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취재/김포, 김포형 도시재생의 길을 찾다_11 사례에서 배우다⑧ 마을관리사회적협동조합

도시가 성장하면 반드시 쇠퇴의 길을 걷게 된다. 낡은 도시를 모두 없애고 다시 짓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 아니라 느리지만 생활 터전과 공동체를 유지하며 활력 잃은 도시에 생기를 불어넣는 ‘재생’은 힘들지만 의미 있다. 도시재생 초기단계인 김포. 어떤 길을 걸어야 할까.<편집자 주>

 

1. 김포 도시재생사업 현황 진단

2. 도시재생사업, 무엇이 중요한가?

3. 도시재생지원센터의 역할을 묻다

4. 사례에서 배우다① 주민 의지의 중요성

5. 사례에서 배우다② 주민협의체의 적극성

6. 사례에서 배우다③ 유관기관과의 협력

7. 사례에서 배우다④ 거버넌스의 힘

8. 사례에서 배우다⑤ 아이디어가 다한다

9. 사례에서 배우다⑥ 서울가꿈주택 집수리 지원사업

10. 사례에서 배우다⑦ 상권이 살아야 성공

11. 사례에서 배우다⑧ 마을관리사회적협동조합

12. 주민, 행정, 전문가가 말하는 김포 도시재생 방향

 
▲수국 농장주의 창고를 임대해 주민이 만든 상품을 판매하는 '답다니수국마켓'을 열었다.
▲주민 4명이 꿈과 의지를 모아 협동조합을 결성하고 시작한 답다니수국마켓.
도시재생사업은 국토부가 ‘마중물사업’임을 강조하고 있는 것처럼 활성화사업이 마무리되더라도 그것이 도시재생의 시작이지 끝이 아니다. 완료된 사업을 방치하면 덩그러니 거점시설만 남아 애물단지가 되거나 함께하던 공동체사업도 중단돼 도시재생 이전의 삭막한 마을로 돌아가기 쉽다.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사업의 의미를 잃지 않게 되며, 추후 다른 사업을 추가해 도시의 쇠퇴를 막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동안 사업 이후의 지속가능한 도시재생을 담보하기 위해 각 사업지마다 나름의 방향을 모색해 왔다. 사회적협동조합, 사회적기업, 마을기업 등 지역의 사회적경제 조직을 활용해 도시재생으로 구축한 공동시설과 주차장을 관리하고 돌봄서비스를 지원하는 등으로 사업의 지속적인 운영·관리를 꾀했다. 지역기반 도시재생 전문회사가 만들어지기도 했는데, 서울역 일대 도시재생사업으로 조성된 거점시설 8곳을 통합수탁해 운영 관리하는 ‘서울 도시재생 사회적협동조합’이 대표적인 사례다.

 

도시재생 효과 지속 위한 유지·관리 시스템 필요... 마을관리협동조합 구축

국토부는 2018년 7월 도시재생 뉴딜사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사업기간 동안 물리적 환경개선을 실현하는 것만큼이나 도시재생의 효과가 지속성을 갖도록 유지·관리 시스템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는 인식에 ‘마을관리협동조합 사업’을 시작했다. 국가, 지자체 등 공공부문이 도시재생사업지를 지속적으로 관리하기에 인력·재정상 한계가 있으니 사업지의 마을 주민, 공동체가 중심이 되는 조직을 통해 지역 주민이 직접 마을을 유지·관리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이에 마을관리협동조합 설립인가 및 공공지원 제도를 마련하고 지원하기 시작했다.

 

마을관리사회적협동조합은 도시재생을 통해 공급된 기초생활 인프라를 유지·관리해 나가고 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재화와 서비스를 공급하는 주민 중심 조직이므로 주민이 희망하는 출자금과 연회비를 내고 협동조합에 가입한다. 법인격인 협동조합보다 공익성이 한층 강화된 사회적협동조합이다. 마을의 공공영역을 공동관리하는 역할 외에 지역사회 고령자, 은퇴자, 경력단절여성 등을 대상으로 지역기반 일자리를 창출하기도 한다.

 

2018년 ‘혼디 손심엉! 지꺼진 월평마을 만들기(함께 손잡고! 즐거운 월평마을 만들기)’라는 사업명으로 뉴딜사업 활성화사업에 선정돼 내년 7월까지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제주도 월평마을은 2018년 활성화사업을 계획하며 마을협동조합도 사업계획에 넣어 초기 사업비 지원을 받았다. 현재 인큐베이팅 사업으로 진행돼 마을주민 50여 명이 조합원으로 참여한 월평마을관리 협동조합을 만들었다. 조합원은 10만 원씩 출자금을 냈다.

▲제주 관광명소가 된 수국정원 옆에서 소품을 판매하기도 했다.

 

박진희 월평마을도시재생지원센터 센터장은 “활성화계획을 진행하며 마을관리협동조합 만들기도 함께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코로나19로 모이지 못해 활동이 활발하지는 못했다. 사회적경제에 대한 교육을 진행했고 월평마을의 자원을 활용한 비즈니스 모델을 모색하기 위해 선진지 답사와 실험을 계속하고 있다”며 조합 구축 후 활동의 어려움을 전했다.

