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포 장릉 아파트 건설 논란과 관련된 지적이 잇따랐다.

문제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김포 장릉이 경관 훼손으로 인해 취소 가능성이 우려되는 심각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책임 공방만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사안이 문화재청과 김포시, 인천서구청의 부실행정이 현재 사태의 주된 원인이라고 질타를 했을 만큼의 인재(人災)이고, 이에 대한 확실한 대안조차 없는 어려운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모두 강건너 불구경식의 모습을 보이고 있어 긍정적 전망이 나올 수 없다는 것이다.

물론 국감에서 문화재청이 감사원의 감사라도 받겠다는 대답과 함께 종합대책수립 주문을 받아들였지만, 이와 같은 사안이 어떻게 해결될지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하는 것은 장릉 소재지인 김포시도 소외될 수 없는 문제다.

문화재청과 인천광역시 간의 책임 공방이 이어지고 있는 현재 김포시의 잘못도 언급되고 있다. 국감에서 지적됐듯, 김포시가 2014년과 달리 2017년에 고시 변경사항이 있었고, 검단 내 아파트가 문화재청의 개별심의대상이었음을 알았음에도 인천시에 알리지 않은 것은 책임의 소재가 있는 부분이다. 물론 문화재청이 제대로 고지했어야 하는 문제지만, 김포시 역시 이 부분에 대해 자유롭지는 못하다는 것이다.

아파트 하나로 설마 세계유산이 취소되겠냐는 목소리도 있지만, 실제로 경관훼손은 문화재 지정에 있어 중요한 판단 요소다. 세계유산이 목록에서 삭제된 선례는 이미 존재한다. 오만 아라비아 영양 서식지와 독일 드레스덴 엘베 계곡, 영국 리버풀 등 총 3곳이 목록에서 삭제되었는데 이 중 영양 개체 감소 사유로 인해 삭제된 오만 아라비아 영양 서식지의 경우를 제외한 나머지 두 곳이 ‘건설행위로 인한 경관 훼손’으로 세계유산에서 제외됐다.

조선왕릉 역시 세계유산으로 지정될 당시, 유교문화에서의 풍수원칙에 따른 자연경관의 보존, 위계에 따른 무덤의 조성형식, 정기적으로 거행되어온 조선왕릉의 등 세 분야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인정받아 등재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김포 장릉의 경관 훼손이 세계유산적 가치 저하라는 국제사회의 지적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왕릉이 연속유산이기에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장릉은 김포에서 첫 번째로 손꼽히는 문화유산이자, 지역의 자랑이기도 하다. 세계유산이자 지역의 대표적 문화유산이 어이없는 행정실수로 인해 멍들어가는 것을 ‘나의 일이 아니니, 월권을 할 수 없다’는 식으로 바라보고만 있을 수는 없다.

장릉의 소재지가 김포인만큼, 김포시 역시 이 문제에 대해 지속적으로 관심을 두고 전개를 읽어나가야 할 것이다. 문화재청은 세계유산이 어이없는 실수로 사라지지 않도록 입장을 분명히 하고, 빠르게 대책을 수립하는데 나서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김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