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욱
한국문인협회 회원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졸
숙명여자대학교 출강
한국스피치평생교육원 원장

이 말은 1976년 범우사에서 초판 발행된, 법정 스님이 쓰신 <무소유>에 나오는 말이다. 본래무일물, 본질적으로 내 소유란 있을 수 없다.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온 물건이 아니라 인연에 따라 잠시 내가 맡아 있거나 사용하고 있는 것일 뿐이라는 글귀는 20대 중반의 나를 뒤흔들었다.

나의 고향은 땅끝마을 해남이다. 그곳에서 2살 때 엄마를 여의고 만14살에 단신으로 상경하여 가방공장 시다(견습생)로 사회 첫발을 내디뎠다. 그 시절 서울은 참 추웠고 배는 고프고 마음은 더 추웠다. 고독하게 방황하며 쓰디 쓴 소년기와 청년기를 보내던 어느 날, 청계천 헌 책방에서 얇은 책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바로 그 책이 <무소유>이다.

나는 이 책을 단숨에 읽고 한동안 형언할 수 없는 기쁨과 충만함을 느꼈다. 밥을 굶어도 행복감이 차올라 결코 허기지지 않았다. 사방을 둘러보아도 덩그러니 혼자서 헤쳐 나가야 할 불안하고 절망어린 시간들... 이 책의 문장들은 나에게 희망의 갑옷을 입혀주는 듯했다.

 

마음에 따르지 말고 마음의 주인이 되어라 -법정-

스님이 가신 지 벌써 11년. 푸르던 들판에는 아파트가 자라고 대형 쇼핑몰에는 물건들이 넘쳐나고, 집에는 굳이 소유하지 않아도 될 물건들이 가득하다. 독일의 철학자 에리히 프롬의 말처럼 소유할 것인가!? 존재할 것인가!? 휘몰아치는 자본주의 사회의 물질광풍 속에서, 나는 스피치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대학에서 강의를 하면서, 수많은 욕망의 군중들을 만나며 이따금 무소유를 떠올린다. 인생의 가을이 오는 길목에서 오늘도 난 성찰해 본다.

 

<구성 : (사)한국문인협회 김포지부 고문 이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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