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기념회

 

박주택

 

70여 편이 넘는 시 가운데

「예감」「6층 피부과」「호적」세 편은

시인의 생애를 그린 것이어서 비교적 이해가 용이했다

시는 어려워서, 는 지금까지 들었던 가장 많은

말로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눈엣 것을 옮긴다는 것은

이사와 같은 것이다 치킨 집에

음악이 퍼지고 적나라한 닭들이 바싹

튀겨진 채 냅킨과 함께 전체가 되도록 노력할 때

시집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돌리는 것이 아닐까?

일생이 존재한다는 자조적인 사실, 재현된 불만들, 지루한 양식과

고투가 지불한 하염없는 기름기 같은 것

첫 연애편지는 언제 썼지? 지리를 익히려고

왁자지껄한 소리는 건배를 만나고

숙소를 나서는 여행자처럼 비는 가을을 주선한다

댄서들처럼 창은 물방울을 출간한다

그 중 몇은 뼈째로 보도 위에 누워있다

 

시감상

가을이면 많은 시집이 새 생명을 얻는다. 시집 한 권당 약 70여 편의 시가 수록된 저마다 개성을 지닌 시편들. 출판기념회를 가면 시집 내용보다 눈도장이 바쁘다. 본문을 누가 낭송이라도 하면 귓등이다. 서평이라도 읽으면 하나둘 밖으로 나간다. 출판기념! 누구를 위한 것인지? 마치 이웃집에 이사 와서 떡 돌리듯 시집을 돌리다 보면 그대로 먹다 남은 식은 떡이 된다. 떠들썩한 출판기념회가 아닌, 홀로 갓 출간한 자신의 시집을 놓고 조용하게 말 건네 보자. 내가 나에게 건넨 영혼의 대화가 선행되어야 한다. 떠들썩하게 광고하듯 우렁차게 아우성칠 일은 아니지 않을까 싶다. 시집이니까. (글/ 김부회 시인, 평론가)

 

프로필

경희대학원 국문과, 경향신문 신춘문예, 시집 <꿈의 이동건축>, 평론집 <감촉>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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