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통

 

김유석

 

툭, 차버리고 싶은 감정과 툭, 차이는 감정 중 소리를 내는 쪽은 어느 쪽일까

채워지기 전과 채웠다 비워낸 공간 가운데 어느 편이 더 시끄러울까

통과 깡통의 차이, 깡통을 차다와 깡통 차다 사이

만들어질 때 미리 담긴 소음인지 비워진 후의 울림인지 깡 찬 소리가 난다

몇 배 새끼를 빼낸 뒤 뱃가죽 늘어진 늙은 돼지를 이르기도 하는 속된 말, 깡통이 뭐길래

깡통을 보면 차고 싶어지나

그 속에서 뭐가 튀어나와 참새들을 화들짝 놀라게 하나

깡통을 깡통으로만 아는 순 깡통들, 납작하게 눌러 밟아버리면 차라리 나을 건데

툭, 툭, 누군가 자꾸 나를 걷어차기만 한다

 

시감상

길을 걷다 뭔가 차고 싶을 때가 있다. 우연히 발견한 깡통 하나. 그 속에 소음이 담겨있었나 보다. 혹은 신음이거나. 누군가의 차버리고 싶은 감정을 후련하게 해결해 주는 깡통 하나. 어쩌면 나도 속을 비워낸 그 속에 소음을 잔뜩 넣고 있다가 누군가의 속을 후련하게 해결해 주고 싶다. 차버리고 싶은 감정보다 차이는 쪽이 더 후련한 것은 아닌지? 이별이 그렇다. 이별을 통보하는 것보다 통보 당하는 편이 더 후련하다. 기다릴 수 있는 이유 하나 갖고 사는 것이니. 오늘만이라도 깡통이 되고 싶다. 누가 차 주기를 기다리는. (글/ 김부회 시인, 평론가)

 

프로필

전북 김제, 전북대 문리대, 조선일보, 서울신문, 전북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 <상처에 대하여>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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