 계획을 추진하는 데 내가 관여하게 되었다.

애초의 양촌읍 ‘가현산 정비 현황’과 산림청 산하 서울국유림관리소의 ‘가현산 등산로 정비사업 계획’에 대한 주민 설명회(2011. 7. 21)를 거치고, 일선 작업 현장에 나가 관계관들을 만나면서 내가 구체적으로 구상하던 단풍나무 조림에 관한 나의 의지를 일부나마 관철시킬 수가 있었다.

그 결과 가칭 ‘가현산 약수터 운동공원’ 하단부와 주변부에 100그루의 홍단풍 나무를 심게 되었다. 여기가 바로 경기도 김포시 양촌읍 구래리 산94번지, 국가의 행정재산 국유림 필지다. 이때 산림청 산하 북부지방산림청, 김포시 공원녹지과, 양촌읍, 김포산림조합 4개 기관의 관계자들과의 협조 하에 추진한 일들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히 남는다.

비록 100그루의 시작은 작은 것이긴 하지만 이것이 밀알이 되어 가현산 등산로를 따라서 단풍나무 숲길 조성이 체계적으로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2011년에 식재한 단풍나무 묘목이 지금은 내 키를 훌쩍 넘어 성목으로 자라 단풍나무숲 단지를 이루고 있다. 가을에 짙게 물드는 단풍나무 풍광이 경기도 소요산, 설악산, 내장산 단풍의 절경을 보는 듯하다.

나는 이어서 2, 3년 단위로 가현정과 삼형제 바위에서부터 가현산 등반로 입구의 장승까지 산 사면 일대의 곳곳에 관계 기관의 협조를 얻어 단풍나무를 보식해 왔다.

2014년 홍단풍 20주(공원녹지과), 2016년 단풍나무 묘목 100그루(묘목 제공: (사)생명의숲국민운동/ 식재 작업 공원녹지과). 2018년 4월에는 약수대 운동공원 하단부의 ‘단풍나무 숲단지’에서부터 가현산 등산로 입구까지 산 사면의 잡목 벌채와 100여 그루의 어린 단풍나무 식재를 위한 큰 작업이 있었다(공원녹지과).

이렇게 가현산 하산길의 인공 조림 ‘단풍나무 군락지’가 조성되었다. ‘김포의 가현산, 봄에는 진달래 - 가을엔 단풍나무’ 내 꿈의 설계 도면이 현실이 되고 보니, 망연히 내 자식 보듯 나만의 미소를 혼자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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