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욱 김포소방서장

3년 전쯤 휴일, 국가산업단지의 한 공장에서 외부업자의 용접 부주의로 화재가 발생하여 건물과 설비가 전소되는 엄청난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용접자는 화재 초기 당황해서 소화기 안전핀을 잘 뽑지 못하는 사이 화재가 확대되었고 옥내소화전도 물이 나오지 않아 겁이 나서 밖으로 피해 신고했다고 진술했다.

설마 소화기 안전핀을 뽑지 못할까? 라고 의아해하는 사람도 있겠으나 의외로 화재 현장에서 당황하여 소화기 안전핀을 뽑지 못하고 소화기 자체를 던지고 대피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평온한 상태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누구나 당황할 수밖에 없고 평소 알고 있던 것도 생각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화재신고 119 전화번호가 몇 번이냐? 고 묻는 경우도 있다. 일부 통계에 의하면 화재시 소화기의 유효한 사용률이 50%에 미치지 못한다고 한다.

당황한 상태에서 소화기 안전핀을 뽑지 못한 이유를 보면 첫째, 안전핀 봉인줄이 분실되어 기준강도가 넘는 케이블타이나 철사 등으로 묶어 놓은 경우. 둘째, 긴장으로 손아귀에 힘이 들어가 자신도 모르게 소화약제 방출용 누름 손잡이를 움켜쥔 상태에서 안전핀을 뽑으려 했기 때문이다. 이 경우 아래 손잡이와 누름 손잡이 사이에 끼여 눌린 안전핀은 원할히 빼내기 어렵다. 옥내소화전의 경우도 대부분 밸브를 열면 자동으로 물이 나오는 자동 기동 방식이지만 위 사례와 같이 동결 우려가 있는 일부 공장이나 창고 등에는 옥내 소화전함에 부착된 기동스위치를 눌러야 펌프가 작동하는 방식임을 작업자는 몰랐던 것이었다.

소화기 사용법과 옥내소화전 사용법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실제 화재현장에서는 긴장과 당황함이 자신의 지식을 백지상태로 만들 수 있다. 어떻게 해야 할까? 보고 아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한 번 만져보고 실제에 준하는 연습을 한 번만이라도 해보면 좋겠다. 백문이 불여일견이요 백견이 불여일행(百聞不如一見, 百見不如一行)'이라는 고사성어의 의미를 생각해 보자. 화재 초기 즉시 대응할 수 있는 소화기 1개는 소방차 1대 이상의 역할을 한다.

오늘 당장 집에, 사무실에, 작업장에 소화기가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장소에 있는지, 지시 압력계와 손잡이․노즐도 이상 없는지 한번 살펴보자. 안전핀 고정상태가 철사나 케이블타이로 묶어져 있다면 즉시 쉽게 풀리는 것으로 교체하자. 만약 화재 시 사용하고자 하는 소화기의 안전핀이 케이블타이 등으로 묶여 분리가 어렵다면 안전핀 고리를 한 방향으로 계속 돌리면 끊기가 쉽다. 그리고 우리 건물 옥내소화전이 자동 방식인지 수동 스위치 방식인지 알아놓는 것도 중요하다.

화재가 많이 발생하는 찬바람 부는 겨울이다. 주변의 사소한 것이라도 화재위험은 미리 제거하고 소화기뿐만 아니라 각종 소방시설들을 최상의 상태로 관리하여 날씨는 춥지만 안전한 가운데 행복한 겨울이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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