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근자세

 

강미정

 

둥글게 스민다는 말이 소리 없이 울고 싶은 자세라는 걸 바다에 와서 알았다

둥근 수평선, 모래에 발을 묻고 둥근 흐느낌으로 울다가 스미는 파도,

나는 왜 당신의 반대편으로만 자꾸 스며 갔을까

내 반대편에서 당신은 왜 그토록 지루하게 둥근 원을 그리며 나에게로만 스민 빗물 보내왔을까

파도가 대신 울어주는 바닷가에서

둥글게 스민다는 말이 혼자 우는 자리라는 것을 알았다

나를 대신하여 울던 당신이

어두운 곳에서 몸을 둥글게 말고는 오래오래 혼자 울던 당신이

이른 저녁 눈썹달로 떴다 울고 싶은 자세로 둥글게 떴다

세상은 울고 싶은 자세로 몸을 웅크리다가 둥글어졌을 것이다

수평선이 저렇게 둥근 것처럼

나를 비춰왔던 울음도, 나에게 스미어 왔던 당신도 수평선처럼 둥근 자세였다

멀리 떨어져야 잘 볼 수 있었다

헤어짐이 끝없기 때문에 사랑도 끝없다고 당신은 말한다

둥근 눈물로 혼자 말한다

 

시감상

둥근 자세라는 시제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둥근 것은 모난 것이 아니라는 말로 알았는데 소리 없이 울고 싶은 자세라는 것을 알았다. 둥글게 스며드는 것이 그리움이라는 것을 몰랐다. 그래서 자꾸 내치며 살아온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슬플 때 흐르는 눈물이 둥근 눈물이었음을 기억해낸다. 그래도 끝내 둥글어지고 싶다. 당신에게, 나에게, 사람에게, 나 혼자만 소리 없이 울면서 살고 싶다. (글/ 김부회 시인, 평론가)

 

프로필

강미정 : 경남 김해, 시집 <물 속 마을>, <타오르는 생>, <상처가 스민다는 것>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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