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우리동네14 <모모>

▲<모모>(미하엘 엔데, 비룡소)

엄마가 책방을 한다고 해서 모든 아이가 책을 좋아하는 것이 아님을 증명하듯, 둘째 아이는 만화책 외에는 독서를 그리 즐기지 않는 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등학교 6학년이 된 지금까지 매일 밤 잠자리에 들 때면 책을 읽어 달라고 해요. 누나는 5학년 무렵부턴 ‘이제 나 혼자 읽다가 잘래’ 했는데, 아직 엄마나 아빠가 책 읽어주는 소리를 들으며 잠드는 게 좋은가 봅니다. 짧으면 5분, 길면 한 시간도 아이 머리맡에서 책을 읽어줍니다. 물론 제가 좋아하고 즐기는 일이라 기꺼이 가능한 면도 있지요.

 

어렸을 때부터 ‘소리 내어’ 책 읽는 것을 좋아했어요. 중학교 때 영어 교과서를 큰 소리로 읽으면서 영어를 깨쳤고, 수업 시간에 책 읽어 볼 사람 찾으면 젤 먼저 손을 들곤 했죠. 책방을 운영하면서부터는 ‘함께 읽기’ 즉 ‘낭독모임’이 가진 힘이 얼마나 큰지를 알게 되어 지금도 꾸준히 낭독모임을 하고 있고요.

 

읽고는 싶은데 혼자서는 도전하기 어려운 두꺼운 책들, 소위 말하는 벽돌책을 주로 함께 소리 내어 읽습니다. <총, 균, 쇠>를 시작으로 <열하일기>, <돈키호테>에 이어 지금은 <서양미술사>를 읽고 있어요. 일주일에 한 번, 두 시간씩 낭독하다 보면 집중도 잘되고 이해도 잘되고 무엇보다 책장이 술술 넘어가 결국 완독을 하게 되더라고요.

 

아들에게도 권하고 싶은 책을 ‘읽어라’ 하기보다는 제가 밤마다 조금씩 읽어주는 방법을 택하곤 합니다. 한 권을 완독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긴 하지만 밤마다 책을 읽어주면서 중간중간 이야기 나누는 시간이야말로 제가 쌓아가고 있는 ‘재산’입니다. 요즘 읽고 있는 책 <모모>(비룡소)의 주인공 모모처럼 말이에요.

 

“그리고 모모가 얼마든지 가지고 있는 유일한 재산, 그것은 바로 시간이었다.” (p.25)

 

<모모>는 독일 작가 미하엘 엔데가 1973년 발표한 책인데요, 5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른 지금도 전 세계의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에게도 많은 사랑을 받는 동화이지요. 책의 부제가 ‘시간을 훔치는 도둑과, 그 도둑이 훔쳐간 시간을 찾아 주는 한 소녀에 대한 이상한 이야기’, 즉 ‘시간’에 대한 철학적인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책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내가 죽으면 시간은 멈추는가, 계속 흐르는가’라는 질문을 달고 살았던 아이에겐 이 책이 매우 흥미로울 수밖에 없었나 봅니다. 밤에는 엄마와 읽고, 아침에 일어나면 혼자 또 읽으면서 꽤나 모모의 이야기에 집중하는 것 같습니다.

 

자, 이로써 저는 <모모>를 세 번째 읽고 있어요. 큰아이도 독서모임에서 읽고는 ‘인생책’의 하나로 꼽으며, 아빠에게 “아빠도 이 책 꼭 읽어야 해. 진짜 재밌어”라고 틈만 나면 채근을 하고 있으니, 네 식구가 이 책을 다 읽었다고 말할 날도 멀지 않겠지요? 큰아이가 읽으며 군데군데 접어놓은 책과 제가 소장하는 리커버판 두 권을 나란히 놓고 볼 때마다 감회가 새롭습니다. 여기에 남편과 아들의 손때가 더해져 ‘가족책’이 되어가고 있는 거잖아요.(이런 책이 몇 권 더 있는데, 다음에 기회가 되면 또 소개할게요.)

 

좋은 책을 만나면 그 책이 번역서일 경우 원서도 찾아보고 싶어집니다. 독일어를 모른다는 것이 너무 안타까울 만큼 애정하는 책입니다. 책방에 오시는 손님들에게도 기회가 될 때마다 권해드리고 있어요.

 

우리는 저마다 다른 처지의 삶을 살고 있지만, 매일 누구에게나 똑같이 24시간이라는 시간이 주어집니다. 그런데 그 공평한 재산마저 시간 도둑에게 뺏긴 채 살아가고 있진 않나요? 어린 모모와 베포 할아버지, 기기의 우정과 모험을 따라가며 “그렇게 천천히 걸으면서도 그렇게 빨리 앞으로 나갈 수 있다는 것”의 비밀을 발견해 보시기를 권합니다. 아이들과 어른 독서모임 책으로도 강력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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