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커뮤니티 기획자, 장유진 에코온발전소 대표

환경에 도움되는 최고 실천은 세심한 ‘분리수거’

‘에코온발전소’ 김포 필환경 사랑방 역할 기대

우리는 이제 ‘친환경’을 넘어 환경을 필수로 생각해야 하는 ‘필환경’ 시대를 살고 있다. 기후위기는 전 세계적인 문제이며 기업경영에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빼놓을 수 없게 됐다. 그렇다면 개인은? 북금곰에겐 미안하지만 플라스틱 쓰레기가 한 보따리나 나오는 배달음식을 클릭한다. ‘나 편한 게’ 먼저다.

다행히 모두 그런 건 아니다. 환경운동가가 아니더라도 생활 속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 실천을 통해 지구 온도를 낮추는 일에 동참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자신을 ‘환경커뮤니티 기획자’라 소개하는 장유진(34) 씨도 3년 전 한 다큐멘터리 방송을 보고 미세플라스틱의 위험성에 충격받아 에코라이프를 실천하기 시작했다.

“스무 살에 갑자기 아토피가 생겨 병원, 한의원 등을 다니며 안 해본 거 없이 다 해봤다. 그래도 낫지 않았는데 방송을 보며 그 원인이 면역체계를 흔드는 환경오염의 문제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부터 음식은 물론 집에서 쓰는 세제·세정제까지 친환경으로 다 바꾸고 되도록 플라스틱 포장재를 사용하지 않는 등 필환경을 실천했다.”

그는 혼자 환경 관련 서적을 읽고, 검색을 통해 공부하며 기후위기와 환경문제의 심각성을 점점 더 깨달아갔다. 하지만 머리를 짧게 자를 정도로 ‘철저히 혼자’ 지켜가는 에코라이프에 지치기 시작했다. 필환경 실천이 아무리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삶’을 사는 것이지만 혼자 기운 내기 쉽지 않았다. ‘별나다’는 주변 시선도 힘들었다.

“나 혼자 하는 건 정말 어렵구나, 하는 마음이 들면서 혼자 할 게 아니라 나처럼 생각하는 에코비기너를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과 커뮤니티를 만들어 함께 필환경을 서로 알아가고 배우며 에코라이프를 실천하는 장을 열면 같이 힘을 내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5~6명이 함께 3개월 동안 에코라이프 실천

그가 SNS에 에코라이프를 실천하는 커뮤니티를 연다는 공지를 올리자 얼마 안 돼 같은 생각을 가진 5명이 모였다. 그리고 지난해 5월 서울 상도동에서 첫 커뮤니티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정릉지역에서 6명의 커뮤니티를, 올해 상반기엔 반포지역에서 세 번째 커뮤니티를 만들었다. 그리고 이제 김포에서도 커뮤니티를 열 계획이다.

“각 커뮤니티는 3개월 동안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나면서 함께 에코라이프를 고민했다. 쓰레기의 심각성 파악, 대안용품 알아보기, 자신만의 실천을 정해 자발적인 습관 형성하기, 동기부여가 되는 책과 영화 함께 보기 등의 커리큘럼을 짜고 함께 실천했다. 마지막엔 자신의 에코라이프를 기록하고 그 결과물을 책자로 발간하기도 했다.”

에코라이프 동지를 얻고자 한 작은 시도는 작지 않은 결과로 이어졌다. 커뮤니티를 통해 환경에 대한 고민과 실천을 함께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실천 내용을 각자 SNS에 올리면서 에코라이프가 전파되기 시작한 것. 관심을 표하는 지인부터 자신도 해보고 싶다는 이들까지 이어지며 또 다른 커뮤니티 형성을 촉발시키고 있다.