 

노령인구 많은 마을... 운영주체 찾기 쉽지 않은 상황

월평마을은 제주 해안을 따라 걷는 제주 올레길 중 7코스에 속하는 월평포구가 있는 마을이다. 달 모양의 낮은 언덕으로 둘러싸인 이곳은 주변지역이 신도시와 관광단지로 조성되면서 상대적으로 개발되지 못했다. 250여 가구가 낮은 제주 돌담으로 둘러싸여 있는데 주거지지원형 도시재생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마을길·돌담길을 정비하고 골목길 안전편의시설을 조성했으며, 올 12월에 마을주차장·커뮤니티비지니스센터·생활복지시설이 완공되고 국민임대주택이 들어선다.

 

주민의 많은 부분이 만감류 농사를 짓고 있는 이곳은 49세를 청년으로 기준할 만큼 노령인구의 비율이 높은 곳이다. 내년 완공된 거점시설이나 복지시설을 마을관리협동조합에서 운영·관리해야 하는데 마을 주민의 대부분이 80세 이상이다 보니 실질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조합원이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거점시설을 운영하려면 운영관리비가 만만치 않다. 국토부 사업으로 진행된 시설은 주민들이 서비스를 누리는 방식으로 가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운영을 위탁하는 방법. 이 부분은 현재 다양한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 그래도 수익구조를 만들어야 마을에 진행된 도시재생사업을 이어갈 수 있기에 협동조합을 통한 여러 가지 수익사업을 시도하고 있다.”

 

월평마을도시재생센터는 조합원들과 주민들에게 동등한 기회를 제공하고자 마을관리협동조합 외에 다양한 소규모 협동조합을 꾸리고 활동하기를 장려하고 있다. ‘답다니수국마켓’이 그런 가운데 탄생했다. 마을의 여성주민 4명이 무언가 해보겠다는 꿈과 의지를 갖고 모였고, 동네 수국 농장주가 저렴하게 창고를 임대하면서 지난 5월 마켓을 열었다. 제주가 수국으로 유명해지면서 4년 동안 수국을 키워 관광지를 조성한 지역주민 덕분에 수국정원 옆에 활성화 프로그램 사업을 진행하며 제작한 만감류 착즙주스와 손수건, 티셔츠 등을 판매하게 됐다.

▲주민들이 프로그램 사업을 진행하며 만든 천연염색 손수건과 마스크.

“착즙주스를 외주로 제작했지만 우리 지역에서 농사지은 만감류를 싸게 공급해준 덕분에 만들 수 있었다. 작년 만감류를 골고루 담아 크라우드펀딩까지 해 월평스토리와 함께 판매하기도 했다. 예상보다 많이 팔려 가능성을 확인했다. 올 겨울에는 농가지원을 받아 만감류 직거래 장터, 체험장 등을 운영할 예정이다.”

▲마을에서 생산된 만감류로 만든 착즙주스를 판매하며 비지니스 모델을 모색하고 있다.

소규모 사업 모아지며 월평마을 브랜드화... 마을관광으로 이어지게

수익이 많이 나지는 않았지만 답다니수국마켓의 성과가 주민들에게 주는 영향은 컸다. 4년 동안 진행된 많은 프로그램사업이 일회성으로 끝나는 바람에 실질적으로 와닿지 않은 반면 수국마켓을 통해 사업에 의한 수익을 체감하게 된 것이다. 이를 기점으로 만감류 직거래 장터 기획이 이어지고, 음식 관련 공모 교육을 통해 제주제사 음식과 별미를 이용한 ‘월평식탁’도 기획하게 됐다.

 

“월평식탁도 원하는 조합원과 주민들이 주체가 돼 진행될 예정이다. 현재 이곳은 마을관리협동조합의 경제구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중이다. 주민들이 지속적으로 돈 버는 경험으로 ‘들썩들썩’ 하면서 월평마을 전체를 브랜드화해 ‘답다니수국마켓’, ‘월평식탁’, ‘마을상점’, ‘마을투어’까지 사업이 이어지게 하고 싶다.”

▲다육이 심기 공모사업을 통해 돌담에 피어난 다육이들
▲마을에 새로 조성된 주차장

 

기간상으로는 사업 마무리 단계에 와있는 월평마을도시재생은 마을관리협동조합이 함께 조직되고 운영되면서 사업 후의 수익창출 모색을 위해 더 활기찬 모습을 띠고 있다. 이에 월평마을도시재생지원센터는 마을을 위해 활동하는 워킹그룹 양성을 목표로 주민공모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주민 스스로 마을의 다양한 문제를 발굴하고 해결해 삶의 질을 높이고 공동체를 회복하기 위한 공모사업을 활성화사업 안에서 진행하고 있다. 주민들이 이런 공모사업을 계획하고 진행하면서 사업 이후 부처 공모사업에 응모할 수 있는 역량이 강화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상반기에 다육이 심기, 건강걷기, 노래교실, 마을안길 조성, 비석 탁본, 월평밴드, 한글깨치기 등의 공모사업이 있었다.”

 

마을관리협동조합의 정답은 없다. 각 사업지마다 마을이 필요한 부분을 담아내는 협동조합이 필요할 것이다. 다만 확실한 것은 마을 자원을 활용해 그 수익을 마을로 환원해야 한다는 대전제다. 그런 면에서 월평마을의 소규모 협동조합 구축 시도는 적절한 벤치마킹 케이스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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