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광재

법무법인 혜안

변호사

만약 제대로 채무변제에 대한 성의를 보이지 않는 채무자가 어느 날 갑자기 결혼식을 연다거나 가족 등의 사망으로 장례식이 열린다는 소식을 듣게 되는 경우, 채권자는 그 장소를 찾아가 변제독촉을 하겠다는 생각을 할 수가 있다. 하지만 이러한 경우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도 있으므로 이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채권의 공정한 추심에 관한 법률의 제정

예전에는 일단 누군가에게 받아낼 수 있는 채권이 있는 경우에는 채무를 변제받기 위해서라는 명목으로 다소 과도한 변제독촉의 방법들이 악용되는 사례가 많았다.

상대방의 거주지나 직장 등에 찾아가 공개적인 망신을 주는 일, 상대방을 위협하여 어떻게 해서든 채무변제를 하도록 하는 일,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에게 채무에 관한 사실을 알리거나 대위변제를 요구하는 일, 심지어는 폭행이나 감금까지 이루어지곤 했다.

하지만 이러한 일을 보다 확실하고 구체적으로 방지하여 채무자의 기본적인 인권 등을 보장하기 위해 채권의 공정한 추심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었다.

 

불공정한 행위의 금지 조항

채권의 공정한 추심에 관한 법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한 방편 중 하나로 동법 제12조에서는 불공정한 행위의 금지 규정을 제정하고 있고, 제12조의 1에서는 ‘혼인, 장례 등 채무자가 채권추심에 응하기 곤란한 사정을 이용하여 채무자 또는 관계인에게 채권추심의 의사를 공개적으로 표시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또한 동법 제17조 1항의 3에서는 혼인, 장례 등 채무자가 채권추심에 응하기 곤란한 사정을 이용하여 채무자 또는 관계인에게 채권추심의 의사를 공개적으로 표시하는 행위를 한 자에 대하여 2,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하고 있으며 위임조항에 의해 구체적인 과태료를 정해놓은 대통령령에 따르면, 이러한 행위를 1회 위반한 경우에는 300만 원, 2회 위반한 경우에는 600만 원, 3회 위반한 경우에는 1,4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상대방의 결혼식이나 장례식장, 돌잔치, 각종 연회 등과 같이 채무자가 곤란할 수 있는 상황을 이용해 공개적으로 채권을 회수하려는 시도를 하는 경우에는 채권의 공정한 추심에 관한 법률 위반이 되어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형사처벌 및 손해배상이 문제될 가능성

채권의 공정한 추심에 관한 법률에서는 결혼식이나 장례식 등에서의 공개적인 채권추심 행위에 대해서 단지 ‘과태료’만을 부과하고 있다. 과태료는 형사처벌이 아닌 행정처분에 해당하고 회수해야 하는 채권액이 큰 경우에는 차라리 과태료를 물게 되더라도 상대를 곤란하게 하여 채권을 회수하기만 하면 이득이 될 것이기 때문에 문제가 될 것이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하나의 행위에 대해서 꼭 하나의 법률로만 규율이 되는 것은 아니며, 행위의 정도나 상황 등에 따라 다른 법률이 함께 적용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아무리 채권자라고 하더라도 공개적으로 사실을 적시하여 명예를 훼손하는 경우에는 형법상 명예훼손죄가 성립할 가능성도 피할 수 없으며, 채권을 가진 자가 사회통념상 용인되기 어려운 협박 수단을 이용하여 재물의 교부 또는 재산상 이익을 받은 경우에는 공갈죄가 성립할 수도 있다(대법원 2000. 2. 25. 선고 99도4305 판결).

이외에도 행위의 유형에 따라 채권을 회수하기 위한 과정에서 형사처벌이 문제될 수 있고, 만약 불법행위의 존재가 인정되는 경우라면 손해배상 책임까지 지게 될 수 있으므로 주의할 필요가 있다.

 

끝마치며

정당하게 채무를 변제하지 않는 채무자를 상대로 무사히 채권추심을 가능하게 하는 다양한 법률적 절차들이 마련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칫 잘못된 방법으로 접근을 하다가 오히려 곤란한 상황에 빠지게 되는 채권자들을 간혹 볼 수 있다. 그러므로 제대로 된 방식의 채권회수 절차에 대해서 잘 알아보고 접근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할 것이다.

 

문의 법무법인 혜안 명광재 변호사 dustin2000@nate.com

저작권자 © 김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