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형

안동대학교

(철학)명예교수

이제 우리 사회는 메타버스 사회이다. 메타버스에는 증강현실 말고도 생활 공지 life logging 기능이 또 하나의 특성이다. 현대인은 매일 사회연결망 SNS에 둘러싸여 산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카카오톡이나 각종 밴드 등의 사회연결망을 적어도 하나는 사용한다. 젊은이들이 대다수이지만, 나이 든 사람도 여기에 합류하는 수가 나날이 증가한다. 페이스북 일일 접속자는 세계적으로 18억 명이 넘고 한국에서만 1,200만 명이나 된다. 나 자신도 하루에 습관적으로 접속하는 매체가 서너 개인데, 전자우편과 페이스북, 드론 밴드, 카카오 그룹에다가 인스타그램과 네이버 취미 밴드까지도 거르지 않는다.

이렇듯 우리 삶에 관한 다양한 경험과 정보를 사회연결망에 기록하고 저장하면서 이웃과 공유하는 활동을 ‘생활 공지’라고 부른다. 생활 공지는 증강현실의 한 자락이다. 사람들은 왜 자기의 삶을 이런 공적 공간에서 남에게 노출하는가? 아이러니하게도 생활 공지 활동은 한편으로는 ‘통화 울렁증’을 특징으로 하는 현대인의 모습과는 상반된다. 그러나 페이스북 Facebook과 트위터 Twitter라는 미디어의 이름을 들여다보면 그 이유가 드러난다. 익명의 말소리가 소프트웨어라면 얼굴+책 face + book은 하드웨어이다. 익명의 말소리는 바람결에 흩날리지만, 대면 책은 굳건히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는, 기록된 문서라는 보존의 인상이 짙다. 일시적으로 흩날리는 현대인의 삶 속에서 제 자리를 굳건히 지키는 안정감을 추구하는 현대인의 갈구가 바로 페이스북 안에 들어있다. 지저귀는 twit 새처럼 가벼운 주제로 부담 없이 다가가는 대화를 통해 서로에게 위로하고 격려하는 관계를 희구하는 존재가 인간임을 드러내는 것이 트위터의 실존적 의미이다.

그렇다면 생활 공지의 특징은 무엇일까? 현대인의 빠르고 역동적인 삶은 피곤을 초래한다. 외로운 현대인은 이 피로를 달래주는 가볍고도 달짝지근한 인간관계를 맺고 싶어 한다. 심지어 남자나 여자친구 심지어 배우자까지도 진지한 인생의 동반자보다는 여행의 동반자로서 가벼운 관계자로서 있기를 선호한다. 인생의 동반자라는 진지한 관계란 사소한 것까지도 무겁게 생각하여 쉽게 문제에 봉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행의 동반자는 서로의 다름까지도 가볍게 용인하는 포용력을 가지는 편한 관계이다. 이와 같은 점이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의 사용자가 느끼는 이 매체의 매력이다. 완전한 문장보다는 간단한 멘트가 선호되고, 심각한 문제도 가볍게 터치하는 글쓰기나 표현으로 사람들이 공감을 넘어 청량한 감정까지 느끼게 된다.

생활 공지의 또 다른 이유는 상처받은 뇌를 위한 안식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담임교사에게 심한 꾸중을 들은 청소년은 아버지의 조직적인 설득보다는 또래들이 던지는 교사를 향한 비아냥이나 한 마디의 욕설에서 더 큰 위로를 받듯이, 생활 공지자들의 자신의 신변잡기를 향한 인정과 축하 혹은 위로와 격려에 무한한 안정감을 느낀다. 긍정적 댓글을 통해 수많은 피드백이 재생산되는 일련의 과정은 사용자들을 자극해 황홀경에 빠지게 한다. 직접 대면의 친구들과 즐길 폭식, 폭음, 흡연을 대신할 자극을 이들은 생활 공지를 통해 만끽하는 것이다. 어떤 통계에 따르면, 디지털 기반의 메타버스를 통한 뇌의 흥분 상태는 통상적인 텍스트 읽기 속도보다는 40%나 빠르게 증폭된다. 이런 속도는 정보의 진위와는 무관한 열광을 부른다. 최근의 정치가 이런 열성 팬 조직 현상을 악용하는 사례는 따라서 매우 우려가 되는 부정적 측면이다.

그러나 긍정적인 면도 있다. 일본의 한 수학자가 개미 실험을 했다. 길을 잘 찾는 개미 집단과 멍청한 집단을 나누고 목표지점을 설정하여 경쟁을 시켰다. 그런데 놀랍게도 목적달성을 빨리한 쪽은 후자였는데, 그 이유는 샛길로 빠지는 멍청한 개미들의 활로 개척 때문이었다. 또 비행기 조종사고도 노련한 경험자인 기장이 조종간을 잡을 때 경험이 짧은 부기장이 할 때보다 사고가 잦았다는 것이다.

이 둘의 공통된 특징은 오류의 가능성을 인지하고 수용하는 열린 공동의 작업을 수행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섣부른 삶의 잡담 즉, 생활 공지가 지혜를 끌어모을 가능성이 훨씬 크다는 것이다. 어쩌면 이것이 민주주의의 위대한 특징이기도 하다. 이런 이유로 메타버스의 생활 공지 기능은 더 활성화되어 갈 것이다. 그래서 성경은 말한다. “골목마다 지혜가 외치고 있다.”(잠언서 3장, 8장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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