“21일이 습관 형성에 필요한 시간이라고 한다. 그래서 ‘007루틴’이라고 해 21일 동안 자신이 실천할 수 있는 에코라이프를 정해 챌린지로 진행하고 있다. 매달 1명씩 참여하는데 대부분 잘 끝낸다. 챌린지를 통해 환경의 소중함을 더 느끼고 앞으로도 실천하겠다고 한다. 챌린지 기록은 <슬로매거진 달팽이>에 연재하는데, 남은 두 번의 챌린지는 김포시민으로 할 예정이다.”

 

 

▲코뿔소책방 안에 자리 잡은 에크온발전소

얼마 전 그는 운양동에 위치한 동네책방 ‘코뿔소책방’ 안에 서울의 리필스테이션 ‘알맹상점’을 축소한 듯한 ‘에코온발전소’를 열었다. 이곳은 용기를 가져와 세제류와 구연산, 과탄산소다 등을 덜어서 구입할 수 있고, 천연수세미, 고체치약 등 ‘제로 웨이스트’ 제품들을 구입할 수 있는 곳이다. 쓰레기를 발생시키지 않는 알맹이만 살 수 있다.

“2019년에 김포로 이사 왔지만 활동은 서울에서 하게 돼 아쉬웠다. 김포에도 에코라이프를 실천하려는 분들이 많은데 인프라가 만들어지지 못한 측면이 있다. 에코온발전소가 그런 분들을 위한 사랑방 역할을 하며 김포 환경커뮤니티를 활성화시키려고 한다.”

 

 

▲세제 등을 필요한 만큼 덜어서 구입할 수 있는 코너
▲환경 문제에 대해 함께 읽고 토론할 수 있는 책들도 구비돼 있다.

 

비닐 등 분리배출 깨끗하게 해야 재활용 가능해

그의 환경 활동은 커뮤니티 기획에 그치지 않는다. 환경에 대한 문제를 더 깊이 파고들기 위한 작업도 이어나가고 있다. 청년허브 지원사업을 통해 폐비닐의 문제점과 현황을 분석하고 활용을 고민하는 ‘비뱅크’팀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 5월부터 활동을 시작, 이달 워크숍을 열고 마무리할 계획이다.

“김포재활용수집소를 방문한 뒤 재활용을 위해 좀 더 세심한 분리수거가 이뤄져야 한다는 걸 절감했다. 비닐이든 플라스틱이든 깨끗하게 분리배출하지 않으면 다른 깨끗한 폐기물까지 오염시켜 재활용할 수 없게 만든다. 그래서 색깔이나 크기 상관없이 같은 재질끼리 무조건 깨끗하게 모아 버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개인이 할 수 있는 환경을 살리는 가장 최선의 방법이 분리배출을 깨끗하게 하는 것이다."

분리배출되는 플라스틱의 25%만이 재활용되는 현재, '깨끗한 분리배출'이 재활용률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결론이다. 특히 투명페트병은 고품질 재생원료로 활용가치가 높다. 현재 우리나라는 고품질 재생원료를 수입하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부터 공동주택을 중심으로 분리배출이 시행되고 있지만 정확한 분리방법이 통일돼 있지 않다. 투명페트병은 찌그러뜨린 뒤 뚜껑을 닫아 오염되지 않게 배출하는 게 옳은 방법이다.

끊임없이 연구하며 에코라이프를 실천하는 그는 에코온발전소를 기반으로 다양한 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우선 매달 '다꾸중고마켓'을 열어 사람들에게 중고의 매력을 전파하고 있다. 각자 자신의 물건을 내놓으면 현금처럼 쓸 수 있는 쿠폰을 발급해주고 그것으로 마켓에서 다른 다꾸물품을 구매할 수 있다. 매달 셋째주 금요일에 열린다.

커피클레이 강사로도 나설 계획이다. 원두 커피를 내린 찌꺼기를 이용해 다양한 소품을 만드는 친환경 커피클레이로 매달 1회 새로운 아이템을 만들며 환경교육도 되는 업사이클워크숍을 준비하고 있다. 김포에서의 그의 활동이 기대된다.

 
저작권자 © 김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