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원

(대곶중 1)

안녕하세요? 대곶중학교 1학년 김혜원입니다. 저는 학교 급식을 7년째 먹고 있는데요. 어릴 때는 흔히 말하는 초딩입맛이라 햄, 소시지, 조림 반찬을 해주시면 아빠랑 동생이랑 햄 하나 더 먹겠다고 밥그릇에 잔뜩 가져가 담아놓고, 버섯이나 당근은 그릇 가장자리에 모아뒀죠. 먹기 싫은 삶은 계란 노른자만 살짝 옷장, 신발장에 숨겨두었다가 화석이 된 채 엄마한테 발견되기도 했고요. 맵고 칼칼한 찌개나 반찬은 안 먹었었는데 지금은 친구들과 먹는 매운 닭발, 떡볶이나 마라탕이 맛있습니다. 자라면서 입맛이 바뀌는 것 같아요.

 

Q. 초중고 급식 메뉴를 정하실 때 어떤 기준이 있으실까요?

A. 혜원 양이 말했듯이 예전 초등 때 입맛과 지금 중등 입맛이 달라졌죠. 학교 식단을 계획할 땐 영양량, 급식비 단가, 맛, 색, 조리 시간 및 방법, 절기 및 학교 행사, 알레르기, 트렌드 메뉴, 식품 안전, 급식 만족도, 기호도 등 많은 걸 생각한답니다.

중학생이 되면 초등 때보단 더 맵고 짜고 달고 조금 더 자극적인 맛을 선호하게 되죠. 그래서 단 음료수, 매운 떡볶이 등 중독성 있는, 맛있는, 입이 당장 즐거운 급식을 원하고 찾게 되죠.

자라나는 우리 10대 성장기 학생들의 건강과 영양을 생각해야 하는데, 점점 더 자극적인 급식을 추구하는 학생들 사이에서 식단을 계획할 때 늘 고민을 합니다. 급식 메뉴 정하기는 학생들의 급식 만족도와 기호도를 고려하면서 건강한 성인으로 자라날 학생들의 건강도 생각해야 하는 영양 선생님들의 지혜가 필요한 일이에요.

 

Q: 저와 제 친구들은 매운 음식을 좋아하고, 버섯, 호박, 가지 같은 음식은 그리 좋아하지 않습니다. 이처럼 학생들이 선호하지 않는 식재료에 관한 음식은 잔반으로 처리되지 않게 어떤 노력을 하나요?

A: 버섯, 호박, 가지 등 우리 학생들이 심하게는 ‘극혐’이라면서 좋아하지 않지만 정말 우리 몸엔 꼭 필요한 식품들을 어떻게 하면 학생들이 조금이라도 먹게 할까 연구를 하죠. 저는 기호도는 매우 낮지만 꼭 먹었으면 하는 식재료들은 소멸시켜 안 보이게 갈아 조리하는 방법을 좋아합니다. 브로콜리를 갈아서 학생들이 좋아하는 카레밥, 달걀말이 등에 넣어주면 선택의 여지없이 잘 먹거든요. 빨갛게 익은 토마토도 살짝 데쳐서 돼지고기 제육볶음에 다져 넣으면 그냥 줄 때는 외면 받을 토마토일지라도 모르고 잘 먹더라고요. 우엉도 김밥 맛 볶음밥에 졸여서 넣으면 먹게 되고요. 물론 모든 식재료를 다 갈아 줄 수 없으니 조리법을 다양화해서 조림이나 볶음 대신 튀겨주면 같은 식재료라도 좀 더 먹게 할 수 있답니다.

 

Q: 남은 음식은 깨끗해서 먹을 수 있어도 교외 반출이 안 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떻게 처리하시나요?

A: 안타깝지만 남은 음식은 모두 음식물 쓰레기로 버려집니다. 남은 음식을 보면서 맛이나 색, 조리법에 어떤 아쉬운 점이 있었는지 혹은 다른 이유가 있었는지 알아보고 다음엔 덜 남길 수 있도록 레시피를 수정합니다. 음식물 쓰레기가 줄어들면 그만큼 질 높은 급식으로 다시 순환되니 학생들도 골고루 받아 가서 다 먹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Q: 선정된 금액보다 낮은 식사가 되었을 경우 남은 급식비는 다음 급식 메뉴에 적용하는 건가요? 저희 어머니는 장을 보실 때 매번 금액이 들쑥날쑥해요. 어떤 때는 마트를 통째로 사 오시는 날도 있고, 어떤 날엔 야채랑 두부, 바닷속 친구들만 종류별로 사오실 때도 있습니다. 그런 주에는 원치 않는 다이어트도 하게 되죠.. 매일 같은 금액으로 식사를 준비하기 어려울 것 같아서요.

A: 정말 재미있고 좋은 질문입니다. 매일 정확한 식품비 금액으로 급식을 제공하기는 사실 불가능하고요, 짧게는 일주일, 한 달, 한 학기, 전체적으로 1년 동안 무상급식비 예산단가 안에서 급식비를 조정합니다.

예를 들어 혜원 양도 주어진 용돈에서 친구들과 비싼 간식을 사 먹었다면 다음엔 좀 덜 비싼 간식을 사 먹겠지요. 그거와 같아요. 다만 식품비를 많이 쓰게 되는 날과 좀 덜 쓰게 되는 날들의 차이가 너무 크지 않도록 급식비 조정을 합니다.

시험 기간, 기념일, 학생들이 좋아하지만 단가가 비싸서 자주 못 주는 식단을 주기 위해 일부러 조금씩 미리 식품비를 아끼기도 합니다.

 

Q: 저는 저희 대곶중학교 급식이 너무 좋습니다. 치즈가 쭉쭉 늘어나는 따뜻한 닭갈비가 맛있고, 보들보들한 잡채가 맛있습니다. 이건 진짜~ 궁금한 건데요. 간을 맞추는 건 영양사쌤이신가요? 조리사쌤이신가요? 어느 분 손맛인지 정말 궁금해요~^^

A: 우리 혜원 학생이 대곶중학교 급식을 좋아해 주어서 선생님은 다른 학교에서 근무하고 있지만 힘이 나는데요~^^ 저도 대곶중 급식 꼭 먹어 보고 싶네요. 그리고 대곶중학교 이주미 영양 선생님이 부럽기도 하고요~

학교급식은 짠맛을 측정하는 염도계를 사용하고 있어요. 그런데 기계로 측정하는 데 한계가 있어서 영양 선생님과 조리 선생님들의 절대미각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고요. 또 조리 선생님들의 손맛이 영양 선생님이 작성한 레시피만큼 음식의 맛과 질, 간에 영향을 미치지요~ 잡채도 조리 후 바로 먹는 것과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간이 달라지거든요~ 이건 오래된 노하우로 알 수 있는 경지이기도 하지요. 이렇듯 학교급식은 영양 선생님과 조리 선생님들의 조화가 아주 중요합니다. 대곶중학교는 이 합이 잘 맞는 급식환경인 것 같네요.

남정주

고창중 영양선생님

 

저작권자 © 김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